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걸이'로 시작해 '떨이'로 마치다

"옷을 '털어' 묻은 먼지를 '떤다'"라고 하고 "곰방대를 '털어' 재를 '떨어낸다'"라고 쓴다.

그래서 먼지나 재를 '떨어내는' 도구는 항상 '먼지떨이' '재떨이'이지 '먼지털이' '재털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경우와는 달리 '떨이'는 또 '팔다 남은 물건을 다 떨어서 싸게 파는 일,또는 그렇게 파는 물건'을 뜻하기도 한다.

물론 이때의 '떨이'는 먼지떨이나 재떨이의 '떨이'와는 다른 말이다.

'마지막 남은 물건을 떨이로 팔다/이 채소는 떨이라 그런지 좀 시들었다'처럼 쓰인다.

이 경우에도 항상 '떨이'이지 '털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떨이'가 남은 물건을 떨어 파는 것이라면 '마수걸이'는 그날 맨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모두 우리 고유어이다.

또 먼지떨이는 '총채'라고도 하는데,이때의 '총'은 '말의 갈기와 꼬리의 털'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채'는 채찍을 뜻하기도 하고 벌로 사람을 때리는 데에 쓰는 나뭇가지,또는 북 장구 꽹과리 따위의 타악기를 치거나 현악기를 타서 소리를 내게 하는 도구를 가리킨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이 '털이'를 쓰는 경우가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가족이 며칠씩 집을 비운 틈을 타 아파트 빈집털이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때 쓰인 '빈집털이'를 비롯해 '금고털이, 은행털이' 같은 말이 그것이다.

이 경우 '털다'는 '옷을 털다/담뱃대를 털다'라고 할 때와는 다른 의미로, '남이 가진 재물을 몽땅 빼앗거나 그것이 보관된 장소를 뒤지어 훔치다'란 뜻이다.

'은행을 턴 강도를 수배하다/강도가 집에 있는 돈을 털어 갔다'처럼 쓰인다.

가령 '은행털이'란 말은 '은행의 돈을 터는 일, 또는 그런 도둑'을 가리킨다.

사전에 오른 말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털이'는 두 가지로 쓰인다.

하나는 행위를 말하고 또 하나는 사람을 나타내기도 한다.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빈집털이,금고털이'는 아직 사전에 오른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빈집털이'는 2003년 국립국어원 '신어자료집'에 올랐다.

그 쓰임새의 빈도나 지속성 등을 볼 때 이미 사전에 오를 만한 자격은 갖춘 것 같다.

'금고털이' 같은 말도 사전에서 아직 정식 단어로 다루지 않았을 뿐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