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일이면 한 남자의 아내가 된다. (중략)
여자에게 있어서 결혼은 하나의 레테(망각의 江)다.
우리는 그 강물을 마심으로써 강 이편의 사랑을 잊고,강 건너의 새로운 사랑을 맞아야 한다. (중략)
나는 지금 그 강가에서 나를 건네 줄 사공을 기다리고 있다.
내 귓가에는 느릿느릿 저어오는 그의 노 소리가 들린다.'
이문열의 장편소설 '레테의 연가'는 이렇게 시작된다.
1983년 초판이 나온 이후 지금도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은 이문열이 여성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문제작이다.
그는 연애와 결혼 사이의 거리를 망각의 강인 '레테'에 비유해 일기 형식으로 작품을 풀어나갔다.
올해는 유난히 유명인들의 죽음이 많은 것 같다.
국내에서만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 2월 타계한 데 이어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와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얼마 전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이들은 모두 사후에 '레테의 강'을 지났을 것이다.
'원조 마린보이'로 통했던 조오련씨가 8월 4일 심장마비로 타계하자 한 신문은 그의 죽음을 <'아시아 물개' 레테의 강 건너다>라고 전했다.
'레테(Lethe)'가 죽음을 상징하는 말로 쓰이는 것은 그 어원과 관련이 있다.
'레테'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후 세계의 강으로,죽은 사람의 혼이 명계(冥界)로 가면서 건너야 하는 큰 강 5개 중 하나이다.
망자는 레테의 강물을 마시면 자신의 과거를 모두 잊어버리고 전생의 번뇌에서 벗어난다고 하여 '망각의 강'이라고도 불린다.
영어에서도 'the Lethe'라고 하면 (저승에 있다는) 망각의 강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관용어로 'the river of oblivion'이라 해도 같은 말로써 레테를 가리키는 것이다.
'레테'가 신화에 나오는 강 이름으로,그 자체가 '죽음'을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지만 우리말 체계에서는 관용적으로 '레테의 강'이란 구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는 관행적으로 허용되는 외래어 표기 방식의 하나인데,일부 경우에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구체적으로 그 근거를 보여주고 있다.
가령 중국 남부를 흐르는 큰 강인 주장 강(珠江),일본의 도시마 섬(利島),알프스 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 산(Mont Blanc),미국 남서부와 멕시코 사이 국경지대를 흐르는 강인 리오그란데 강(Rio Grande) 같은 게 그런 경우이다.
이들은 지명에 각각 강,섬,산 등이 포함돼 있지만 그 자체를 관용적으로 굳은 말로 보고 강,섬, 산 등을 겹쳐 적는 것이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번화가인 타임스스퀘어(Times Square) 역시 Square가 광장을 뜻하는 것이지만 같은 이유로 '타임스스퀘어 광장'이라 적는 게 허용된다.
'레테'는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올라와 있는데,이는 이 말이 우리말 속에서 죽음을 상징하는 말로 뿌리를 내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말에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레테의 강'에 버금가는,예부터 써오던 같은 의미의 다른 말이 있다.
'삼도천(三途川)'이 그것이다.
'삼도천을 건너다'처럼 쓰이는 이 말은 '사람이 죽어서 저승으로 가는 도중에 건너게 되는 큰 내'를 가리킨다.
'삼도내'라고도 하며 모두 사전에 올라있는 말이다.
죽은 지 7일째 되는 날에 이곳을 건너게 되는데,이곳에는 물살이 빠르고 느린 3개의 여울이 있어 생전 죄과의 경중에 따라 건너는 곳이 달라진다는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불교용어이긴 하지만 불교 본래의 설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 문화에서 이보다 더 많이 알려진 표현은 '북망산에 오르다'이다.
'북망산 길을 떠나다' '북망산으로 가다' '북망산에 묻히다'처럼 말하는데. 이런 표현이 우리에게 훨씬 낯익을 것이다.
북망산(北邙山)의 사전적 풀이는 '무덤이 많은 곳 또는 사람이 죽어서 묻히는 곳을 이르는 말'이다.
이 '북망산'은 실제 지명으로,중국 7대 고도의 하나인 뤄양(낙양洛陽: 낙양은 예전에 '뤄양'을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것) 서쪽에 있는 산을 가리킨다.
뤄양에는 한나라 이후 역대 제왕이나 높은 벼슬을 한 귀인들의 무덤이 많은데,특히 이 산에 역대 공경(公卿)의 무덤이 많았다고 한다.
여기서 비롯돼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조선시대 때 중국의 북망산에 견주어 불린 데가 있었다.
이중환은 택리지(1751년)에서 조선 8도 지리를 설명하면서 "경기도 장단읍 화장산 남쪽에 (산기슭이 곱고 시냇물이 평평해) 고려 때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공경의 무덤이 많다"며 사람들이 이곳을 중국의 북망산에 견준다고 했다.
이런 연유로 '북망산'은 지금도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의 상징으로 쓰이며 특히 공동묘지를 가리켜 북망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기독교계에서는 '요단강을 건너다' 란 표현을 쓴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만하다.
