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남성만 국방의 의무 지우는건 평등권에 위배”

반 “기계적인 남녀 병역 평등 강요는 억지 주장”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지도록 하면서 남자만 징집하는 병역법이 위헌인지 여부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다.

9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는 '여성에게 전환복무나 대체복무 방식으로라도 병역 의무를 지게 해야 한다'는 주장과 '기계적인 남녀 평등이 헌법이 정한 국방의 의무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2006년 말 현역복무 중 평등권이 침해됐다며 병역법 제3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고 입대한 김모씨(28) 측은 "남성이 여성보다 사회 진출을 늦게 하면서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면서 "무기의 현대화로 칼과 창을 드는 전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도 후방근무를 못할 이유가 없고 군 복무 가산점 논란도 자동으로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쪽에서는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가 여성을 전투병력으로 사용하는 데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으며, 여성이 군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늘고는 있지만 지원병으로도 충분하다"며 모든 여성을 징집해야 할 필요성은 없다고 반박한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9조 1항의 '모든 국민'에 여성은 예외일 수 있느냐는 것은 해묵은 시빗거리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여성에 대한 병역의무 부과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하지만 여성 병역 부과가 국방력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모성보호의 헌법적 요청과 충돌할 여지는 없는지 등을 놓고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여성에게도 병역의무를 지우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살펴본다.

⊙ 찬성 측, "국방의 의무규정에 따라 여성도 당연히 군대에 가야"

여성에 대한 병역의무 부과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여성도 병역의무를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저출산으로 병역자원의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만큼 여성들을 병역자원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또 "여성은 군대에 가지 않음으로써 사회진출과 직업선택 등에서 남성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며 남녀 모두에게 병역의무를 부여하는 게 공익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인다.

여성도 기초적인 군사훈련을 받을 수 있고 간호 업무,후방 지원과 같은 지원 업무나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데도 여성에 대해 병역 의무를 면제해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꼬집는다.

일각에서는 "남자에게만 병역의무를 부여토록 한 병역법은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는 데 있어 평등권에 반하는 것"이라며 "여성에게도 합리적인 국방의 의무가 부과되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 반대 측, "병역의무와 관련해 남녀평등 강요는 헌법정신에 위배"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병역의무와 관련해 여성에게 남성과 획일적 평등을 강요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인력의 합리적 충원을 통해 전투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기계적 남녀평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대체복무라도 시켜야 한다고들 하지만 수요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게 국방의 의무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징집 대상자의 범위는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목적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여성에게 병역을 요구할 정도로 병력이 필요하지 않으며,여성의 병역의무 부과에는 막대한 사회적 · 경제적 비용이 수반된다"고 우려한다.

특히 급속한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로 임신과 출산을 적극 장려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모성 보호 차원에서도 여성에게 병역 의무를 지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한다.

⊙ 임신 출산 장려해야 할 마당에 여성 병역부과는 바람직하지 않아

여성에 대한 병역부과 문제는 우리나라 군대제도의 근간에 대한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는 사안이라 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병역의무 부과에는 막대한 사회적 · 경제적 비용 문제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성들은 국가적 현안인 저출산 고령화문제를 해결해주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점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여성의 군복무를 위한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군대 내 성희롱 등에 대한 대책이나 사전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병사 숫자만 늘린다고 해서 국방력이 강화되는 것도 아니다.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해 임신과 출산을 적극 장려해야 하는 마당에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지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한마디로 여성에 대한 병역부과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국방 당국은 최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징집대상자의 범위를 합목적적으로 결정해야 하며, 인력의 합리적 충원을 통해 전투력을 극대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병력의 정예화를 통한 전투력 향상이 불가피한 만큼 모병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대체복무제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에서 군 복무를 하는 대신 군복무에 해당하는 기간 또는 그 이상을 사회복지요원 또는 사회공익요원,재난구호요원 등으로 일하게 함으로써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2004년 5월21일 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판결이 나오면서 대체복무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현행제도가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대체복무를 시행할 경우 사회복지가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하는 측에서는 대체복무가 국민개병주의 원칙에 어긋나고,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군 가산점제도

제대군인을 대상으로 군 복무기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주기 위해 취업시 과목별로 시험 득점에 5%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1998년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가 군가산점에 의해 탈락한 사람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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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7월10일자 보도기사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지도록 하면서 남자만 징집하는 병역법이 위헌인지 여부가 헌재 심판대에 올랐다.

9일 오후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는 여성에게 전환복무나 대체복무 방식으로라도 병역 의무를 지게 해야 한다는 주장과 기계적 평등이 헌법이 정한 국방의 의무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맞섰다.

2006년 말 평등권 등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내고 입대한 김모씨(28) 측은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저출산으로 병역자원의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성을 병역자원에 포함하고 전환복무나 대체복무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은 "여성이 포함되면 현역 남성의 가용인원이 많아져 병역기간이 단축될 수 있고 병역 의무를 진 남자가 사회 진출에 있어 기본권이 제한되고 있는 현실로 볼 때 병역 의무 이행에 있어 남녀를 차별하지 않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해 관계인인 국방부 측은 인력의 합리적인 충원을 통해 전투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병역의무의 기계적인 남녀평등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방부는 "군은 무기 첨단화와 전투력 증진 등의 국방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막연히 병사의 수를 늘린다고 국방력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대체복무라도 시켜야 한다고 하지만 수요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계적 평등을 위해 여성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헌법이 정한 국방의 의무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