범죄자들을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
가 "인간의 행위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 중의 하나는 행위가 자유로워야 인간에게 그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행위의 자유로움'이라는 개념의 의미 자체를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됨'으로 규정한다.
그러므로 책임귀속에 있어서 '자유'라는 조건이란 행위가 그르다는 것을 근거로 행위자도 그르다(도덕적으로 악하다)고 말할 수 있게 하는 요건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면서 '행위자에게 책임을 귀속시키려면 어떠한 선택의 자유가 필요한가?'라는 물음을 던져보자.
이 물음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우선 분명히 해 두어야 할 것은 인간이 속한 이 세계가 과연 근본적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는 세계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세계가 그러한 자유를 용납하는 세계인가 아닌가에 따라서 어떤 특정한 행위가 그런 자유 하에서 행해진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가 달리 판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이 세계가 근본적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세계라면 우리는 어떠한 행위자가 그러한 행위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행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
반면 이 세계가 근본적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는 세계라면,우리는 행위자가 그 행위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행한 것이라고,즉 그 행위를 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행위하기로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선택의 자유가 책임의 조건인가 아닌가를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가를 밝힐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가 행위자에게 근본적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는 세계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확실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이 세계가 근본적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는가 아닌가는 확증되지도 모두에게 동의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도는 두 세계상을 모두 따져서 거기서 어떤 의미 있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우선,인간에게 근본적 선택의 자유가 가능하도록 세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하다면 인간은 어떤 특정한 행위를 해야 할 이유가 분명할 때라도 그 행위를 하지 않거나,해야 할 이유가 덜 강한 다른 행위를 하기로 선택할 수 있다.
즉 행위자의 행위나 결정이 어떠한 심적 사건들,심지어 행위자의 성격과도 독립해서 또는 그것들을 넘어서서 '무차별하게' 행해질 수 있는 것이다.
행위를 결정해 나가는 우리의 사고과정을 살펴보면,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행할 수 있는 여러 가능한 대안들을 떠올리고,그 각각에 대한 이유들을 밝히거나 결정하여 서로 비교하여서 어떤 행위를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을 때 이렇게 대안들을 떠올리고 그 중 어떤 것을 하기로 결정해 나가는 사고의 과정은 곧 선택의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세계일 경우 행위자가 행위를 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행위자의 근본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것이 외부로 표출되거나 발현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택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세계일 경우 이렇게 해석되는 행위들에 대해 행위자에게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이 선택의 자유를 갖고 있지 않다면 그에게 책임을 귀속시킬 수 없다는 사람들은,이런 경우 행위자의 행위결정은 행위의 이유를 규정하는 것들인 그의 성격이나 기질,가치관 등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결정되는데,이러한 것들 역시 행위자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유전과 환경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는 점에 주의한다.
그리고 이렇게 성격이나 기질,가치관 등이 '행위자의 제어 범위를 벗어난,행위자에게 달려있지 않는 요인들에서 비롯된 것'이므로,이러한 것들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한 행위 역시 행위자에게 달려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즉 선택의 자유가 없는 세계일 경우 '우리 삶의 과정들을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결정과 행동들의 충분조건이 되는 환경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유호종,책임귀속의 조건과 선택의 자유
나 도덕적 행동은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 없이 그 자체만으로 선한 선의지의 지배를 받는다.
우리가 자신에게 스스로 부과하는 실천이성의 명령에 의해 도덕적 행동은 달성된다.
그러므로 도덕적 행위는 타율에 의한 것이 아니라,도덕 법칙에 대한 자발적인 존중으로부터 나온 자율적인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인간은 도덕적 자율성,즉 자유의 주체가 되는 인격을 존중하고 도덕 법칙에 따라서 행위할 수 있는 자율의지가 있다. (…중략…)
법관의 형벌은 결코 범죄자 자신을 위해서건 시민사회를 위해서건 어떤 다른 선(善)을 조장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일 수 없다.
도리어 그것은 언제나 범죄자가 죄를 범하였기 때문에 그에게 과하여지는 것이어야 한다.
