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상황’의 지배를 받는다
⊙ 인간은 어떻게 악행에 가담하는가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가 2003년 연출했던 「도그빌」은 인간 본성이 무엇인지를 캐묻는 작품이다.
영화는 누군가에게 쫓기듯 '도그빌' 마을에 '그레이스'라는 한 여인이 등장하며 시작된다.
폐쇄적인 마을 사람들은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주민 회의를 거쳐 마을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지내게 해준다.
처음에 마을 사람들은 그레이스를 못미더워하며 일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레이스가 신뢰를 얻기 위해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보자 마을 사람들도 소정의 수고비까지 주며 마음을 터놓고 일을 맡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배려는 오래가지 않는다.
어느 날 경관들이 그레이스의 실종 포스터를 수배 포스터로 바꿔 붙이면서 상황이 악화된다.
마을 사람들 중 몇몇이 그녀가 쫓기는 처지에 있다는 것을 약점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고 그 수는 점차 많아지다가 결국에는 마을 사람 전체가 그녀를 착취하기에 이르고 급기야는 그녀를 성폭행과 학대의 대상으로까지 삼게 된다.
마을 주민 대다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타인의 약점을 발견하는 순간부터,다른 사람이 그것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목격한 순간부터 그릇된 욕망을 투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우리 소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에도 유사하게 나타나 있다.
작품 속 황만근 역시 「도그빌」의 그레이스처럼 일종의 약점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그의 어머니가 열댓살에 돈을 받고 팔려와 낳은 자식인데 6 · 25 때 아버지가 죽어 유복자로,그것도 팔삭동이로 태어났다.
다른 마을 사람들과 비교할 때 황만근은 소수자이며 약점을 지닌 인물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하지만 황만근은 「도그빌」의 그레이스처럼 성실한 인간성을 지녔다.
그는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 했을 뿐더러 이웃 일을 자기 일처럼 도왔고 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했다.
그러나 황만근은 어딘지 모자라는 말투와 행동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었고 그런 까닭에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면서도 있으나마나한 존재로 치부되었다.
⊙ 상황이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황만근이 없어졌다'로 시작된다.
있으나마나한 존재이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던 황만근이 없어지자 마을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이다.
실상 황만근의 부재는 그가 해왔던 궂은일을 마땅히 할 사람이 없어서,그래서 그 불편함 때문에 인식된다.
이를테면 마을회관 변소에서 분뇨를 퍼내는 일,분뇨를 익혀 공평하게 분배하는 일,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무사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일 등은 황만근이 아니면 해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황만근이 사라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마을 사람들이 황만근이 사라진 것을 안 것은 농가 부채 탕감 촉구 농민궐기대회에 참석한 그 다음 날이었다.
전날 동네 이장은 마을 사람들에게 대회에 꼭 참석해서 자신들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고 대회 참가를 신신당부했었다.
그리고 이왕에 참여할 거면 경운기를 몰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황만근에게는 '상농사꾼이 꼭 가야 한다'며 참여를 더욱 부추겼다.
이에 '농사 짓는 사람은 빚을 지면 안된다'는 지론을 지녔던 황만근은 새벽 일찍부터 경운기를 타고 나섰고 그 후로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황만근,황선생은 어리석게 태어났는지는 모르지만 해가 가며 차츰 신지(神智)가 돌아왔다.
하늘이 착한 사람을 따뜻이 덮어주고 땅이 은혜롭게 부리를 대어 알껍질을 까주었다.
그리하여 후년에는 그 누구보다 지혜로웠다.
그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듯 그 지혜로 어떤 수고로운 가르침도 함부로 남기지 않았다.
스스로 땅의 자손을 자처하여 늘 부지런하고 근면하였다.
사람들이 빚만 남는 농사에 공연히 뼈를 상한다고 하였으나 개의치 아니하였다.
사람 사이에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나 함께하였고 공에는 자신보다 남을 내세워 뒷사람을 놀라게 했다. (중략)
전일에,선생은 경운기를 끌고 면소재지로 갔지만 경운기를 타고 온 사람이 없어 같이 갈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선생은 다시 경운기를 끌고 백릿길을 달려 약속장소인 군청까지 갔다.
