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단념자는 실업자가 아니다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31) 실업률이 높아진 이유는?
9월 초반의 한 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의 실업률이 26년 만에 최고 수준인 9.7%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실업률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구직을 단념했던 실업자들이 새롭게 노동시장에 합류함에 따라 노동 가능인구가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이 짧은 문장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실업률,실업자,노동가능인구라는 단어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밑줄 친 부분의 설명 중 두 군데 오류가 보인다. 찾을 수 있겠는가?

단순히 집에서 쉬고 있는 직업이 없는 사람을 실업자라고 생각했었는데,'실업자'라는 단어 하나를 이해하기에 많은 장애물이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지금부터 장애물을 하나씩 넘어가 보자.

그리고 실업률 이외에도 청년 실업률,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 등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실업에 관한 통계자료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노동력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구분하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 보면 15세 미만인 사람은 노동자로 고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인구를 노동력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15세 미만 인구와 법적으로 노동공급이 가능한 15세 이상 인구로 나눠야 한다.

그리고 15세 인구에 포함되지만 경제활동을 통해 노동력 제공이 불가능한 전투경찰,군인,수감자를 제외한 나머지가 잠재적으로 활용 가능한 '노동가능인구'라고 할 수 있다.

15세 이상의 노동가능인구는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 중인 사람인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눠진다.

취업자는 경제활동에 참여 중이기 때문에 당연히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실업자도 비록 지금은 실업 상태에 있지만 언제든 직업을 구해 당장이라도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에 경제활동인구에 포함시킨다.

즉 경제활동인구란 15세 이상의 노동가능인구 중에서 취업자와 실업자를 더한 것이며 그 나머지는 비경제활동인구라고 부르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노동가능인구를 생산가능인구로 표현하기도 하지만,인구동향에서는 생산가능인구를 15~64세 인구로 정의하기 때문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노동가능인구란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그림1>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31) 실업률이 높아진 이유는?
그렇다면 이제 15세 이상의 노동가능인구에서 실업자기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를 살펴보자.

우선 노동가능인구에 포함된 사람에게 "지난 15일을 포함한 1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일한 적 있는가?"를 물어봐야 한다.

여기서 "그렇다"고 대답했다면 바로 취업자에 포함된다.

여기서 '수입'이란 임금이나 이윤을 목적으로 일한 것을 말하며,'일'이란 1시간 이상 일했거나,부모님께서 운영하는 가게를 돌보는 등 '무급가족근로가 18시간 이상'인 것을 말한다.

이렇게 보니 1시간 아르바이트한 사람도, 회사에 취직하기 위한 취업준비를 하면서 가게를 보던 자녀도 모두 취업자에 포함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1)에 "아니오"라고 대답했다면 실업자될까? 그렇지 않다.

"아니오"라고 대답한 사람 중에서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일하지 않고 있고,당장 취업이 되면 일할 수 있는데도 취업이 되지 않은 사람만을 실업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여기서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신문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구직활동을 결심하는 것이 아니라 구직자 등록을 하고 원서접수를 하는 등의 행위가 수반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노동 가능인구지만 아이를 낳고 집에서 쉬고 있는 여성,가사를 돌보고 있는 남녀,초 · 중 · 고 · 대학생,심신장애자,연령이 많은 사람,자원봉사자,취업준비생,구직 단념자 등은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처럼 노동가능인구이면서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들을 비경제활동인구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림2>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실업자의 비율을 말한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노동가능인구 중에서 취업자의 비율을,경제활동참가율은 15세 이상 노동가능인구 중에서 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을 말한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청년 실업률을 추론할 수 있다.

청년 실업률은 청년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청년 실업자의 비율을 말할 것이다.

문제는 청년의 나이인데 현재는 15~29세를 청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제 다시 기사로 돌아가 보자.

기사에서 미국의 8월 실업률이 상승했다는 것은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경제활동인구가 변화 없다면 실업자가 늘어났을 것이고,경제활동인구가 늘었다면 실업자가 그보다 더 크게 늘어나야 한다.

또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듦과 동시에 실업자가 더 큰 폭으로 줄어도 실업률은 상승할 수 있다.

기사의 문맥으로 보아 미국의 경우는 구직 단념자들이 노동시장에 합류하면서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났고,이들이 실업자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실업자가 크게 늘어나 실업률이 상승한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글의 처음 도입에 인용된 밑줄 친 부분에 두 가지 오류가 보인다.

우선 구직 단념자들이 노동시장에 편입된 것이라면 노동가능인구 중에서 비경제활동인구의 일부가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가능인구의 변화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가능인구를 경제활동인구로 대체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두 번째 오류는 구직단념자를 실업자로 지칭한 것이다.

구직단념자는 일상생활에서 실업자로 구분되지만 통계적으로 본다면 실업자가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 사람들이다.

따라서 밑줄 친 부분은 "실업률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구직을 단념했던 사람들이 새롭게 노동시장에 합류함에 따라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바꿔야 정확한 문장이 될 것이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