형벌은 일종의 정언명령(定言命令)이다.
공리론이 형벌관념 속에 뱀처럼 기어들어와 형벌이 약속해 줄 수 있는 어떤 유익을 통해 이 정언명령을 형벌에서 벗어나게 하거나 그 정도를 완화하려는 시도에 대하여 경계하고 방어할지어다!
왜냐하면 정의가 몰락한다면 인간은 더 이상 이 땅 위에 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시민사회가 그 구성원의 합의에 의해 해체된다 하더라도(예컨대 한 섬에 사는 백성들이 그 섬을 해체하고 다른 세상으로 흩어지기를 결의한 경우처럼) 감옥에 남아 있는 마지막 한 사람의 살인자만은 미리 처형하고 나와야 한다.
세상이 내일 멸망해서 최후의 1인이 남을지라도 사형은 집행해야 한다.
이로써 모든 사람은 자신의 범행이 어떤 값을 치러야 할까를 경험하게 되고,이 처형을 하지 않음으로써 피 흘린 죄가 전체 백성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처형을 하지 않은 백성도 정의에 대한 공공연한 침해에의 동참자들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언명령 : 무조건적 명령
- 칸트,'도덕형이상학의 정초'에서 발췌 · 편집
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인들의 왜곡된 가치관은 사회 구성원 상호 간의 사회 통합 대신 분열,갈등을 부추기는 여러 현실 요인에서 발생한다.
탐욕적 경쟁 논리와 승자 독식,빈부의 양극화,각종 부정 비리와 황금만능의 세태 속에서 사회의 도덕과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하는 사회정의가 실종된 데에도 범죄발생의 책임의 일단이 있는 것이다.
사람은 원래 악인으로 태어나지 않으나 생활 속에서 환경의 영향을 피할 수가 없다.
거칠고 메마른 땅에 솟아난 싹이라도 물을 주고 잘 가꾸면 쓸모 있는 나무로 자라난다.
반사회적 흉악범의 성장 배경에는 거개가 조실부모,가난,사회의 냉대 속에서 범죄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한 공통점이 있다.
이에 대한 근원적 해결은 국가가 충실한 사회복지 제도를 확대하여 그들을 예방적 차원에서 구제해 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 스스로 복지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서 책임감과 연대감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복지사회일수록 범죄자의 수가 적은 것은 이런 해법의 성과를 실증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어느 사회에나 범죄자는 있게 마련이고,그들을 수감하여 교화시키는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구속 처벌에 앞서 범죄를 예방해주는 사회보장적 안전장치와 인권 보호가 선행되어야 하고 출감 후 사회에 복귀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도록 인간적인 사회 정책적 교도 행정을 펴나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도층은 사회와 범죄에 대해 생각이 지나치게 단순하다.
이들은 흉악범죄는 사형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안일한 사고에 빠져있다.
하지만 사형을 집행한다고 범죄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사형의 집행이나 처벌의 강화가 아니라 범죄가 생기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개선하는 일이다.
이것이 우리가 범죄와 관련하여 보편적 복지국가를 강조하는 이유다.
빈부의 격차가 심한 나라는 갈등과 불안의 심화,이로 인한 자살과 범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미국은 일반살인 발생률 3위,총기에 의한 살인 발생률 1위,강간 발생률 1위 등을 기록하여 주요 선진국 중 최고의 범죄율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 복지가 선진국 중 최하 수준인 시장만능주의 종주국이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의 부재 속에 사회계층 간 갈등과 분열이 커져가는 사회가 아무리 치안을 강화하고 처벌을 강화한들 범죄율을 낮추는 데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범죄의 예방이다.