'요단강'은 요르단강을 성서에서 이르는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여자에게 있어서 결혼은 하나의 레테(망각의 江)다.
우리는 그 강물을 마심으로써 강 이편의 사랑을 잊고,강 건너의 새로운 사랑을 맞아야 한다. (중략)
나는 지금 그 강가에서 나를 건네 줄 사공을 기다리고 있다.
내 귓가에는 느릿느릿 저어오는 그의 노 소리가 들린다.'
이문열의 장편소설 '레테의 연가'는 이렇게 시작된다.
1983년 초판이 나온 이후 지금도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은 이문열이 여성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문제작이다.
그는 연애와 결혼 사이의 거리를 망각의 강인 '레테'에 비유해 일기 형식으로 작품을 풀어나갔다.
올해는 유난히 유명인들의 죽음이 많은 것 같다.
국내에서만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 2월 타계한 데 이어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와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얼마 전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이들은 모두 사후에 '레테의 강'을 지났을 것이다.
'원조 마린보이'로 통했던 조오련씨가 8월 4일 심장마비로 타계하자 한 신문은 그의 죽음을 <'아시아 물개' 레테의 강 건너다>라고 전했다.
'레테(Lethe)'가 죽음을 상징하는 말로 쓰이는 것은 그 어원과 관련이 있다.
'레테'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후 세계의 강으로,죽은 사람의 혼이 명계(冥界)로 가면서 건너야 하는 큰 강 5개 중 하나이다.
망자는 레테의 강물을 마시면 자신의 과거를 모두 잊어버리고 전생의 번뇌에서 벗어난다고 하여 '망각의 강'이라고도 불린다.
영어에서도 'the Lethe'라고 하면 (저승에 있다는) 망각의 강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관용어로 'the river of oblivion'이라 해도 같은 말로써 레테를 가리키는 것이다.
'레테'가 신화에 나오는 강 이름으로,그 자체가 '죽음'을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지만 우리말 체계에서는 관용적으로 '레테의 강'이란 구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는 관행적으로 허용되는 외래어 표기 방식의 하나인데,일부 경우에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구체적으로 그 근거를 보여주고 있다.
가령 중국 남부를 흐르는 큰 강인 주장 강(珠江),일본의 도시마 섬(利島),알프스 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 산(Mont Blanc),미국 남서부와 멕시코 사이 국경지대를 흐르는 강인 리오그란데 강(Rio Grande) 같은 게 그런 경우이다.
이들은 지명에 각각 강,섬,산 등이 포함돼 있지만 그 자체를 관용적으로 굳은 말로 보고 강,섬, 산 등을 겹쳐 적는 것이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번화가인 타임스스퀘어(Times Square) 역시 Square가 광장을 뜻하는 것이지만 같은 이유로 '타임스스퀘어 광장'이라 적는 게 허용된다.
'레테'는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올라와 있는데,이는 이 말이 우리말 속에서 죽음을 상징하는 말로 뿌리를 내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말에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레테의 강'에 버금가는,예부터 써오던 같은 의미의 다른 말이 있다.
'삼도천(三途川)'이 그것이다.
'삼도천을 건너다'처럼 쓰이는 이 말은 '사람이 죽어서 저승으로 가는 도중에 건너게 되는 큰 내'를 가리킨다.
'삼도내'라고도 하며 모두 사전에 올라있는 말이다.
죽은 지 7일째 되는 날에 이곳을 건너게 되는데,이곳에는 물살이 빠르고 느린 3개의 여울이 있어 생전 죄과의 경중에 따라 건너는 곳이 달라진다는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불교용어이긴 하지만 불교 본래의 설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 문화에서 이보다 더 많이 알려진 표현은 '북망산에 오르다'이다.
'북망산 길을 떠나다' '북망산으로 가다' '북망산에 묻히다'처럼 말하는데. 이런 표현이 우리에게 훨씬 낯익을 것이다.
북망산(北邙山)의 사전적 풀이는 '무덤이 많은 곳 또는 사람이 죽어서 묻히는 곳을 이르는 말'이다.
이 '북망산'은 실제 지명으로,중국 7대 고도의 하나인 뤄양(낙양洛陽: 낙양은 예전에 '뤄양'을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것) 서쪽에 있는 산을 가리킨다.
뤄양에는 한나라 이후 역대 제왕이나 높은 벼슬을 한 귀인들의 무덤이 많은데,특히 이 산에 역대 공경(公卿)의 무덤이 많았다고 한다.
여기서 비롯돼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조선시대 때 중국의 북망산에 견주어 불린 데가 있었다.
이중환은 택리지(1751년)에서 조선 8도 지리를 설명하면서 "경기도 장단읍 화장산 남쪽에 (산기슭이 곱고 시냇물이 평평해) 고려 때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공경의 무덤이 많다"며 사람들이 이곳을 중국의 북망산에 견준다고 했다.
이런 연유로 '북망산'은 지금도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의 상징으로 쓰이며 특히 공동묘지를 가리켜 북망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기독교계에서는 '요단강을 건너다' 란 표현을 쓴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만하다.
'요단강'은 요르단강을 성서에서 이르는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