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서 피동의 뜻을 나타내는 방법에는 '이,히,리,기' 따위의 접미사를 이용한 것과 '-어지다'를 이용한 방법,'-되다/-당하다/-받다' 따위를 이용한 방법들이 있다. 이는 영어의 수동태와는 다른 것으로 예전부터 우리말에서 흔히 사용해 온 방법이다."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하는 <새국어소식> 2002년 10월호에서 이대성 선임연구원은 우리말 피동 표현 '-되다'를 둘러싼 일부 왜곡된 주장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그가 말하는 요지는 간단하다.
'-어지다'와 '-되다'가 영어의 유입으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영어에 이런 표현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영어 투이므로 사용을 삼가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되다'는 '하다'와 더불어 우리말을 풍성하게 하는 요소다.
그 주된 기능은 자동사로 쓰이는 것이다.
'어른이 되다' '일이 제대로 되다' '걱정이 되다' 같은 게 그런 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말을 동사나 형용사로 만드는 접미사 구실('가결되다/사용되다/거짓되다/참되다' 등)을 하는가 하면 보조용언으로도 쓰인다.
보조용언으로 쓰이는 '되다'는 동사나 형용사의 '-게' 활용형 밑에 덧붙어 '그 상태나 행동대로 이루어짐/어떤 상황이나 사태에 이름' 등의 뜻을 나타낸다.
가령 '곡식이 알차게 되다/일이 깔끔하게 되다/밥을 먹게 되다/형님 댁에서 지내게 되다'와 같이 쓰인다.
'되다'의 이 같은 다양한 기능은 잘만 활용하면 우리말 표현을 풍성하게 해주지만 자칫 남발하다 보면 되레 어색한 표현을 만들기 일쑤다.
대표적인 게 본용언만으로도 충분히 표현이 가능하거나 능동형을 써도 되는 곳에 불필요하게 '되다'를 덧붙이는 경우이다.
# 이러한 점들이 9년 동안 저금리 속에서 미국 경제가 쉼 없이 성장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여기서는 '…쉼 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와 같이 '되다'를 빼고 쓰는 게 자연스러운 우리 어법이다.
'있게 된'이란 표현은 '미국 경제'를 주어로 지나치게 의식한 데서 비롯된 군더더기일 뿐이다.
이런 문장은 전체 주어인 '점들이'를 주체로 살려 타동형으로 쓸 때 문장에 리듬도 생기고 좀 더 건강한 글맛이 난다.
즉 '이러한 점들이 …미국 경제를 쉼 없이 성장할 수 있게 한 배경이다'와 같이 쓰는 게 좋다.
'되다'가 우리말에서 흔치 않은 피동 문장을 야기하고,나아가 영어 투이므로 가능한 한 피해야 할 표현으로 지목받게 된 데는 이 같은 남용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
다음 예들도 문장 안에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게 되다'꼴의 표현을 남발한 경우다.
가) 가맹점 계약을 맺게 되면 개업 이전에 본사에서 조리 및 매장 운영에 관한 교육을 받게 됩니다.
나) 그러는 동안 당시 7.6% 수준이던 장기 금리,즉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이 10%를 넘어서게 되어 장단기 금리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되었다.
다) 선거 혁명의 주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네티즌 유권자들의 성향을 분석함으로써 총선 결과를 전망하게 됩니다.
라) 이 회사가 이번에 수출하게 된 휴대폰은 OO폰과 ××폰 등 두 개 모델이다.
마)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납부 마감일을 넘기게 되면 18%의 연체료를 물게 돼 마감 날 은행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게 되다'의 오류 유형 중 하나는 미래 시제에 피동의 뜻을 더하는 표현으로 이 말을 자주 쓴다는 점이다.
가)에서 '~게 되면 ~게 된다'로 쓰인 부분은 말의 중복에서 오는 어색함이 있는 데다 의미상으로도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앞의 '…맺게 되면'은 조건을 나타내므로 '…맺으면',뒤의 '…받게 된다'는 확실한 예정이 담긴 말이므로 '…받는다'로 쓰면 간결하고 충분한 표현이다.
나)역시 우선 '되다'가 연이어 쓰여 문장이 지루해졌다.
내용으로 나눠 보면 각각 '수익률이 10%를 넘어섰다'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와 같이 자동사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수익률이 10%를 넘어서 장단기 금리 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라고 하면 간결하다.
평소에 글쓰기 연습 때 익혀두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하게 됐다' 식으로 쓰기 십상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에서 '…결과를 전망하게 됩니다'는 자신감이 부족한 표현이다.
'결과를 전망합니다'가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표현 방식이다.
라)의 '수출하게 된'도 어색하다.
'이 회사가 이번에 수출할 휴대폰은'이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마)에서는 '되다'가 세 군데나 쓰였다.
'넘기게 되면'은 '넘기면'으로 써야 할 곳이다.
'예상된다'는 상황에 따라 쓸 수 있지만 여기서는 '되다'가 잇따라 나오므로 '보인다' 정도로 바꿔 쓰는 게 요령이다.