최선의 예방은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1996년과 2006년 사이에 우리나라 전체 범죄자의 수는 비슷하지만 61세 이상의 노인 범죄자는 3만4400여 명에서 8만2300여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급속한 노령화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노인 소득보장제도의 미발달로 인해 전체 노인의 45%가 경제적 문제로 실질적 고통을 받고 있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범죄에 대한 가장 올바른 대책은 사후약방문보다는 예방이 우선이며,범죄가 일어났을 경우에는 충분한 교정을 통해 범죄자들이 최대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가혹한 처벌이나 사형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회정책은 최선의 형사정책'이라는 리스트의 말대로 최선의 범죄 예방책은 보편적 국가복지를 제도화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 변광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고문)의 기고문 편집
라 중 · 장기 수형자들이 출소직전 통장개설이나 대중교통 이용방법 등을 연습하고 창업 · 취업교육도 받을 수 있는 사회적응훈련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법무부는 2009년 9월 17일 충남 천안시 천안개방교도소에 '사회적응훈련원'을 마련하고 개원식을 가졌다.
법무부는 과실범의 개방처우와 담 없는 교도소로 유명한 천안개방교도소를 기능 전환해 훈련원으로 특성화했으며,6개월의 시범운영기간을 거쳐 이날 공식 개원했다.
훈련원은 생활관과 취사장,공장동 등 8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으며,4인1실의 침대방과 자율배식 식당 등 다른 곳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선진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특히 사회생활 체험관에는 화상 공중전화기가 비치돼 영상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하철 탑승구 모형과 자판기,컴퓨터,현금입출금자동화기기(ATM)도 설치돼 있다.
수형자들은 여기서 생활지도강사로부터 ATM을 이용해 가족들에게 송금하기,통장개설하기,가족과 이메일 주고받기,귀휴 전 대중교통예약,대중교통 이용법 등 사소하지만 익숙하지 않으면 불편한 생활사례를 중심으로 교육을 받게 된다.
또 휴대전화,내비게이션,디지털카메라,DVD 이용법은 물론 세탁기 돌리기와 쓰레기 분리수거,가족만남의 집을 이용한 생필품 장보기 등도 실습한다.
이와 함께 대인관계 및 취업 · 창업교육 등 출소 후 생활설계를 위한 필요한 교육과 지원도 받는다.
법무부는 지난 1월 6개월 이내 가석방이 가능한 중 · 장기 수형자의 사회적응능력향상을 위해 안양교도소에 '중간처우의 집(소망의 집)'을 개관했으며,4월부터는 가석방 등 출소직전의 수형자가 10일간의 귀휴를 통해 구직이나 주거마련 등 사회복귀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필요적 귀휴제'도 마련해 시행 중이다.
- 법률신문 : The Law Times
마 형벌의 목적은 감각적 존재인 인간을 괴롭히고 고문하는 데 있지 않고,이미 범해진 범죄를 원상태로 되돌려 놓자는 것도 아니다.
국가는 개개인의 사적 욕망에 좌우되지 않고 그러한 욕망을 조용히 누그러뜨리는 조절자로 기능해야 한다.
이러한 국가에서 쓸모없는 잔혹성이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을까?
이유 없는 잔혹성은 광신적 격정의 도구이든지,무능한 폭군이 자행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고문당하는 자의 비참한 비명소리가 시계를 되돌려 이미 저질러진 행위를 이전의 원상태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
형벌의 목적은 오직 범죄자가 시민들에게 새로운 해악을 입힐 가능성을 방지하고,타인들이 유사한 행위를 할 가능성을 억제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형벌 및 그 집행의 수단은,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관계를 유지하면서,인간의 정신에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인상을 만들어내는 동시에,수형자의 신체에는 가장 적은 고통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 Cesare Bonesana Marchese di Beccaria,'범죄와 형벌(1764)'
[논제 1] 제시문 [가]의 논의를 참고로,제시문 [나]와 [다]는 각각 어떻게 '범죄 책임'을 파악하고 있는지 정리하시오. (600자 내외: 30점)
[논제 2] 제시문 [나]와 제시문 [다]의 두 입장 중 하나의 관점을 선택하여,제시문 [라]에 등장하는 개방형 교도소에 대해서 평가하시오. (600자 내외: 30점)
[논제 3] 주어진 제시문들의 주장을 근거로,최근 우리사회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흉악범들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밝히시오.