가는 동안 선생은 여러 번 차에 부딪힐 뻔했다.
마른 봄바람에 섞인 먼지가 눈을 괴롭혔다.
날은 흐렸고 추웠다.
이윽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경운기에는 비를 피할 만한 덮개가 없어서 선생은 뼛속까지 젖어드는 추위에 몸을 떨었다.
선생이 군청 앞까지 갔을 때 이미 대회는 끝나고 아무도 없었다.
-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위의 인용은 마을 사람들 중 유일하게 황만근의 진실성을 이해한 민씨에 의해 쓰여진 황만근의 묘비명 중 일부다.
위의 인용처럼 황만근은 동네 이장이 요청한 대로 고장난 경운기를 끌고 '백릿길'을 달려 군청까지 갔던 것이었고 결국 돌아오는 길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
마을 사람 그 누구도 경운기를 가져오지 않고 동네 이장마저도 자가용으로 이동했지만 황만근은 이장의 말을 진실성 있게 받아들였고 이를 실천한 것이다.
결국 경운기를 몰고 오라던 이장의 말 한마디가,시키면 뭐든지 할 것만 같은 황만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째서 선한 본성을 포기한 채 한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데에 동참하고 묵인했던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이 상황에 지배를 받는 한계를 지니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마을 사람들 중 유일하게 황만근의 가치를 인정하는 이는 귀농한 민씨였다.
그는 마을의 토박이가 아니고 얼마전 귀농한 까닭에 황만근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과 시선을 달리할 수 있었다.
쉽게 이야기하면 외부인이었기 때문에 황만근을 달리 이해할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황만근을 조롱하고 부려먹는다.
만약 마을의 토박이 중 누군가가 그 무리에 끼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까닭 모를 소외감을 느낄 것이며 자신도 황만근처럼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 불안감에 휩싸일 것이다.
결국 상황은 인간의 의지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고 그것이 집단적인 악으로 발현했던 것이다.
따라서 요지는 인간이 집단 내에서 어떤 상황을 만들어가고 이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릇된 상황을 처음부터 조장하거나 방치,묵인하게 되면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상황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 소설 이야기를 마치면서
얼마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아마도 그는 「도그빌」의 그레이스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황만근처럼 약점 많은 나약한 인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번듯한 일류대학 출신이 아니라 상업학교를 졸업했고 장인의 좌익 경력이 문제시되었으며 당내 소수파였을 뿐만 아니라 재임기간 내내 낮은 지지율에 허덕인 것을 보면 그는 분명 약점이 많은 인간이었다.
그랬던 탓에 그는 누구에게나 조롱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는 누구보다도 삶을 진정성 있게 살았던 듯하다.
그 누구도 깨려하지 않았던 지역감정의 벽을 넘기 위해 바보처럼 도전했고,검찰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도 부당하게 권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섰으며 권위주의 정치를 타파하는 데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
어쩌면 그의 모습은 무모하게 경운기를 끌고 백릿길을 달렸던 황만근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가 죽음을 택한 것은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조장한 이들과 이를 묵인한 다수의 대중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호를 끝으로 소설 이야기는 끝난다.
그간 소설 이야기를 통해 여러 주제에 대해 함께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다.
끝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소설은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포괄하고 또 심오한 철학적인 주제도 접할 수 있는 보고이므로 두루 읽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앞으로 또 다른 기회로 다시 만나기를 소망하며.
전주 상산고 교사 et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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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림 = 생글생글 교사논술 특강은 학교 선생님들이 필자로 참여하는 코너입니다.
평소 논술 자료를 모아둔 선생님이 계시면 첫 회 원고(200자 원고지 16장 + 도표 또는 그림)와 회별 주제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생글에 보도된 교사논술특강은 홈페이지(www.sgsgi.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원고가 채택된 선생님께는 소정의 고료를 드립니다.
