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목적을 벗어난 외고, 개혁해야

최근 외국어고등학교 폐지 문제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문제의 근본적 화두는 바로 외국어고등학교가 본 목적에 맞게 운영이 되고 있는가이다.

외국어고등학교는 이름 그대로 어학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되었다.

하지만 그간 외국어고등학교의 운영 결과를 돌아보면 과연 외고가 외국어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인지 의문이 든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단지 일류대학에 보내기 위한 교육을 위주로 하고 있으며,학생들 역시 명문대로 가는 하나의 수단으로만 생각할 뿐 외고의 본 취지인 어문학계열로 진학하는 것을 상당히 기피하고 있다.

실제로 외고 졸업생들의 어문학계열 진학률은 채 30%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외국어고가 이름에 맞지 않는 학교로 변질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외고는 이런 본 목적을 잃은 것과 동시에 교육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어서 더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사교육비 문제이다.

외고들의 학교 수업료의 고공행진과 더불어 외고 입시를 위한 학원비 등은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외고 폐지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서 외고들은 일제히 자구책을 들고 나오고 있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서 입학사정관제의 도입,듣기시험 폐지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 역시 입학사정관제 컨설팅,중학교 내신 관련 사교육의 심화 등 새로운 사교육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돼 외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힘들다고 평가되고 있다.

외고의 현 교육상황을 돌아볼 때 외고는 특수목적학교의 다른 한 형태인 자율형 사립고와 비슷한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외고를 폐지하고 자율고 형태로 개편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어문학 계열로 진학할 인재를 양성하는 외고의 목적을 수행하지 못할 바에야 외고를 폐지하고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

이번에 불거진 외고 폐지 문제가 말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대대적 개혁을 통해 지금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문경록 생글기자(영동고 3년) moonkr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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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정상화없이 '마녀'만 잡는다?

외국어고의 설립 취지는 전교생을 언어학자나 통역관으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외국어 능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자는 것이다.

현재 대원외고 2학년 학생들의 경우 영어(회화를 포함해서)를 일주일에 8시간,중국어,프랑스어 등 전공어는 6시간을 듣는다.

이러한 수업시수를 보면 충분히 취지에 부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고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외국어고가 사교육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만든 중심축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어고를 폐지한다고 사교육비가 절감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외국어고가 폐지된다고 해도 이는 사교육비의 절감이 아닌 분산을 일으킬 뿐이다.

사교육비 문제를 풀기 위해선 부실한 공교육과 대학입시 등 교육 전반에 걸쳐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무조건 외고를 폐지하여 사교육비를 절감하겠다는 식의 접근은 현 정부가 내세워온 다양한 교육,자율 교육 등의 구호에 맞지 않는 일관성 없는 발상이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이른바 '엘리트 학교'는 어느 시대,어디에나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도 공교육의 정상화를 항상 내걸지만 필립스 액시터,앤도버 등 명문학교는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이미 명문 대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정 학교 출신들이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못마땅하다면 아예 대학도 평준화하여 명문대학을 없애야 할 것이다.

평준화를 위하여 '엘리트 학교'를 폐지한다는 것은 현 정부가 출범할 때 평준화의 폐해를 줄이겠다는 공약과도 어긋난다.

외국어고 등 특목고가 그동안 수월성 교육을 통해 학력의 하향 평준화를 개선하고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해 온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외국어고를 폐지하는 것은 국가경쟁력 면에서도 손실이다.

한 네티즌은 블로그에 "외고가 마녀라면 국제고나 과학고,영재고 역시 마녀일 수밖에 없고,대한민국은 그 자녀들을 마녀양성소에 보내려는 마계일 수밖에 없다"고 썼다.

사교육비의 책임을 오직 외고에만 물어 폐지한다는 발상은 외고의 장점은 무시한 채 포퓰리즘식 '사냥'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사교육 성행을 탓하기 전에 공교육을 강화하고,외국어고로 인한 사교육비 유발 등의 문제는 그것대로 풀어나가면서 국제화 시대의 인재 양성이라는 기능은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오유진 생글기자(대원외고 2년) tella5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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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진학만 매달리는 외고 교육

교과부의 특별교부금이 외고에 편중 지원되고 지자체들도 외고에 특별지원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외고는 점점 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명문대로 통하는 '꿈의 학교'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꿈의 학교는 '선택받은 학생'만이 갈 수 있게 되었다.