가 "인간의 행위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 중의 하나는 행위가 자유로워야 인간에게 그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행위의 자유로움'이라는 개념의 의미 자체를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됨'으로 규정한다.
그러므로 책임귀속에 있어서 '자유'라는 조건이란 행위가 그르다는 것을 근거로 행위자도 그르다(도덕적으로 악하다)고 말할 수 있게 하는 요건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면서 '행위자에게 책임을 귀속시키려면 어떠한 선택의 자유가 필요한가?'라는 물음을 던져보자.
이 물음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우선 분명히 해 두어야 할 것은 인간이 속한 이 세계가 과연 근본적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는 세계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세계가 그러한 자유를 용납하는 세계인가 아닌가에 따라서 어떤 특정한 행위가 그런 자유 하에서 행해진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가 달리 판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이 세계가 근본적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세계라면 우리는 어떠한 행위자가 그러한 행위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행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
반면 이 세계가 근본적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는 세계라면,우리는 행위자가 그 행위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행한 것이라고,즉 그 행위를 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행위하기로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선택의 자유가 책임의 조건인가 아닌가를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가를 밝힐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가 행위자에게 근본적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는 세계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확실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이 세계가 근본적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는가 아닌가는 확증되지도 모두에게 동의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도는 두 세계상을 모두 따져서 거기서 어떤 의미 있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우선,인간에게 근본적 선택의 자유가 가능하도록 세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하다면 인간은 어떤 특정한 행위를 해야 할 이유가 분명할 때라도 그 행위를 하지 않거나,해야 할 이유가 덜 강한 다른 행위를 하기로 선택할 수 있다.
즉 행위자의 행위나 결정이 어떠한 심적 사건들,심지어 행위자의 성격과도 독립해서 또는 그것들을 넘어서서 '무차별하게' 행해질 수 있는 것이다.
행위를 결정해 나가는 우리의 사고과정을 살펴보면,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행할 수 있는 여러 가능한 대안들을 떠올리고,그 각각에 대한 이유들을 밝히거나 결정하여 서로 비교하여서 어떤 행위를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을 때 이렇게 대안들을 떠올리고 그 중 어떤 것을 하기로 결정해 나가는 사고의 과정은 곧 선택의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세계일 경우 행위자가 행위를 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행위자의 근본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것이 외부로 표출되거나 발현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택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세계일 경우 이렇게 해석되는 행위들에 대해 행위자에게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이 선택의 자유를 갖고 있지 않다면 그에게 책임을 귀속시킬 수 없다는 사람들은,이런 경우 행위자의 행위결정은 행위의 이유를 규정하는 것들인 그의 성격이나 기질,가치관 등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결정되는데,이러한 것들 역시 행위자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유전과 환경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는 점에 주의한다.
그리고 이렇게 성격이나 기질,가치관 등이 '행위자의 제어 범위를 벗어난,행위자에게 달려있지 않는 요인들에서 비롯된 것'이므로,이러한 것들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한 행위 역시 행위자에게 달려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즉 선택의 자유가 없는 세계일 경우 '우리 삶의 과정들을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결정과 행동들의 충분조건이 되는 환경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유호종,책임귀속의 조건과 선택의 자유
나 도덕적 행동은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 없이 그 자체만으로 선한 선의지의 지배를 받는다.
우리가 자신에게 스스로 부과하는 실천이성의 명령에 의해 도덕적 행동은 달성된다.
그러므로 도덕적 행위는 타율에 의한 것이 아니라,도덕 법칙에 대한 자발적인 존중으로부터 나온 자율적인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인간은 도덕적 자율성,즉 자유의 주체가 되는 인격을 존중하고 도덕 법칙에 따라서 행위할 수 있는 자율의지가 있다. (…중략…)
법관의 형벌은 결코 범죄자 자신을 위해서건 시민사회를 위해서건 어떤 다른 선(善)을 조장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일 수 없다.
도리어 그것은 언제나 범죄자가 죄를 범하였기 때문에 그에게 과하여지는 것이어야 한다.
