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금수강산.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나 경관이 빼어나 보는 이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한다. 가는 곳마다 마음 가득 다가오는 비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며 아무리 봐도 끝이 없는 절경에 황홀할 지경이다."
한 인터넷매체가 보도한 이 글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행기의 도입부이다.
쉽게 씌어 읽기는 쉬우나 상투적인 표현들이라 독자들의 눈을 그리 오래 잡아 두지는 못한다는 게 단점이다.
찬찬히 읽다보면 어색한 부분도 있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적절한 표현을 구사하지 못함으로써 생긴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라 할 만하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오금을 저리게 한다'라는 곳이다.
자연이 빚어낸 절경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상황인데 뜬금없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라고 하니 이상한 것이다.
'오금이 저리다'란 표현은 관용구로,'저지른 잘못이 들통 나거나 그 때문에 나쁜 결과가 있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다'란 뜻이다.
'거짓말 한 게 탄로 날까봐 오금이 저렸다' 같은 문장이 전형적인 쓰임새다.
그래서 '오금이 저리다'의 자리에는 다른 말로 '조마조마하다/애가 타다/마음을 졸이다' 등을 쓸 수 있다.
빼어난 자연 경관을 보면서 조마조마하거나 애가 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관용구란 특정한 말들이 어울려 본래 글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확장된,새로운 의미로 굳은 표현을 말한다.
그러면 '오금'은 본래 무슨 뜻이기에 '저리다'와 어울려 이 같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을까.
그뿐만이 아니다.
오금은 얼어붙기도 하고 때론 쑤시기도 한다.
'오금아 나 살려라'란 말이 있는 걸 보면 이 오금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처럼 다양한 쓰임새로 우리 언어생활을 풍성하게 해주는 '오금'이지만 정작 이 말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오금'은 우리 몸의 한 곳으로,다리가 접히는 부분 즉 '무릎 뒤 오목한 안쪽'을 가리킨다.
그 속으로는 혈관과 신경이 지나간다.
오금 한 가운데는 위중혈이란 급소가 있어 이곳에 심한 자극을 받으면 정강신경(한자어로는 경골신경)이 마비된다.
정강신경은 종아리 뒤쪽부터 곧게 발바닥까지 이어져 있다.
따라서 오금이 저리거나 굳거나 얼어붙으면 다리가 마비돼 꼼짝달싹 하지 못 하게 된다.
그러니 위급한 상황이라 온 힘을 다해 빨리 도망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면 자연스레 '오금아 나 살려라'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걸음아 날 살려라'와 같은 말이다.
'오금'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 말이 우리말 속에서 여러 관용구를 만드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오금이 붙다(얼어붙다)'라고 하면 팔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가만히 앉아 있으면 오금이 붙어 몸을 움직이지 못 하게 되니 자꾸 돌아다녀야 한다'처럼 쓰인다.
그 상태가 더 심해져 아예 꼼짝을 못하게 되면 '오금이 굳다'라고 한다.
무슨 일을 하고 싶어 가만히 있지 못할 때는 '오금이 쑤신다'라고 한다. ('아이는 친구들과 놀고 싶어 오금이 쑤실 지경이었다.')
또 '오금을 펴다'는 '마음을 놓고 여유 있게 지내다'란 뜻이다. ('기말시험을 끝내고 나서야 비로소 오금을 펼 수 있었다.')
'오금'의 주위를 가리키는 말도 여러 가지라 정확한 구별이 필요하다.
예로부터 오금을 중요시 여긴 까닭은 이곳이 다리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신경이 지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그 신경은 종아리를 타고 내려가는데,이때 종아리는 오금 아래 즉 '무릎과 발목 사이의 뒤쪽 근육 부분'을 가리킨다.
또 종아리 뒤쪽의 살이 불룩한 부분을 따로 '장딴지'라 부른다.
종아리가 장딴지보다 넓은 부위인데,우리 말글살이에선 '회초리로 OOO를 맞다' '오랜만에 등산을 했더니 ×××가 땅긴다'라고 할 때 각각 '종아리' '장딴지'를 쓰는 게 자연스럽다.
종아리 반대쪽 즉 무릎 아래에서 앞 뼈가 있는 부분을 나타내는 말은 '정강이'이다.
흔히 '조인트(를) 까다'라는 말을 쓰는데,이는 '구둣발로 정강이뼈를 걷어차다'란 뜻이다.
속된 표현이긴 하지만 국어사전에 정식으로 올라 있는 관용구이다.
'상사가 명령을 따르지 않는 신병에게 군홧발로 조인트를 깠다'처럼 쓰인다.
'조인트'는 영어의 joint를 한글로 옮긴 것이다.
