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하다’형 글,‘-되다’형 문장
"문제가 되는 피동표현에는 우선 능동으로 표현해도 좋을 것을 피동으로 표현한 것이 있고,피동사에 다시 '-지다'를 첨가하는 등 이중피동의 표현을 한 것 등이 있다.

이러한 피동표현의 애용은 발상의 전환을 가져 온다. 그리하여 오늘날 국어의 표현은 주체적 표현이라기보다 객체적 표현,'위장된 객관'의 표현을 많이 보인다."

원로 국어학자인 한갑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2006년 열린 한 학술모임에서 외래말투에 물든 우리말의 문제점을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우리말 피동 표현 가운데 <보험회사의 일방적 약관 시정돼야 // '高분양가' 세무조사 확대될 듯> 같은 것을 오류 유형의 하나로 제시했다.

'시정해야/ 확대할 듯'처럼 능동형으로 써야 할 곳을 굳이 피동형으로 썼다는 것이다.

그의 이 같은 지적은 다른 토론자가 발표한 다음 문장을 보면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가) 논문은 섀튼 교수에 의해 주도적으로 작성됐다.

(나) 논문은 섀튼 교수가 주도해 썼다.

㈎는 피동문이고 ㈏는 능동문이다.

우리말을 모국어로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에 비해 ㈏가 간결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임을 알 수 있다. (토론자는 다만 피동문도 그 나름대로의 미묘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반드시 버려야 하는지는 의문이란 말을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하다'와 '-되다'는 글의 품격을 가르는 요소이다.

'-하다'형으로 이뤄진 글은 주체와 객체가 분명해지고 문장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반면에 '-되다'형이 많이 쓰인 글은 주체가 객체에 가려져 논지가 흐려지고 문장 전개도 어색해진다.

접미사 '-되다'는 '하다'가 붙을 수 있는 명사에 쓰여 그 말을 자동사로 만들어준다(예:걱정되다/생략되다/사용되다 등).

즉 '하다'를 붙이면 타동사가 될 경우,그 말을 자동사로 쓰고 싶을 때 '하다' 대신에 '-되다'를 붙인다.

통상 '되다'가 붙은 말은 피동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곤 한다.

이때 많은 경우 동사의 용법을 능동과 피동으로만 나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능동성이 없는 말이 주어로 올 때 덮어놓고 문장을 피동형으로 써야 문장이 바르게 되는 줄로 안다.

그것은 아마도 영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우리말 구조에 영어의 어법을 대입한 결과인 듯하다.

동사에는 자동사와 타동사의 구분이 따로 있으므로 능동과 피동 이전에 그 말을 자동사로 쓸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의 '-되다'형 오류는 '-하다'형으로 써도 될 말에 습관적으로 '-되다'를 붙이는 데서 비롯된다.

뭐든지 남용하면 좋지 않은 것이다.

① 이번 후원회가 공공연한 '공천헌금 납부' 행사장으로 전락된다면 그야말로 우리 정치의 앞날은 무망해진다.

② 테크노마트는… '가전제품 할인 판매전'을 연다. 31일까지 계속되는 이 행사에서는 전자레인지 등 6가지 품목을 정상가보다 20~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③ 이 회사 관계자는 "특정 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국제자동전화로 바뀌어 연결돼 거액의 국제전화 요금을 물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④ 한국 경제는 1960년대 들어와 수출 드라이브와 함께 본격적으로 발전되기 시작했다.

①에서는 'A가 ~으로 전락하다'와 같이 자동사로 쓸 수 있는 말이므로 굳이 '전락되다'라고 피동형을 쓸 필요가 없다.

②에서는 자연스러운 어법이 '6가지 품목을 … 40%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지 '할인된 가격'이란 표현은 어색하다.

'할인'과 '판매'의 주체는 모두 '테크노마트'로서 문장 전체의 주어이되 생략돼 있다.

'이 행사에서는 … 판매한다'가 주-술 관계가 아님에 주의해야 한다. ('이 행사에서는'은 부사어로 쓰였다. 이때 '는'은 한정/강조의 조사다. '는'을 빼도 말이 되는 데서 알 수 있다.)

따라서 주체를 명확히 잡아 서술어를 맞춰주면 구태여 피동형으로 표현해야 할 이유가 없다.

③에서는 '되다'를 남발하고 있다.

'~연결돼 ~을 물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된다'로 한 문장 안에서 같은 서술 표현을 반복해 사용한 것이 눈에 거슬린다.

'~연결돼 ~을 물어야 하는 손해를 입게 된다'와 같이 적절히 다른 말로 바꿔 쓰는 게 요령이다.

④의 '발전되다'는 '발전하다'로 바꾸어도 의미 차이 없이 혼용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굳이 '-되다' 표현을 쓸 필요 없이 '발전하다'를 쓰는 게 자연스러운 우리 어법이다.

이처럼 양쪽으로 다 쓸 수 있는 말에는 '생각하다/생각되다''걱정하다/걱정되다' 따위가 있다.

이들 역시 '-하다'형의 말을 쓰는 게 건강한 우리말 만들기의 지름길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