대체로 외고에 다니는 학생들은 사회적,경제적으로 안정된 계층이라고 한다.

경기도의 한 외고는 한해 학비가 1131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교육 불평등을 우려해 약 30% 학생에게 장학금을 준다고 하지만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들에겐 큰 부담이다.

또한 경제력이 취약해 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중학교 학생들이 외고의 높은 입시 문턱을 넘는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 지역 외고의 경우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전체 학생의 0.6%에 불과하다는 자료를 살펴볼 때 외고는 균형있는 사회 발전과는 거리가 먼 교육기관임에 틀림없다.

또한 외국어고등학교라고 해서 특화된 프로그램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외고에 다니는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외고 교육 과정이 계속 선행 학습을 강제하거나 야자,0교시,문제풀이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제대로된 특별 활동은 거의 없으며 진로 교육과 인성 교육에도 소홀하다.

전국의 유능한 학생을 선점하고 등록금은 다른 고등학교보다 비싸면서 특화된 프로그램 하나없이 결국은 학생을 문제풀이 기계,입시 기계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최근 외고 폐지 주장이 고개를 들자 외고 측에선 듣기평가 폐지라는 체면치레성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외고들이 영어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첨으로 뽑는 일반고등학교 학생 선발 방식을 받아들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외고는 한국 사회의 특권적 지위를 누리며 과욕을 부려왔다.

외고들 스스로 명문대 진학에만 매달려 학생들을 입시 기계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이다.

정영훈 생글기자(현대고 3년) indie770@cy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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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생 전공 선택권 막아선 안돼

최근 외국어고등학교가 설립취지와 맞지 않게 외국어 인재를 양성하는데 중점을 두지 않고 과거 지역 명문 고등학교처럼 우수 집단의 학생들을 선점하여 명문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한 준비학교로 변질됐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외고생들은 어문계열로만 진학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표면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외고생들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다.

먼저 외고 졸업생들의 수를 감안할 때 상위권 대학의 어문계열 신입생 모집 수는 턱도 없이 모자란다.

게다가 어문계열에는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생과 외고 졸업생이 함께 수업을 받기 때문에 질 높은 강의 수준도 보장할 수 없다.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생은 해당 외국어를 고등학교 시절 전공한 학생과의 갭을 뛰어넘기 힘들다.

한 외고 관계자는 "외고를 졸업하면 대학교 3년생의 수준의 외국어실력을 갖춘다"며 "외국어 실력이 퇴보할까봐 (뛰어난 어학 인재들이) 어문계열 진학을 꺼린다"고 전했다.

외고생들은 자신들을 받아 줄 준비가 되지 않은 채,'어문계열 진학'이라는 압박만을 하는 외부 압력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외고생들에 대한 대학 진학의 폭 제한은 개인의 선택권과 자율권을 부당하게 가로막는 것이다.

나아가 외고가 사교육의 주범이라는 주장은 문제의 근원을 잘못 파악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이 성행하는 이유는 공교육이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더 훌륭한 집단에 속하기 위한 학생들의 경쟁의식 때문이다.

새로운 교육정책을 제시하면 그에 발맞추어 새로운 학원이 문을 여는 게 현실이다.

외고의 자율형사립고 전환 역시 그 결과가 예상 가능하다.

당장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는 태도보다는 문제의 근원을 정확히 분석하여 효과적인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외고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대학 입시 위주로 운영해 온 것은 반성할 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킨 일부 학교 때문에 정상적으로 외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모범학교까지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

단번에 모든 것을 변화시키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여론몰이를 위해 과장된 언행으로 신속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자세도 고쳐야 한다.

꿈 많은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여 삶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돕기 위한 방법은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조윤경 생글기자(대전외고 2년) ncgre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