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과 ‘한 걸음’은 다르다

① 그는 15년 동안 만화 편집 및 기획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파 온 사람이다.

②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집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다.

띄어 쓰기를 까다롭게 하는 것 중 하나가 형태는 같으면서도 때론 관형사로, 때로는 접두사로 달리 쓰이는 경우다.

관형사라면 당연히 뒤에 오는 말과 띄어 써야 하고 접두사라면 붙여 써야 하므로 이를 구별해야 한다.

그것은 '의미'의 차이로 가능하다.

'한'이 관형사로 쓰일 때는 '수량'(예: 한 곳,한 사람)을 나타내거나 '어떤,대략'(예: 옛날 한 마을에…,한 30명은 된다)의 뜻을 담는다.

①에서 '한 우물'의 '한'은 '하나(一)'의 뜻을 갖는 관형사이므로 띄어 쓴 것이다.

'한 우물 파다'는 관용구로, '한 가지 일에 몰두해 끝까지 하다'란 뜻.

②에 보이는 '한걸음'은 '쉬지 않고 내처 걷는 걸음이나 움직임'을 나타낸다.

그 뜻을 생각하면 이때 쓰인 '한'이 단순히 '하나,둘,셋…'의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경우 '한'은 접두사이므로 '한걸음'으로 붙여 쓴 것이다.

접두사로 쓰일 때는 파생어를 만들므로 새로운 의미가 첨가된다.

반면 '한 걸음(두 걸음) 내딛다'라고 할 때는 '하나, 둘…'의 개념으로 쓰였으므로 관형사이며 띄어 쓴다.

'한밤중,한복판,한길,한고비,한시름,한풀,한바탕,한사발' 등은 모두 파생어로 붙여 쓴다.

이때의 '한'은 '한창,큰,가득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접두사로 쓰였는지 관형사로 쓰였는지 헷갈릴 때는 뒤 명사와의 사이에 임의의 단어를 넣어 보는 것도 요령이다.

다른 수식어를 넣어 보아 말이 되면 관형사이므로 띄어 쓴다.

접두사인 경우에는 본말과 단단히 결합해 이미 새로운 파생어가 된 것이므로 그 사이에 다른 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예컨대 관형사로 쓰인 '한 우물'은 '한(一) 작은 우물' '한 낯선 우물' '한 아담한 우물'과 같이 바꿔 볼 수 있다.

그러나 접두사로 쓰인 '한걸음'은 의미가 고정돼 있는 단어이므로 다른 말을 억지로 넣으면 뜻이 매우 어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