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는 우울하다. 사교육과 부동산 문제는 이미 OO에 들어간 듯하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해,이 땅을 떠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 지난 정권들이 전염시킨 불법파업 폭력시위,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뿌리 뽑아야 할 OO에 든 병이다.
고질병이 되다시피 한 우리 사회의 병폐 몇 가지를 지적하고 있는 두 대목은 신문에 실린 기사의 한 부분들이다.
우리말에 '어떤 병이 고치기 힘들 정도로 몸속 깊이 들다'란 뜻으로 쓰이는 관용구가 있다.
'OO에 들다'란 꼴로 쓰이는 이 말은 나아가 개인의 특정한 버릇이나 사회 현상 따위가 뿌리 깊이 배거나 만연돼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불치병에 걸려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때의 OO에 해당하는 말이 '고황(膏亡月 )'이다.
'고황'은 사실 우리 몸의 특정한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자 풀이는 '염통 밑 고,명치끝 황'으로,심장과 횡격막 사이를 가리킨다.
한의학에선 예부터 고황을 신체의 아주 깊은 곳으로 보았는데,병이 이곳까지 미치면 치료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여기에서 고치기 힘든 병에 걸린 것을 가리켜 '고황에 들다'란 말이 생겼다.
'고질(痼疾)'도 비슷한 말이다.
이는 '오랫동안 앓고 있어 고치기 어려운 병' '오래 되어 바로잡기 어려운 나쁜 버릇'이란 뜻으로 쓰인다.
고황은 또 딱히 신체의 병에만 쓰이는 말은 아니다.
병이 고황에 들었으되,그 병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좇는 마음의 병이라면 그것을 '천석고황'이라 한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오/초야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사람이 이렇게 지낸들 어떠하리오/하물며 샘이나 돌,즉 자연을 사랑함이 깊은 병이 된 것을 이제와 고쳐 무엇하리오.'
율곡 이이와 쌍벽을 이루는 조선조 대유학자인 퇴계 이황이 명종 20년에 지은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의 첫째 곡이다.
그는 스스로를 시골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사람(초야우생)이라 칭하며 샘과 돌,즉 자연을 지극히도 사랑함이 깊은 병이 됐다(천석고황)고 노래했다.
'천석고황'은 '연하고질(煙霞痼疾)'이라고도 하며,둘 다 사전에 오른 단어이다.
천석고황은 '샘과 돌이 고황에 들었다'라는 뜻으로,자연의 아름다운 경치를 몹시 사랑하는 마음이 고질병처럼 깊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세속의 부귀영화,명리를 떠나 자연 속에 살고 싶은 마음이 절실함을 비유적으로 말할 때 자주 쓰인다.
중국 당나라 때의 전유암이라는 은사(隱士)의 고사(故事)에서 유래했다.
고황이 어려운 한자인 탓에 사람들이 잘 모를 수는 있다고 쳐도 이를 푼 '염통 밑,횡격막 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경우라고 할 만하다.
특히 '심장'은 알아도 이를 우리 고유어로 말한 '염통'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배와 가슴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막'이란 뜻에서 '가로막'이라고도 하는 '횡격막(橫膈膜)'은 자칫 '횡경막'으로 잘못 쓰기 십상이다.
생물시간에 호흡에 관해 배울 때 많이 나오는 이 말을 '횡경막의 수축과 이완 작용'식으로 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는 아마도 한자 의식이 약해진 데다,'횡격막'의 발음이 [횡경막]으로 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심코 쓰는 것으로 보인다.
'횡격막'을 [횡경막]으로 발음하는 것은 우리말에서 흔히 있는 자음동화 현상으로,'격'의 받침 'ㄱ'이 뒤에 오는 비음(콧소리: ㄴ,ㅁ,ㅇ)에 영향받아 'ㅇ'으로 바뀌어 소리나는 것이다.
하지만 적을 때는 당연히 원래 형태인 '횡격막'이라 써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 지난 정권들이 전염시킨 불법파업 폭력시위,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뿌리 뽑아야 할 OO에 든 병이다.
고질병이 되다시피 한 우리 사회의 병폐 몇 가지를 지적하고 있는 두 대목은 신문에 실린 기사의 한 부분들이다.
우리말에 '어떤 병이 고치기 힘들 정도로 몸속 깊이 들다'란 뜻으로 쓰이는 관용구가 있다.
'OO에 들다'란 꼴로 쓰이는 이 말은 나아가 개인의 특정한 버릇이나 사회 현상 따위가 뿌리 깊이 배거나 만연돼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불치병에 걸려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때의 OO에 해당하는 말이 '고황(膏亡月 )'이다.
'고황'은 사실 우리 몸의 특정한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자 풀이는 '염통 밑 고,명치끝 황'으로,심장과 횡격막 사이를 가리킨다.
한의학에선 예부터 고황을 신체의 아주 깊은 곳으로 보았는데,병이 이곳까지 미치면 치료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여기에서 고치기 힘든 병에 걸린 것을 가리켜 '고황에 들다'란 말이 생겼다.
'고질(痼疾)'도 비슷한 말이다.
이는 '오랫동안 앓고 있어 고치기 어려운 병' '오래 되어 바로잡기 어려운 나쁜 버릇'이란 뜻으로 쓰인다.
고황은 또 딱히 신체의 병에만 쓰이는 말은 아니다.
병이 고황에 들었으되,그 병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좇는 마음의 병이라면 그것을 '천석고황'이라 한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오/초야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사람이 이렇게 지낸들 어떠하리오/하물며 샘이나 돌,즉 자연을 사랑함이 깊은 병이 된 것을 이제와 고쳐 무엇하리오.'
율곡 이이와 쌍벽을 이루는 조선조 대유학자인 퇴계 이황이 명종 20년에 지은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의 첫째 곡이다.
그는 스스로를 시골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사람(초야우생)이라 칭하며 샘과 돌,즉 자연을 지극히도 사랑함이 깊은 병이 됐다(천석고황)고 노래했다.
'천석고황'은 '연하고질(煙霞痼疾)'이라고도 하며,둘 다 사전에 오른 단어이다.
천석고황은 '샘과 돌이 고황에 들었다'라는 뜻으로,자연의 아름다운 경치를 몹시 사랑하는 마음이 고질병처럼 깊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세속의 부귀영화,명리를 떠나 자연 속에 살고 싶은 마음이 절실함을 비유적으로 말할 때 자주 쓰인다.
중국 당나라 때의 전유암이라는 은사(隱士)의 고사(故事)에서 유래했다.
고황이 어려운 한자인 탓에 사람들이 잘 모를 수는 있다고 쳐도 이를 푼 '염통 밑,횡격막 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경우라고 할 만하다.
특히 '심장'은 알아도 이를 우리 고유어로 말한 '염통'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배와 가슴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막'이란 뜻에서 '가로막'이라고도 하는 '횡격막(橫膈膜)'은 자칫 '횡경막'으로 잘못 쓰기 십상이다.
생물시간에 호흡에 관해 배울 때 많이 나오는 이 말을 '횡경막의 수축과 이완 작용'식으로 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는 아마도 한자 의식이 약해진 데다,'횡격막'의 발음이 [횡경막]으로 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심코 쓰는 것으로 보인다.
'횡격막'을 [횡경막]으로 발음하는 것은 우리말에서 흔히 있는 자음동화 현상으로,'격'의 받침 'ㄱ'이 뒤에 오는 비음(콧소리: ㄴ,ㅁ,ㅇ)에 영향받아 'ㅇ'으로 바뀌어 소리나는 것이다.
하지만 적을 때는 당연히 원래 형태인 '횡격막'이라 써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