형벌은 일종의 정언명령(定言命令)이다.
공리론이 형벌관념 속에 뱀처럼 기어들어와 형벌이 약속해 줄 수 있는 어떤 유익을 통해 이 정언명령을 형벌에서 벗어나게 하거나 그 정도를 완화하려는 시도에 대하여 경계하고 방어할지어다!
왜냐하면 정의가 몰락한다면 인간은 더 이상 이 땅 위에 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시민사회가 그 구성원의 합의에 의해 해체된다 하더라도(예컨대 한 섬에 사는 백성들이 그 섬을 해체하고 다른 세상으로 흩어지기를 결의한 경우처럼) 감옥에 남아 있는 마지막 한 사람의 살인자만은 미리 처형하고 나와야 한다.
세상이 내일 멸망해서 최후의 1인이 남을지라도 사형은 집행해야 한다.
이로써 모든 사람은 자신의 범행이 어떤 값을 치러야 할까를 경험하게 되고,이 처형을 하지 않음으로써 피 흘린 죄가 전체 백성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처형을 하지 않은 백성도 정의에 대한 공공연한 침해에의 동참자들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언명령 : 무조건적 명령
- 칸트,'도덕형이상학의 정초'에서 발췌 · 편집
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인들의 왜곡된 가치관은 사회 구성원 상호 간의 사회 통합 대신 분열,갈등을 부추기는 여러 현실 요인에서 발생한다.
탐욕적 경쟁 논리와 승자 독식,빈부의 양극화,각종 부정 비리와 황금만능의 세태 속에서 사회의 도덕과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하는 사회정의가 실종된 데에도 범죄발생의 책임의 일단이 있는 것이다.
사람은 원래 악인으로 태어나지 않으나 생활 속에서 환경의 영향을 피할 수가 없다.
거칠고 메마른 땅에 솟아난 싹이라도 물을 주고 잘 가꾸면 쓸모 있는 나무로 자라난다.
반사회적 흉악범의 성장 배경에는 거개가 조실부모,가난,사회의 냉대 속에서 범죄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한 공통점이 있다.
이에 대한 근원적 해결은 국가가 충실한 사회복지 제도를 확대하여 그들을 예방적 차원에서 구제해 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 스스로 복지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서 책임감과 연대감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복지사회일수록 범죄자의 수가 적은 것은 이런 해법의 성과를 실증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어느 사회에나 범죄자는 있게 마련이고,그들을 수감하여 교화시키는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구속 처벌에 앞서 범죄를 예방해주는 사회보장적 안전장치와 인권 보호가 선행되어야 하고 출감 후 사회에 복귀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도록 인간적인 사회 정책적 교도 행정을 펴나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도층은 사회와 범죄에 대해 생각이 지나치게 단순하다.
이들은 흉악범죄는 사형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안일한 사고에 빠져있다.
하지만 사형을 집행한다고 범죄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사형의 집행이나 처벌의 강화가 아니라 범죄가 생기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개선하는 일이다.
이것이 우리가 범죄와 관련하여 보편적 복지국가를 강조하는 이유다.
빈부의 격차가 심한 나라는 갈등과 불안의 심화,이로 인한 자살과 범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미국은 일반살인 발생률 3위,총기에 의한 살인 발생률 1위,강간 발생률 1위 등을 기록하여 주요 선진국 중 최고의 범죄율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 복지가 선진국 중 최하 수준인 시장만능주의 종주국이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의 부재 속에 사회계층 간 갈등과 분열이 커져가는 사회가 아무리 치안을 강화하고 처벌을 강화한들 범죄율을 낮추는 데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범죄의 예방이다.
