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남이 파출부와 결혼하면 GDP가 줄어든다?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25) GDP의 의의와 한계
이번 호에서는 거시경제의 입문이라고 할 수 있는 GDP(국내총생산)에 대하여 공부를 하겠다.

GDP라는 통계는 말만 들으면 또 골치 아픈 경제용어가 시작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매우 필요한 통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GDP는 우리말로는 국내총생산이라 하며,말 그대로 일정 기간 동안(보통 1년)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총합해서 산출해낸 통계 자료를 의미한다.

어떤 나라의 경제 규모를 알기 위해서 그 나라의 총생산량을 모두 총괄하는 수치를 알아낼 필요가 있다는 것은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문제일 것이다.

한 나라가 아니라 가계의 경제를 꾸려나갈 때도 집안의 총소득을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마찬가지로 GDP는 국가경제 규모를 알기 위한 기본적인 통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이 경제적 상식이 된 것은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유럽에서 중상주의가 한참 위세를 떨칠 때에는 금은과 같은 귀금속이 많은 나라를 부자 나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유럽 각 나라는 귀금속 보유량을 늘리기 위하여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을 늘리는 보호무역 정책을 펼쳤고,식민지에 금광을 개발하여 나라 금고에 금을 넣어놓는 일을 하였다.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금고 속에 있는 돈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지 않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라의 금고에 있는 귀금속이 국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그 나라에서 생산한 생산물들이 국가의 부를 알려준다는 상식을 일깨워준 사람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였다.

애덤 스미스는 유명한 저서 국부론에서 국부(國富)의 원천을 "모든 국민이 해마다 소비하는 생필품과 편의품의 양"이라고 가르쳐주었다.

이후 사람들은 부강한 나라는 금고에 귀금속을 쌓아놓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소비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더 많이 생산하는 나라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프리카에는 영토로 봤을 때 남한보다 규모가 큰 나라들이 많지만,그런 나라들을 우리나라보다 큰 나라로 여기지 않는다.

바로 국민이 소비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즉 GDP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GDP가 나라의 경제 규모를 파악하는 중요한 자료라는 것을 알았다면 이것을 어떻게 계산하는가에 대하여 알아보자.

서두에 언급한 정의에 나와 있는 대로 GDP는 최종 재화와 서비스,즉 최종 생산물의 가치로 계산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최종 생산물이라고 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소비하여 없어지는 재화와 서비스를 의미한다.

가령 농민과 직거래하여 쌀 20㎏을 3만원에 샀다고 해보자.

내가 집에서 밥을 해먹으면 이 쌀은 최종 재화가 되고,GDP에는 3만원이 더해진다.

만약에 재래시장의 쌀집 주인이 3만원을 주고 쌀을 사서,5000원의 마진을 붙여 3만5000원에 팔았다고 해보자.

그러면 국내총생산에는 3만5000원이 더해진다.

여기서 3만원은 쌀이라는 최종 재화이고,5000원은 쌀의 이동이라는 최종 유통 서비스의 가격이다.

이렇게 되면 쌀집에서 판 3만5000원의 가격이 국내총생산에 계산된다.

쌀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쌀과자라는 최종 재화를 통해 국내총생산에 계산되는 것으로 계산 방법을 다시 살펴보자.

집에서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2000원짜리 쌀과자에는 일단 농민이 생산한 쌀의 가치,쌀을 과자공장으로 이동시킨 사람들의 서비스, 쌀을 쌀과자로 바꾸면서 새로 생긴 부가가치,여기에 일선 가게로 이동해 오는 유통서비스의 가치가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여기서 중간에 들어간 쌀 가격이나 이동 서비스의 가격,유통 서비스의 가치는 모두 쌀과자 가격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최종 재화인 쌀과자의 가격 2000원이 국내총생산에 계산되는 것이다.

최종재화의 가치 대신에 부가가치의 합계를 통해 계산할 수 있다.

농부가 밀 3만원어치를 생산하여 제분업자가 1만원의 부가가치를 더해 4만원어치의 밀가루를 생산하고,제빵업자가 이를 모두 구입하여 5000원의 부가가치를 더해 빵 4만5000원어치를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농부가 생산한 부가가치 3만원,제분업자가 생산한 부가가치 1만원,제빵업자가 생산한 5000원의 부가가치를 모두 합해서 4만5000원을 국내총생산의 항목으로 계산할 수 있다.

물론 이 결과는 최종 재화인 빵의 가격 4만5000원과 일치하게 된다.

이렇게 GDP를 계산해 내면 1년 동안 국민들이 소비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 총계를 알아낼 수 있다.

GDP 자체는 국가의 규모를 총량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GDP규모가 큰 나라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발언권도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GDP가 높다고 해서 국민들이 실제로 누리는 삶의 질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가령 중국이 우리보다 GDP규모가 크지만 국민 한 사람당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가 많은 것은 아니다.

중국은 우리보다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별로 삶의 경제적 질을 따지기 위해서는 GDP를 인구 수로 나눈 1인당 GDP를 사용해야 한다.

1인당 GDP로 보면 중국은 2000달러,우리나라는 2만달러 수준으로 우리가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인당 GDP 계산으로도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정확히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GDP 계산에는 무시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시장에서 거래된 재화와 서비스만 계산된다는 점이다.

경제학자들이 GDP와 관련하여 많이 하는 우스갯소리로 독신남이 집에서 고용한 파출부와 결혼을 하면 GDP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80만원을 받고 집청소와 밥을 해주던 파출부를 사랑하게 되어 결혼을 하면,이후에 아내가 된 파출부는 똑같은 일을 해도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가사노동이 되기 때문이다.

독신남의 월급이 200만원이었다면 그동안 이 집의 GDP 기여분은 파출부에게 주던 월급 80만원을 더해 280만원이었는데,결혼한 이후로는 200만원으로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꼭 이러한 주부의 가사노동 이외에도 주위에서 보면 분명히 생산활동임에도 불구하고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 일이 매우 많다.

봉사활동의 경우도 매우 중요한 생산활동이지만 GDP에는 전혀 계산이 되지 않는다.

삶의 질을 나타내기에는 제한점이 많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아지면 카센터와 병원의 수입이 늘어 GDP가 증가하는 모순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고,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같은 비용을 정확히 계산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많이 지적된다.

또한 총량 개념이기 때문에 분배 구조를 알 수 없는 것도 문제점 중에 하나이다.

결국 GDP는 삶의 질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지표 중에 하나이지 이를 절대화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지표 중에서 GDP는 각국의 경제 규모와 이에 따른 국민들의 경제 생활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GDP의 상승률로 표현되는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고,국민들은 경제성장률로 정부에 대한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까지 GDP의 의의,계산 방법,한계점에 대하여 간단하게 알아봤다.

언론 보도를 보면 GDP나 1인당 GDP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그만큼 경제적으로 중요한 통계임을 알려주고 있다.

GDP가 주는 경제적 의미와 한계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도 쑥쑥 커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대원 하남 신장고 교사 amharez@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