많은 선생님의 참여 바랍니다.
⊙ 인간은 어떻게 악행에 가담하는가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가 2003년 연출했던 「도그빌」은 인간 본성이 무엇인지를 캐묻는 작품이다.
영화는 누군가에게 쫓기듯 '도그빌' 마을에 '그레이스'라는 한 여인이 등장하며 시작된다.
폐쇄적인 마을 사람들은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주민 회의를 거쳐 마을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지내게 해준다.
처음에 마을 사람들은 그레이스를 못미더워하며 일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레이스가 신뢰를 얻기 위해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보자 마을 사람들도 소정의 수고비까지 주며 마음을 터놓고 일을 맡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배려는 오래가지 않는다.
어느 날 경관들이 그레이스의 실종 포스터를 수배 포스터로 바꿔 붙이면서 상황이 악화된다.
마을 사람들 중 몇몇이 그녀가 쫓기는 처지에 있다는 것을 약점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고 그 수는 점차 많아지다가 결국에는 마을 사람 전체가 그녀를 착취하기에 이르고 급기야는 그녀를 성폭행과 학대의 대상으로까지 삼게 된다.
마을 주민 대다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타인의 약점을 발견하는 순간부터,다른 사람이 그것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목격한 순간부터 그릇된 욕망을 투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우리 소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에도 유사하게 나타나 있다.
작품 속 황만근 역시 「도그빌」의 그레이스처럼 일종의 약점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그의 어머니가 열댓살에 돈을 받고 팔려와 낳은 자식인데 6 · 25 때 아버지가 죽어 유복자로,그것도 팔삭동이로 태어났다.
다른 마을 사람들과 비교할 때 황만근은 소수자이며 약점을 지닌 인물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하지만 황만근은 「도그빌」의 그레이스처럼 성실한 인간성을 지녔다.
그는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 했을 뿐더러 이웃 일을 자기 일처럼 도왔고 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했다.
그러나 황만근은 어딘지 모자라는 말투와 행동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었고 그런 까닭에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면서도 있으나마나한 존재로 치부되었다.
⊙ 상황이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황만근이 없어졌다'로 시작된다.
있으나마나한 존재이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던 황만근이 없어지자 마을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이다.
실상 황만근의 부재는 그가 해왔던 궂은일을 마땅히 할 사람이 없어서,그래서 그 불편함 때문에 인식된다.
이를테면 마을회관 변소에서 분뇨를 퍼내는 일,분뇨를 익혀 공평하게 분배하는 일,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무사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일 등은 황만근이 아니면 해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황만근이 사라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마을 사람들이 황만근이 사라진 것을 안 것은 농가 부채 탕감 촉구 농민궐기대회에 참석한 그 다음 날이었다.
전날 동네 이장은 마을 사람들에게 대회에 꼭 참석해서 자신들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고 대회 참가를 신신당부했었다.
그리고 이왕에 참여할 거면 경운기를 몰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황만근에게는 '상농사꾼이 꼭 가야 한다'며 참여를 더욱 부추겼다.
이에 '농사 짓는 사람은 빚을 지면 안된다'는 지론을 지녔던 황만근은 새벽 일찍부터 경운기를 타고 나섰고 그 후로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황만근,황선생은 어리석게 태어났는지는 모르지만 해가 가며 차츰 신지(神智)가 돌아왔다.
하늘이 착한 사람을 따뜻이 덮어주고 땅이 은혜롭게 부리를 대어 알껍질을 까주었다.
그리하여 후년에는 그 누구보다 지혜로웠다.
그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듯 그 지혜로 어떤 수고로운 가르침도 함부로 남기지 않았다.
스스로 땅의 자손을 자처하여 늘 부지런하고 근면하였다.
사람들이 빚만 남는 농사에 공연히 뼈를 상한다고 하였으나 개의치 아니하였다.
사람 사이에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나 함께하였고 공에는 자신보다 남을 내세워 뒷사람을 놀라게 했다. (중략)
전일에,선생은 경운기를 끌고 면소재지로 갔지만 경운기를 타고 온 사람이 없어 같이 갈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선생은 다시 경운기를 끌고 백릿길을 달려 약속장소인 군청까지 갔다.