최선의 예방은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1996년과 2006년 사이에 우리나라 전체 범죄자의 수는 비슷하지만 61세 이상의 노인 범죄자는 3만4400여 명에서 8만2300여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급속한 노령화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노인 소득보장제도의 미발달로 인해 전체 노인의 45%가 경제적 문제로 실질적 고통을 받고 있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범죄에 대한 가장 올바른 대책은 사후약방문보다는 예방이 우선이며,범죄가 일어났을 경우에는 충분한 교정을 통해 범죄자들이 최대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가혹한 처벌이나 사형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회정책은 최선의 형사정책'이라는 리스트의 말대로 최선의 범죄 예방책은 보편적 국가복지를 제도화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 변광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고문)의 기고문 편집
라 중 · 장기 수형자들이 출소직전 통장개설이나 대중교통 이용방법 등을 연습하고 창업 · 취업교육도 받을 수 있는 사회적응훈련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법무부는 2009년 9월 17일 충남 천안시 천안개방교도소에 '사회적응훈련원'을 마련하고 개원식을 가졌다.
법무부는 과실범의 개방처우와 담 없는 교도소로 유명한 천안개방교도소를 기능 전환해 훈련원으로 특성화했으며,6개월의 시범운영기간을 거쳐 이날 공식 개원했다.
훈련원은 생활관과 취사장,공장동 등 8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으며,4인1실의 침대방과 자율배식 식당 등 다른 곳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선진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특히 사회생활 체험관에는 화상 공중전화기가 비치돼 영상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하철 탑승구 모형과 자판기,컴퓨터,현금입출금자동화기기(ATM)도 설치돼 있다.
수형자들은 여기서 생활지도강사로부터 ATM을 이용해 가족들에게 송금하기,통장개설하기,가족과 이메일 주고받기,귀휴 전 대중교통예약,대중교통 이용법 등 사소하지만 익숙하지 않으면 불편한 생활사례를 중심으로 교육을 받게 된다.
또 휴대전화,내비게이션,디지털카메라,DVD 이용법은 물론 세탁기 돌리기와 쓰레기 분리수거,가족만남의 집을 이용한 생필품 장보기 등도 실습한다.
이와 함께 대인관계 및 취업 · 창업교육 등 출소 후 생활설계를 위한 필요한 교육과 지원도 받는다.
법무부는 지난 1월 6개월 이내 가석방이 가능한 중 · 장기 수형자의 사회적응능력향상을 위해 안양교도소에 '중간처우의 집(소망의 집)'을 개관했으며,4월부터는 가석방 등 출소직전의 수형자가 10일간의 귀휴를 통해 구직이나 주거마련 등 사회복귀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필요적 귀휴제'도 마련해 시행 중이다.
- 법률신문 : The Law Times
마 형벌의 목적은 감각적 존재인 인간을 괴롭히고 고문하는 데 있지 않고,이미 범해진 범죄를 원상태로 되돌려 놓자는 것도 아니다.
국가는 개개인의 사적 욕망에 좌우되지 않고 그러한 욕망을 조용히 누그러뜨리는 조절자로 기능해야 한다.
이러한 국가에서 쓸모없는 잔혹성이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을까?
이유 없는 잔혹성은 광신적 격정의 도구이든지,무능한 폭군이 자행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고문당하는 자의 비참한 비명소리가 시계를 되돌려 이미 저질러진 행위를 이전의 원상태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
형벌의 목적은 오직 범죄자가 시민들에게 새로운 해악을 입힐 가능성을 방지하고,타인들이 유사한 행위를 할 가능성을 억제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형벌 및 그 집행의 수단은,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관계를 유지하면서,인간의 정신에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인상을 만들어내는 동시에,수형자의 신체에는 가장 적은 고통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 Cesare Bonesana Marchese di Beccaria,'범죄와 형벌(1764)'
[논제 1] 제시문 [가]의 논의를 참고로,제시문 [나]와 [다]는 각각 어떻게 '범죄 책임'을 파악하고 있는지 정리하시오. (600자 내외: 30점)
[논제 2] 제시문 [나]와 제시문 [다]의 두 입장 중 하나의 관점을 선택하여,제시문 [라]에 등장하는 개방형 교도소에 대해서 평가하시오. (600자 내외: 30점)
[논제 3] 주어진 제시문들의 주장을 근거로,최근 우리사회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흉악범들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밝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