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가 되고 싶은 말 ‘발 빠르다’

가) 발빠른 기술 교류와 개발 경쟁으로 상품 성능의 격차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나) 청소년의 존재 기반은 다름아닌 학교와 가족이다.

이 문장에서는 각각 '발빠른''다름아닌'을 구의 구조로 볼 것인가,한 단어로 볼 것인가가 문제다.

한 단어로 본다면 복합어이므로 붙여 쓰는 것이고 각각의 단어로 인식되면 당연히 띄어 써야 한다.

어떤 말을 구의 구조로 볼 것인지,하나의 단어로 볼 것인지의 구분은 일반적으로 중간에 다른 단어가 끼일 수 있는지의 여부로 판단하는 방법이 있다.

예컨대 '어깨동무'란 말은 '어깨'와 '동무' 사이에 다른 단어가 끼일 여지가 없으므로 두 말이 단단히 결합한 복합어로 본다.

그러나 '가을 하늘'에선 '가을 아침 하늘' 식으로 다른 말이 쉽게 쓰일 수 있으므로 구를 이루는 말로 보는 것이다.

'발빠른'에서도 이를 한 단어로 본다면 당연히 붙여 써야 한다.

이 경우 기본형은 '발빠르다'가 될 터인데 이런 말은 사전에 없다.

아직 단어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비슷한 형태인 '발붙이다'나 '발빼다'는 복합어로 인정돼 사전에 올랐다.

이들은 물론 글자 그대로 푼,물리적 의미의 '발을 (어디에) 붙이다'거나 '발을 뺀다'는 게 아니라 각각 '의지하거나 근거로 삼다''어떤 일에서 관계를 끊고 물러나다'라는 새로운 의미로 바뀐 말이다.

그렇다면 '발빠르다'의 경우 비록 사전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어떤 계획이나 일을 민첩하게 추진 · 수행해 가다'라는 확대된 의미로 쓰는 것이므로 하나의 전성어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사전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은 공인된 단어가 아니라는 뜻이므로 아직은 이를 '발 빠르다'식으로 띄어 써야 한다.

이를 '발빠른'처럼 붙여 쓰기 쉬운 까닭은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두 말을 하나의 단어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이같이 단어와 구의 경계는 모호한 점이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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