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 정책 펼쳐 세계兩强으로 '우뚝'

농민·노동자 희생시킨 '반쪽의 성공' 지적도
[Cover Story] 中國, 눈부신 성장뒤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그늘'

10월1일로 중국이 건국 60주년을 맞았다.

60년 전 이날 마오쩌둥은 "중국 인민이 일어섰다(中國人民 站起來了)"고 선언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마오가 중화인민공화국 설립을 선포한 바로 그 톈안먼 성루에서 행한 경축사대로 "사회주의 중국은 세계의 동방에 우뚝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100년간 서양 열강에 휘둘렸던 '동아시아의 병부(病夫)'는 이제 미국과 함께 세계를 이끌 주요 2개국(G2)으로 꼽힐 만큼 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 60년간 발전의 흔적

지난 60년간의 변화는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뚜렷이 나타난다.

국내총생산(GDP)은 77배 증가해 이미 2007년 독일을 제치고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라섰다.

내년이면 1968년 이래 40여년간 세계 2위 경제대국 자리를 지켜온 일본도 추월할 것이며 2020년대 중반이면 미국도 앞설 것이라는 예측이 잇따른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7.25%)은 미국(23.5%)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과대평가하지 말라는 지적도 있긴 하지만 세계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이미 2007년 19.2%로 미국(15.7%)을 능가했다.

외환보유액도 1만4000배 이상 늘어난 2조달러를 넘어서면서 세계 1위 외환보유국으로 우뚝 섰다.

올 상반기엔 독일을 제치고 세계 1위 수출대국에도 올라섰다.

60년간 중국의 교역액은 2266배 증가하면서 세계 신발의 70%, 중소가전의 80%에는 '메이드인 차이나'가 붙게됐다.

북핵 문제에서부터 이란핵 문제, 기후변화협약,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등 중국을 빼고는 해결하긴 힘든 글로벌 이슈가 산적해있다.

수교국도 171개국으로 늘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 10년간 대륙이 혼돈에 빠져들던 문화대혁명 기간 이집트 카이로에 파견한 대사가 유일한 해외주재 중국 대사였던 것을 되돌아보면 격세지감이다.

중국은 마오쩌둥이 이끈 사회주의와 덩샤오핑이 설계한 개혁개방 덕이라고 평한다.

후진타오 주석은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고 개혁개방만이 중국을 발전시킬 수 있음을 60년의 발전이 증명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그림자

건국 60년의 성취가 공산당의 설립 기반인 농민과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아이러니는 존재한다.

공산당은 외국 기업은 물론 기업가를 위해 도로를 깔아주고 싼 토지를 제공하고 세금을 감면해줬다.

순종적인 인력을 제공한 것도 공산당이었다.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대 초 공산당은 헌법에서 노동3권 중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남기고 단체행동권을 슬그머니 빼낸다.

자본가들로선 최적의 기업환경을 제공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산당과 자본가,심지어 조직폭력과의 결탁이 만연했다.

최근 충칭시의 조폭소탕전에서 최고위직 경찰을 비롯해 관료와 유명 기업인 등 무려 2000여명이 검거된 게 이를 보여준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중국 사회과학원도 2005년 보고서에서 1990년대 이후 4000만 가구 이상이 부패하고 무책임한 관료들에 의해 토지를 불법으로 점유당했다고 폭로했을 정도다.

반면 농민들은 헐값에 토지를 넘겨야했고 산업혁명 당시 영국의 노동자 수준의 임금만으로 살아가야 했다.

환경오염을 일으킨 기업인은 몸이 아프면 홍콩으로 달려갔지만 납 중독으로 피해를 입은 직원은 건강한 직원으로 대체됐다.

개혁개방을 하던 당시만해도 2.37배였던 도 · 농 간의 소득 격차는 작년 말 현재 3.33배로 벌어졌다.

급증하는 시위는 중국식 성장모델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경고한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수천 건에 이르던 연간 집단시위 건수는 2006년만 해도 9만건에 달했다는 추정도 나왔다.

⊙ 중국식 모델 해외 곳곳서 충돌

중국은 전통적으로 도광양회(韜光養晦 · 자신의 힘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 원칙을 따랐었다.

하지만 이젠 세계와의 충돌도 불사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이 책임있고 비위협적인 슈퍼파워로 각인되지 못하는 이유로 중국 지도부의 2가지 관행을 꼽았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등 중국이 분열독립세력으로 지목한 인사들을 환대한 국가에 조건반사적으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하나다.

중국은 달라이 라마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면담했다는 이유로 프랑스를 완전히 왕따시켰다.

결국 '티베트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티베트의 분리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프랑스 외교부의 성명서가 발표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을 연기한 것도 중국의 반응을 우려해서다.

워싱턴을 찾은 달라이 라마를 미 대통령이 만나지 않은 것은 18년 만에 처음이다.

전세계 공동의 이해보다는 자국 이기주의에 집착하는 것도 중국 위협론을 부추긴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하자마자 미국산 자동차와 닭고기에 대해 즉각 덤핑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코카콜라와 NBA 관계자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금하기도 했다.

호주 정부가 광산업체인 리오틴토의 M&A를 불허한 것을 치받아 리오틴토 중국 주재원을 간첩혐의로 체포했다.

자국의 경제적 이득과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국제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의 영향력까지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의 적지 않은 국가들은 자금지원 대가로 혹독한 개혁을 요구하는 IMF보다 아무 간섭도 하지 않는 중국으로부터의 구호자금 수혈을 원하고 있다.

중국은 저리로 돈을 빌려주고 해당국의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원유나 가스를 값싼 가격에 장기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실리를 챙기는 것외에는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는다.

독일 싱크탱크인 독일국제안보관계의 볼커 페르테스 소장은 "중국의 이 같은 행동은 IMF의 영향력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식 유소작위(有所作爲 ·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하고 싶은대로 한다)는 이미 역풍을 맞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쑹타오 부부장(차관)은 중국인이 해외에서 테러 납치 해적행위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티시노(Anti-Sino:반중국)'정서가 전세계에 퍼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었다.

중국이 지난 2006년 48개국의 정상을 한꺼번에 베이징에 불러들여 13억달러의 부채를 탕감해주고 200억달러의 자금지원을 약속한 아프리카에서까지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리비아 정부는 중국1위 석유업체인 중국석유천연가스(CNPC)의 베레넥스에너지 인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앙골라는 미국 마라톤 오일이 보유 중인 앙골라 유전 지분 20%를 중국 2위 석유업체인 시노펙에 매각하지 말것을 요구했다.

호주에선 아예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외자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중국이 90개의 호주광산을 사겠다고 인수신청서를 내자 호주의 국부가 모조리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 탓이다.

중국은 안티시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지난 7월 세계 싱크탱크 정상회의를 연데 이어 10월8일부터 10일까지 세계 미디어 정상회의까지 열었다.

세계 오피니언 리더 사회에서 친중국 여론을 조성하자는 의도다.

중국판 CNN 육성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해법은 중국식 모델에 대한 개혁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덩치는 커졌지만 중국의 세계 인식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중진국의 마인드를 가진 대국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전문가인 고든 창은 정치조직이 경제 변화에 따른 사회세력을 따라가지 못할 때 사회불안이 생긴다는 새뮤엘 헌팅톤의 말을 빌려 경제발전으로 바뀌고 있는 인민들의 의식 변화를 공산당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국 60년 국가와 공산당만 부유해졌다는 비판을 받아들이고 진정 중국 인민이 우뚝 서도록 할 때 중국식 모델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오광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