가는 동안 선생은 여러 번 차에 부딪힐 뻔했다.
마른 봄바람에 섞인 먼지가 눈을 괴롭혔다.
날은 흐렸고 추웠다.
이윽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경운기에는 비를 피할 만한 덮개가 없어서 선생은 뼛속까지 젖어드는 추위에 몸을 떨었다.
선생이 군청 앞까지 갔을 때 이미 대회는 끝나고 아무도 없었다.
-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위의 인용은 마을 사람들 중 유일하게 황만근의 진실성을 이해한 민씨에 의해 쓰여진 황만근의 묘비명 중 일부다.
위의 인용처럼 황만근은 동네 이장이 요청한 대로 고장난 경운기를 끌고 '백릿길'을 달려 군청까지 갔던 것이었고 결국 돌아오는 길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
마을 사람 그 누구도 경운기를 가져오지 않고 동네 이장마저도 자가용으로 이동했지만 황만근은 이장의 말을 진실성 있게 받아들였고 이를 실천한 것이다.
결국 경운기를 몰고 오라던 이장의 말 한마디가,시키면 뭐든지 할 것만 같은 황만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째서 선한 본성을 포기한 채 한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데에 동참하고 묵인했던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이 상황에 지배를 받는 한계를 지니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마을 사람들 중 유일하게 황만근의 가치를 인정하는 이는 귀농한 민씨였다.
그는 마을의 토박이가 아니고 얼마전 귀농한 까닭에 황만근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과 시선을 달리할 수 있었다.
쉽게 이야기하면 외부인이었기 때문에 황만근을 달리 이해할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황만근을 조롱하고 부려먹는다.
만약 마을의 토박이 중 누군가가 그 무리에 끼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까닭 모를 소외감을 느낄 것이며 자신도 황만근처럼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 불안감에 휩싸일 것이다.
결국 상황은 인간의 의지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고 그것이 집단적인 악으로 발현했던 것이다.
따라서 요지는 인간이 집단 내에서 어떤 상황을 만들어가고 이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릇된 상황을 처음부터 조장하거나 방치,묵인하게 되면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상황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 소설 이야기를 마치면서
얼마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아마도 그는 「도그빌」의 그레이스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황만근처럼 약점 많은 나약한 인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번듯한 일류대학 출신이 아니라 상업학교를 졸업했고 장인의 좌익 경력이 문제시되었으며 당내 소수파였을 뿐만 아니라 재임기간 내내 낮은 지지율에 허덕인 것을 보면 그는 분명 약점이 많은 인간이었다.
그랬던 탓에 그는 누구에게나 조롱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는 누구보다도 삶을 진정성 있게 살았던 듯하다.
그 누구도 깨려하지 않았던 지역감정의 벽을 넘기 위해 바보처럼 도전했고,검찰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도 부당하게 권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섰으며 권위주의 정치를 타파하는 데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
어쩌면 그의 모습은 무모하게 경운기를 끌고 백릿길을 달렸던 황만근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가 죽음을 택한 것은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조장한 이들과 이를 묵인한 다수의 대중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호를 끝으로 소설 이야기는 끝난다.
그간 소설 이야기를 통해 여러 주제에 대해 함께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다.
끝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소설은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포괄하고 또 심오한 철학적인 주제도 접할 수 있는 보고이므로 두루 읽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앞으로 또 다른 기회로 다시 만나기를 소망하며.
전주 상산고 교사 etik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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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림 = 생글생글 교사논술 특강은 학교 선생님들이 필자로 참여하는 코너입니다.
평소 논술 자료를 모아둔 선생님이 계시면 첫 회 원고(200자 원고지 16장 + 도표 또는 그림)와 회별 주제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생글에 보도된 교사논술특강은 홈페이지(www.sgsgi.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원고가 채택된 선생님께는 소정의 고료를 드립니다.
많은 선생님의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