'조인트'가 기계ㆍ기재 따위의 접합이나 이은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란 점에서 무릎 관절을 염두에 두고 '조인트 까다'란 말이 생겼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한 인터넷매체가 보도한 이 글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행기의 도입부이다.
쉽게 씌어 읽기는 쉬우나 상투적인 표현들이라 독자들의 눈을 그리 오래 잡아 두지는 못한다는 게 단점이다.
찬찬히 읽다보면 어색한 부분도 있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적절한 표현을 구사하지 못함으로써 생긴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라 할 만하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오금을 저리게 한다'라는 곳이다.
자연이 빚어낸 절경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상황인데 뜬금없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라고 하니 이상한 것이다.
'오금이 저리다'란 표현은 관용구로,'저지른 잘못이 들통 나거나 그 때문에 나쁜 결과가 있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다'란 뜻이다.
'거짓말 한 게 탄로 날까봐 오금이 저렸다' 같은 문장이 전형적인 쓰임새다.
그래서 '오금이 저리다'의 자리에는 다른 말로 '조마조마하다/애가 타다/마음을 졸이다' 등을 쓸 수 있다.
빼어난 자연 경관을 보면서 조마조마하거나 애가 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관용구란 특정한 말들이 어울려 본래 글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확장된,새로운 의미로 굳은 표현을 말한다.
그러면 '오금'은 본래 무슨 뜻이기에 '저리다'와 어울려 이 같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을까.
그뿐만이 아니다.
오금은 얼어붙기도 하고 때론 쑤시기도 한다.
'오금아 나 살려라'란 말이 있는 걸 보면 이 오금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처럼 다양한 쓰임새로 우리 언어생활을 풍성하게 해주는 '오금'이지만 정작 이 말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오금'은 우리 몸의 한 곳으로,다리가 접히는 부분 즉 '무릎 뒤 오목한 안쪽'을 가리킨다.
그 속으로는 혈관과 신경이 지나간다.
오금 한 가운데는 위중혈이란 급소가 있어 이곳에 심한 자극을 받으면 정강신경(한자어로는 경골신경)이 마비된다.
정강신경은 종아리 뒤쪽부터 곧게 발바닥까지 이어져 있다.
따라서 오금이 저리거나 굳거나 얼어붙으면 다리가 마비돼 꼼짝달싹 하지 못 하게 된다.
그러니 위급한 상황이라 온 힘을 다해 빨리 도망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면 자연스레 '오금아 나 살려라'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걸음아 날 살려라'와 같은 말이다.
'오금'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 말이 우리말 속에서 여러 관용구를 만드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오금이 붙다(얼어붙다)'라고 하면 팔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가만히 앉아 있으면 오금이 붙어 몸을 움직이지 못 하게 되니 자꾸 돌아다녀야 한다'처럼 쓰인다.
그 상태가 더 심해져 아예 꼼짝을 못하게 되면 '오금이 굳다'라고 한다.
무슨 일을 하고 싶어 가만히 있지 못할 때는 '오금이 쑤신다'라고 한다. ('아이는 친구들과 놀고 싶어 오금이 쑤실 지경이었다.')
또 '오금을 펴다'는 '마음을 놓고 여유 있게 지내다'란 뜻이다. ('기말시험을 끝내고 나서야 비로소 오금을 펼 수 있었다.')
'오금'의 주위를 가리키는 말도 여러 가지라 정확한 구별이 필요하다.
예로부터 오금을 중요시 여긴 까닭은 이곳이 다리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신경이 지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그 신경은 종아리를 타고 내려가는데,이때 종아리는 오금 아래 즉 '무릎과 발목 사이의 뒤쪽 근육 부분'을 가리킨다.
또 종아리 뒤쪽의 살이 불룩한 부분을 따로 '장딴지'라 부른다.
종아리가 장딴지보다 넓은 부위인데,우리 말글살이에선 '회초리로 OOO를 맞다' '오랜만에 등산을 했더니 ×××가 땅긴다'라고 할 때 각각 '종아리' '장딴지'를 쓰는 게 자연스럽다.
종아리 반대쪽 즉 무릎 아래에서 앞 뼈가 있는 부분을 나타내는 말은 '정강이'이다.
흔히 '조인트(를) 까다'라는 말을 쓰는데,이는 '구둣발로 정강이뼈를 걷어차다'란 뜻이다.
속된 표현이긴 하지만 국어사전에 정식으로 올라 있는 관용구이다.
'상사가 명령을 따르지 않는 신병에게 군홧발로 조인트를 깠다'처럼 쓰인다.
'조인트'는 영어의 joint를 한글로 옮긴 것이다.
'조인트'가 기계ㆍ기재 따위의 접합이나 이은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란 점에서 무릎 관절을 염두에 두고 '조인트 까다'란 말이 생겼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