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부터 탈출’보다 ‘북한에서 탈출’이 좋아

조사 '(으)로부터'는 '에서부터'와 같은 뜻을 가진 말이다.

어떤 행동의 출발점이나 비롯되는 대상임을 나타내는 격조사이다.

예를 들면 '휴전선으로부터 1㎞ 떨어진' '이 일로부터 비롯된…'과 같이 어떤 출발점이나 무엇이 비롯됨을 드러낼 때 제격이다.

시간이나 움직임의 방향 등을 나타내는 격조사 '로'와 시작의 뜻을 담는 보조사 '부터'가 결합한 말이다.

그런데 영어의 전치사 from에 익숙한 탓인지 글쓰기에서 이 '-로부터'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가)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어 OOO 국무총리로부터 시정 연설을 들었다.

나) 내가 세계의 지도자들로부터 배운 교훈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다) 이번 의정서는 50개국으로부터 비준을 받으면 발효된다.

라) 북한으로부터 탈출해 온 ×××씨//야당 총재로부터의 협상 제의를 받고…//주택 수요자들로부터 인기를 끌다//정치 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기아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게//우리가 IMF 관리체제로부터 얻은 교훈은//금융기관으로부터 빌려 쓴 부채가….

마) 이 제품은 정부로부터 우수 발명품으로 선정됐다.

가)에서는 'OOO의 연설을 듣다'라고 하지 'OOO로부터 연설을 듣다'라는 표현은 우리말법에 비춰 볼 때 어색하다.

이 경우 'OOO에게서 연설을 듣다'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고,이보다 'OOO한테서 연설을 듣다'라고 하면 좀 더 구어체적 표현이다.

나)는 '지도자들에게(서) 배우다' '…한테(서) 배우다'가 자연스러운 어법이고 다)는 '50개국에서 비준을 받다'가 일반적인 말투다.

라)에서 '탈출하다'는 자동사와 타동사 양쪽으로 쓰이므로 문맥에 따라 '북한에서 탈출해온' 또는 '북한을 탈출해온'이 더 적절한 표현법이다.

나머지도 각각 글의 흐름에 따라 다른 조사 '의,에게(서),에서,한테(서)' 등으로 바꿔 쓰는 게 우리말답다.

마)는 'A는 …로부터 …로 선정됐다'의 꼴이다.

조사 '로부터'의 사용도 어색하고 그러다 보니 피동 구문이 된 것도 거슬린다.

'정부는 이 제품을 우수 발명품으로 선정했다' 식으로 주체를 살려 능동형으로 쓰면 문장이 힘도 있고 의미도 명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