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다음은 경제신문에 보도된 경제정책관련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방향을 <보기>에서 제대로 고른 것은?

정부는 R&D(연구개발) 투자액에 대해 최대 35%까지 세액 공제를 해주고 포이즌 필(poison pill)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수도권 환경규제완화 대책으로 상수원 인근 지역 등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의 첨단업종 공장에 대해 신설과 증설을 허용하기로 하였다.

[보기]

가. 소득 분배의 개성

나. 성장 잠재력의 증대

다.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라.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① 가, 나 ② 가, 다 ③ 나, 라 ④ 다, 라

해설

['테샛' 공부합시다] ‘패키지’ 경제정책 분석할 능력 있는가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출범하면서 기업친화를 기조로 각종 정책을 잇달아 내놓아 주목받았다.

위 기사 헤드라인의 내용들도 모두 기업 친화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다.

대체로 기업 활동을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기업들의 투자를 늘리자는 것이 이 정책의 목표다.

기업 투자가 늘어나면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경제에 긍정적 혜택을 받고 있었지만 R&D나 신성장동력 세제지원에서 소외되는 장치산업 대기업들은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효과를 줄 수 있다.

R&D 투자액에 대해 최대 35%까지 세액 공제를 해주면 기업들이 신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 투자에 세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R&D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고 R&D 투자가 늘어나면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와 비슷한 것으로 임시투자 세액공제가 있다.

임시투자 세액공제는 기업이 기계장치 등 설비에 신규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의 일정 부분(투자액의 10%)을 법인세나 사업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로 역시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정책은 정부가 직접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등의 재정 지출 정책과는 다르다.

정부는 올해 세제 개편안에서 세수 확보를 위해 기업투자 촉진 효과가 거의 없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철폐하고 대신 R&D 투자와 신성장동력 산업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의 반대하고 있다.

상수원 인근 지역 등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의 첨단업종 공장에 대해 신설과 증설을 허용하기로 하는 것 역시 첨단업종의 공장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으로 첨단산업 발달과 성장잠재력 증대에 도움이 된다.

포이즌 필(poison pill)은 적대적 M&A 공격을 받는 기업이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값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를 주는 경영권 방어수단이다.

기업이 포이즌 필을 도입하면 인수 시도자가 M&A 대상 기업의 기존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매입할 때 더 많은 비용이 들어 M&A 시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이 포이즌 필을 도입하면 적대적 M&A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내부 유보금을 쌓아둘 필요가 없어 어느 정도 투자 확대를 기대할 수도 있다.

정답 ④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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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

개인의 과욕과 시장의 복수

탐욕도 시장의 복수를 부른다

재산권 보호와 무관한 정부의 시장 개입은 반드시 부작용을 빚는다.

소위 '시장이 복수하는(Market strikes back)'것이다.

그런데 '시장의 복수'는 정부의 부당한 개입뿐만 아니라 개인들의 과욕도 응징한다.

가격을 정하고 거래를 촉진하는 시장경쟁은 더 비싸게 팔고 더 싸게 사려는 개인행동들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쟁의 결과에 승복하므로 각자의 경제생활은 시장이 이끄는 대로 펼쳐진다.

빌 게이츠는 길바닥의 100달러짜리 지폐를 줍는 대신 그 시간에 일을 하면 더 많은 돈을 번다고 한다.

누구나 그렇게 벌고 싶지만 시장은 빌 게이츠가 하는 일에 대해서만 그 많은 돈을 대가로 지불한다.

시장의 처사가 못마땅하여 항의하는 뜻에서 일하기를 거부한다면 그 기간 동안 한푼도 못 벌 뿐이다.

더 많은 로열티를 바라고 특허의 면허를 거부하는 '逆공유자산의 비극'도 그 본질은 특허권자의 고집이다.

특허권자는 독점 공급자인 만큼 자신의 고집스런 과욕이 결국 관철될 것이라고 믿는다.

서로에게 유리한 교환에 참여하여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순기능인데,누군가가 지나치게 과욕을 부려 거래를 무산시키면 어느 누구도 이익을 거두지 못하는 결과로 끝나고 만다.

개인의 과욕에 대한 시장의 응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파산지경에 내몰린 어느 자동차 회사 노조원들이 정리해고를 거부하고 집단농성을 벌였다.

구체적인 사정이야 어떻든 결국 회사가 현재의 상태로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그 제품이 충분히 팔리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회사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조직을 축소하여 경비를 절감하거나 사람들이 더 많이 사도록 품질을 높이라는 것이다.

당장의 품질 혁신이 쉬운 일이 아닌 만큼 회사는 정리해고를 선택하였다.

그런데 노조원들은 시장의 뜻을 거부하고 정부의 공적 자금 지원을 요구하였다.

어려운 기업마다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경제는 이미 시장경제가 아니다.

기업이 어렵다면 그 까닭은 이 기업의 현재 활동방식을 시장이 더 이상 전처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달라진 사람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옛날식 생산만을 그대로 고수하던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무너졌다.

지난 세기말 공산권의 대붕괴는 사상 최대의 '시장의 복수'였다

수요 침체로 물건이 안 팔려도 기업들이 생산을 줄일지언정 값 인하를 거부하고,실업이 넘쳐나도 근로자들이 임금인하를 거부하면 가격은 경직화하고 '수요공급의 법칙'은 무력해진다.

파는 사람들이 여럿이라도 이들이 어려워진 여건을 무시한 채 그동안 받아오던 대접을 그대로 받겠다고 암묵적으로 담합하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개인 간 암묵적 담합이 경쟁을 무력화하면 그 효과는 정부의 부당한 가격하한 설정과 다를 바 없다.

케인즈의 설명대로 공황은 가격경직성 때문에 지속되는데 그 본질은 시장의 뜻을 거스르고 전처럼 계속 높은 값을 받으려는 개인들의 탐욕에 대한 '시장의 복수'인 것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shoonl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