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를 '오픈'했다고?

"현대백화점이 신촌에 영패션 전문관인 '유플렉스'를 오픈했다."

말에서나 글에서나 '매장을 오픈했다,점포를 오픈했다'란 표현을 많이 쓴다.

최근 현대백화점이 신촌점 옆에 젊은층의 소비욕구를 겨냥해 연 '유플렉스'의 소식을 전하는 신문 방송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저지르기 쉬운 외래어 사용은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 것일까.

그 기준 중의 하나는 '말의 자연스러움'이다.

'자연스레 표현할 수 있는 우리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외래어 사용의 한계를 넘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글에 흠이 된다.

여기서도 '유플렉스를 열었다'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도 싫으면 '개장했다'라고 해도 된다.

이를 굳이 '오픈했다'라고 할 이유는 없다.

그것이 우리말답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에 훈련이 돼있지 않으면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의외로 이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다.

가)그는 "어느 나라든 이념으로 가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라며 애매한 스탠스를 취했다.

나)주가지수 연동형 정기예금인 이 상품은 가입기간 중 한 번이라도 15%를 터치하면 연 3.51%로 조기 확정한다.

다)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전남 담양군 고서면과 1사1촌 자매결연을 맺고 지역학교 업그레이드 활동을 비롯해 불우지역민 돕기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모두 불필요한 외래어를 쓰고 있는 경우이다. (엄밀히 말하면 외래어가 아니라 외국어라 해야 정확하다. 외래어는 버스나 카메라처럼 마땅한 대체어가 없어 우리말 속에 완전히 뿌리를 내린,우리말의 일부를 가리킨다.)

가)에서는 '스탠스를 취했다' 대신 '태도(견해)를 보였다(나타냈다)'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

나)에선 '15%에 다다르면' 정도면 충분할 테고 다) 역시 '업그레이드'란 모호한 표현보다는 '환경개선' 등 상황에 맞게 구체적인 우리말 표현을 골라 써야 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