'~게 되다'는 남발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의식적으로 피해야 할 말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게 되다'로 인한 어색한 문장 대부분은 이 말을 뺄 때 오히려 자연스러운 표현이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하는 <새국어소식> 2002년 10월호에서 이대성 선임연구원은 우리말 피동 표현 '-되다'를 둘러싼 일부 왜곡된 주장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그가 말하는 요지는 간단하다.
'-어지다'와 '-되다'가 영어의 유입으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영어에 이런 표현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영어 투이므로 사용을 삼가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되다'는 '하다'와 더불어 우리말을 풍성하게 하는 요소다.
그 주된 기능은 자동사로 쓰이는 것이다.
'어른이 되다' '일이 제대로 되다' '걱정이 되다' 같은 게 그런 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말을 동사나 형용사로 만드는 접미사 구실('가결되다/사용되다/거짓되다/참되다' 등)을 하는가 하면 보조용언으로도 쓰인다.
보조용언으로 쓰이는 '되다'는 동사나 형용사의 '-게' 활용형 밑에 덧붙어 '그 상태나 행동대로 이루어짐/어떤 상황이나 사태에 이름' 등의 뜻을 나타낸다.
가령 '곡식이 알차게 되다/일이 깔끔하게 되다/밥을 먹게 되다/형님 댁에서 지내게 되다'와 같이 쓰인다.
'되다'의 이 같은 다양한 기능은 잘만 활용하면 우리말 표현을 풍성하게 해주지만 자칫 남발하다 보면 되레 어색한 표현을 만들기 일쑤다.
대표적인 게 본용언만으로도 충분히 표현이 가능하거나 능동형을 써도 되는 곳에 불필요하게 '되다'를 덧붙이는 경우이다.
# 이러한 점들이 9년 동안 저금리 속에서 미국 경제가 쉼 없이 성장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여기서는 '…쉼 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와 같이 '되다'를 빼고 쓰는 게 자연스러운 우리 어법이다.
'있게 된'이란 표현은 '미국 경제'를 주어로 지나치게 의식한 데서 비롯된 군더더기일 뿐이다.
이런 문장은 전체 주어인 '점들이'를 주체로 살려 타동형으로 쓸 때 문장에 리듬도 생기고 좀 더 건강한 글맛이 난다.
즉 '이러한 점들이 …미국 경제를 쉼 없이 성장할 수 있게 한 배경이다'와 같이 쓰는 게 좋다.
'되다'가 우리말에서 흔치 않은 피동 문장을 야기하고,나아가 영어 투이므로 가능한 한 피해야 할 표현으로 지목받게 된 데는 이 같은 남용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
다음 예들도 문장 안에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게 되다'꼴의 표현을 남발한 경우다.
가) 가맹점 계약을 맺게 되면 개업 이전에 본사에서 조리 및 매장 운영에 관한 교육을 받게 됩니다.
나) 그러는 동안 당시 7.6% 수준이던 장기 금리,즉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이 10%를 넘어서게 되어 장단기 금리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되었다.
다) 선거 혁명의 주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네티즌 유권자들의 성향을 분석함으로써 총선 결과를 전망하게 됩니다.
라) 이 회사가 이번에 수출하게 된 휴대폰은 OO폰과 ××폰 등 두 개 모델이다.
마)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납부 마감일을 넘기게 되면 18%의 연체료를 물게 돼 마감 날 은행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게 되다'의 오류 유형 중 하나는 미래 시제에 피동의 뜻을 더하는 표현으로 이 말을 자주 쓴다는 점이다.
가)에서 '~게 되면 ~게 된다'로 쓰인 부분은 말의 중복에서 오는 어색함이 있는 데다 의미상으로도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앞의 '…맺게 되면'은 조건을 나타내므로 '…맺으면',뒤의 '…받게 된다'는 확실한 예정이 담긴 말이므로 '…받는다'로 쓰면 간결하고 충분한 표현이다.
나)역시 우선 '되다'가 연이어 쓰여 문장이 지루해졌다.
내용으로 나눠 보면 각각 '수익률이 10%를 넘어섰다'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와 같이 자동사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수익률이 10%를 넘어서 장단기 금리 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라고 하면 간결하다.
평소에 글쓰기 연습 때 익혀두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하게 됐다' 식으로 쓰기 십상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에서 '…결과를 전망하게 됩니다'는 자신감이 부족한 표현이다.
'결과를 전망합니다'가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표현 방식이다.
라)의 '수출하게 된'도 어색하다.
'이 회사가 이번에 수출할 휴대폰은'이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마)에서는 '되다'가 세 군데나 쓰였다.
'넘기게 되면'은 '넘기면'으로 써야 할 곳이다.
'예상된다'는 상황에 따라 쓸 수 있지만 여기서는 '되다'가 잇따라 나오므로 '보인다' 정도로 바꿔 쓰는 게 요령이다.
'~게 되다'는 남발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의식적으로 피해야 할 말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게 되다'로 인한 어색한 문장 대부분은 이 말을 뺄 때 오히려 자연스러운 표현이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