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정치의 계절'이다. 한나라당은 2월 국회가 끝나면 본격화될 권력투쟁을 겨냥한 계파모임을 부쩍 강화하고 있고,민주당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4월 재 · 보선 공천을 둘러싼 내부갈등으로 바람 잘 날 없다. '쟁점법안 처리'(한나라당)와 '용산참사 정치쟁점화'(민주당)와 같은,OO보다 ××에 더 관심이 많은 형국이다.
지난 2월 임시국회 때 한 신문에서 보도한 이 대목은 우리 국회의 비생산적인 정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전 세계가 경제위기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한국 역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파적 정쟁과 권력투쟁을 일삼는 정치판의 모습을 이 신문은 한마디로 'OO보다 ××에 더 관심이 많은 형국'이라 전했다.
민생법안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은 외면하고 잇속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모습을 우리 속담을 빌려 표현한 것인데,OO과 ××에 해당하는 말은 '염불'과 '잿밥'이다.
본래 속담은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맡은 일에는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서 잇속에만 마음을 두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핵심어인 '염불'과 '잿밥'만 남겨두고 조금씩 변형해 쓰기도 한다.
다른 속담으로는 '제사보다 젯밥에 정신이 있다'고 해도 같은 뜻이다.
그런데 두 속담 간엔 유심히 봐야할 단어가 있다.
'잿밥'과 '젯밥'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말이다.
두 말의 형태와 발음이 비슷한 데다,사람들이 '잿밥'보다는 '젯밥'에 더 익숙하다보니 무심코 '염불에는 맘이 없고 젯밥에만…' '염불보다 젯밥' 식으로 쓰기 십상이다.
'잿밥'은 '재(齋)+밥'의 결합이며 한글맞춤법 규정에 따라 사이시옷(ㅅ)이 붙어 생긴 합성어이다.
이때 '재'는 가정에서 지내는 일반적인 제사와는 다른 것으로,불교에서의 '성대한 불공이나 죽은 이를 천도(薦度)하는 법회'를 뜻한다.
한마디로 죽은 이의 명복을 기리기 위해 드리는 일종의 '불공'이다.
그러니 잿밥은 불공을 드릴 때 부처 앞에 놓는 밥을 말한다.
이에 비해 '젯밥'은 '제(祭)+밥'의 결합으로 '제삿밥'과 같은 말이다.
이는 제사를 지내려고 차려놓은 밥 또는 제사에 쓰고 물린 밥을 뜻한다.
'염불'에는 '잿밥',제사에는 '젯밥'으로 알아두면 외우기 쉽다.
우리가 일상에서 '재(齋)'와 '제(祭)'의 구별이 중요한 까닭은 이 말이 장례 절차와 관련해 비교적 자주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십구재? 사십구제? 삼우제? 삼우재?
헷갈리기 쉬운 각각의 말은 모음 하나 차이지만 맞는 말,틀린 말로 갈린다.
우선 '사십구재'는 사람이 죽은 지 49일 되는 날에 지내는 재를 뜻한다.
'칠칠재(七七齋)'라고도 한다.
불교의 윤회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이 말은 사람이 죽은 뒤 다음 생(生)을 받을 때까지의 49일 동안을 이르며,고인은 이 기간에 생전의 업에 따라 다음 세계에서의 삶이 결정된다고 한다.
사십구재를 올림으로써 고인이 보다 나은 후생의 삶을 얻기를 비는 것이다.
일종의 불교식 제사라 할 수 있으니 '사십구제'라 해도 괜찮을 듯하지만 어원이 있는 말이므로 '사십구재'라고 해야 한다.
이에 비해 '삼우제(三虞祭)'는 '장사 지낸 뒤에 세 번째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장사를 지낸 뒤 첫 번째,두 번째,세 번째 제사에 따라 초우(初虞),재우(再虞),삼우(三虞)라고 한다.
그러니 '삼우재'라 쓸 이유가 없다.
'우(虞)'는 '생각하다,근심하다'란 뜻인데,한자 의식이 많이 약해진 요즘 대충 발음만 비슷하게 '삼오재'라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 틀린 말이다.
