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볼 것인가,크게 볼 것인가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23) 거시 경제학과 미시 경제학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그런데 높이 날면 전체를 관찰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세상의 구체적인 모습을 알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새가 두 발로 땅을 여행한다면 얼마 가지 않아 지치고,세상의 전체적인 모습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무작정 높이 난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며,지면에 가까이 있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전체의 모습을 개략적으로 보고 싶다면 높이 날아야 하고,구체적 모습이 궁금하다면 땅을 누벼야한다.

높이 나는 새는 거시(巨視)경제학(macroeconomics)이며,땅을 여행하는 새는 미시(微視)경제학(microeconomics)이다.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거시’란 큰 그림을 본다는 것이고 ‘미시’란 작은 그림을 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경제학’이 붙는다면 어떤 의미를 가질까?

‘경제학’하면 희소한 자원 속에서 인간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다루는 학문이다.

여기서 합리적 의사결정이란 자원이 낭비되지 않는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의미한다.

소비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은 수요곡선에 나타나며,생산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은 공급곡선에 나타난다.

그리고 이 두 경제주체가 만나 시장을 형성한다.

시장에서는 두 경제주체의 이익추구 행위를 통해 가격이 결정된다.

따라서 경제학하면 수요와 공급,그리고 가격을 떠올리는 것이다.

이처럼 미시경제학은 개별 경제주체의 합리적 선택과 그로 인한 개별 시장의 가격결정 분석을 기초로,작고 구체적인 경제행위를 관찰하는 것이다.

사과시장,반도체시장,쌀시장의 가격과 수량의 분석이 미시경제학의 분야에 해당한다.

미시경제학에서 시장의 가격결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큰 나머지 미시경제를 ‘가격이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미시경제학도 개별 시장만이 아닌 2개 이상의 시장을 다루기도 한다.

“대체제의 가격이 상승하면 다른 시장에 어떤 일이 발생할까?”와 같은 고민은 개별 시장이 아닌 2개 이상의 시장 및 가격결정에 관한 것으로 분석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이런 논리를 경제에 존재하는 많은 시장,극단적으로 모든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고 이런 분석을 일반균형(general equilibrium)분석이라고 부른다.

일반균형 분석은 많은 개별 시장이 상호 작용을 하면서 동시에 각 시장의 서로 다른 가격을 다룬다.

고등어 시장의 가격이 오르면 갈치 시장의 수요가 증가해 갈치 가격이 올라 두 시장의 가격이 함께 결정되는 것이고 같은 분석이 일반균형적인 분석에 해당한다.

물론 고교 과정에서 두 시장을 넘어선 시장의 연관성을 분석하지 않지만,이와 같이 시장의 유기적 분석이 거시경제적 분석의 기초가 된다.

거시경제학은 개별적이고 세밀한 것보다 높이 날아서 국민경제 전체의 큰 그림을 보고 싶어 한다.

모든 생산과 서비스를 한데 모은 국내 총생산을 비롯해 국민 총소득,실업률,물가,이자율,국제수지와 같은 단어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 덩치가 꽤 크고 국민경제 전체를 다룬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큰 덩치를 관찰하다 보니 거시경제학은 총합(aggregation)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수요와 공급이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미시경제학의 출발이라면,거시경제학은 한 국가의 모든 수요를 더해 총수요란 개념을 만들고,한 국가의 모든 공급을 모아 총공급이란 개념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여기서 물가와 국내 총생산이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격은 개별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할 때 사용되는 미시적 용어이며 물가는 한 나라 경제 내 존재하는 재화의 평균가격을 나타내는 거시적 용어로 볼 수 있다.

실업률이란 단어도 총합을 나타내는 거시적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왜냐하면 실업률이란 한 나라 경제 내에 존재하는 모든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특정 산업에서 노동의 수급과 임금 결정은 미시경제학의 분야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 나라 화폐의 총공급을 나타내는 통화공급,그리고 그로 인한 이자율 변화와 그 국민경제 파급 효과 분석은 거시적 문제이고,주택시장의 대출 이자율 결정은 미시적 문제로 봐야 한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했듯이 미시 경제의 일반균형분석 시각은 거시경제의 분석과 다르지 않고,심지어 미시와 거시를 따로 분석한다면 흔히 말하는 구성의 오류(fallacuy of composition)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 저축은 부를 축적하고 부유해지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지만 모든 사람이 저축을 늘리면 소비가 감소하고 수요가 부족해져서 경기가 위축되어 소득이 줄고 결과적으로 나라 전체로 보면 저축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시적 입장에서 저축이 합리적 선택이었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본다면 개인의 저축이 오히려 국가 전체의 저축을 감소시킨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물론 저축이 신속하게 투자로 연결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시장의 관계를 고려한 거시경제적 분석이 항상 미시경제적 분석보다 더 우월한 것은 아니다.

소화불량이나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종합건강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처럼 특정 시장의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국내 총생산과 물가,실업률을 관찰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종합건강검진은 몸 전체의 균형을 살펴보는데 도움이 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어느 정도 아픈 것인가를 알기는 어렵다.

종합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있어 보이는 부위는 정밀검진을 통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거시경제적 분석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총합적 개념들을 다루기 때문에 국민 경제의 평균적 모습을 관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런 총합 변수들은 수많은 시장의 평균적 움직임을 보여줄 뿐 구체적 시장 하나하나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미시경제학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거시적 분석에 따라 국내 총생산이 증가하고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되어도 일부 사양산업은 존재할 수 있다.

일부 사양산업의 구조와 움직임을 보려면 해당 시장의 미시적 분석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분석이란 목적에 맞는 수단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시와 거시 경제분석은 모두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잘 생각해 보면 교과서가 위 글의 순서와 같이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업 초기에 경제생활과 경제문제의 해결을 배우고,이후 시장과 경제활동에 관해 배우고 있다.

그리고 나면 시장이 잘 작동하지 않는 ‘시장실패’를 배우고 그 해결방법에 관해 공부하게 된다.

그리고 나면 가계ㆍ기업ㆍ정부의 합리적 선택을 각각 배운다.

이 모든 것은 미시경제학의 영역에 해당한다.

1학기가 끝나고 나면 국민경제의 모습에 대해 배우게 된다.

먼저 국내 총생산을 배우고 실업,물가와 같은 내용을 공부한다.

이런 총체적 국민경제의 모습을 경제변동이라는 큰 바구니에 담아 거시경제학의 공부를 시작한다.

그리고 나아가 국가의 경제를 운영하기 위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배우고,국가를 넘어 세계 경제와 관련된 더 큰 그림인 국제수지나 세계화에 대한 내용으로 경제학습을 마무리하게 된다.

지금까지 ‘경제 교과서 친구 만들기’가 미시적 문제들을 다루었다면 2학기에는 국내 총생산과 실업,물가 등 거시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개념들을 풀어나갈 것이다.

차성훈 KDI경제정보센터 전문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