사람의 주검을 뜻하는 '유해(遺骸)'는 또 다른 측면에서 오해를 받는 말이다.
가령 "유해를 화장했다"라고 했을 때 자칫 이 말을 틀린 표현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이들은 유해를 유골의 의미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유해는 유골과 같은 말이긴 하지만 그보단 좀 더 넓은 의미를 갖는다.
유골(遺骨)이 '뼈'만을 의미하는데 비해 유해는 '뼈'를 나타내기도 하고 '몸',즉 시신을 뜻하기도 한다.
'유해'의 '骸'는 '뼈(骨)'의 의미도 있지만 몸의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잔해(殘骸)'니 '형해(形骸)'니 할 때 딱히 '뼈'만을 가리키는,제한된 의미로만 쓰지 않는 이치와 같다.
그러니 '유해를 화장하다'라고 할 때의 유해는 바로 시신을 뜻하는 말이다.
유해,유골,시신 등은 모두 넓은 의미에서의 '주검'을 가리킨다.
이들과 함께 우리말에서는 사체,시체,유체 등 여러 가지로 주검을 달리 표현해 왔다.
'시체'가 비교적 중립적 어감을 갖는 데 비해 '시신'은 인간미를 부여한 단어이고,'유해'는 시신의 문어적 표현으로,'사체'는 법률적 개념으로 많이 쓰인다.
그 중에서 가장 혐오감을 주는 말은 '송장'이다. (금성출판사, <훈민정음 국어사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지난 2월 임시국회 때 한 신문에서 보도한 이 대목은 우리 국회의 비생산적인 정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전 세계가 경제위기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한국 역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파적 정쟁과 권력투쟁을 일삼는 정치판의 모습을 이 신문은 한마디로 'OO보다 ××에 더 관심이 많은 형국'이라 전했다.
민생법안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은 외면하고 잇속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모습을 우리 속담을 빌려 표현한 것인데,OO과 ××에 해당하는 말은 '염불'과 '잿밥'이다.
본래 속담은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맡은 일에는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서 잇속에만 마음을 두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핵심어인 '염불'과 '잿밥'만 남겨두고 조금씩 변형해 쓰기도 한다.
다른 속담으로는 '제사보다 젯밥에 정신이 있다'고 해도 같은 뜻이다.
그런데 두 속담 간엔 유심히 봐야할 단어가 있다.
'잿밥'과 '젯밥'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말이다.
두 말의 형태와 발음이 비슷한 데다,사람들이 '잿밥'보다는 '젯밥'에 더 익숙하다보니 무심코 '염불에는 맘이 없고 젯밥에만…' '염불보다 젯밥' 식으로 쓰기 십상이다.
'잿밥'은 '재(齋)+밥'의 결합이며 한글맞춤법 규정에 따라 사이시옷(ㅅ)이 붙어 생긴 합성어이다.
이때 '재'는 가정에서 지내는 일반적인 제사와는 다른 것으로,불교에서의 '성대한 불공이나 죽은 이를 천도(薦度)하는 법회'를 뜻한다.
한마디로 죽은 이의 명복을 기리기 위해 드리는 일종의 '불공'이다.
그러니 잿밥은 불공을 드릴 때 부처 앞에 놓는 밥을 말한다.
이에 비해 '젯밥'은 '제(祭)+밥'의 결합으로 '제삿밥'과 같은 말이다.
이는 제사를 지내려고 차려놓은 밥 또는 제사에 쓰고 물린 밥을 뜻한다.
'염불'에는 '잿밥',제사에는 '젯밥'으로 알아두면 외우기 쉽다.
우리가 일상에서 '재(齋)'와 '제(祭)'의 구별이 중요한 까닭은 이 말이 장례 절차와 관련해 비교적 자주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십구재? 사십구제? 삼우제? 삼우재?
헷갈리기 쉬운 각각의 말은 모음 하나 차이지만 맞는 말,틀린 말로 갈린다.
우선 '사십구재'는 사람이 죽은 지 49일 되는 날에 지내는 재를 뜻한다.
'칠칠재(七七齋)'라고도 한다.
불교의 윤회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이 말은 사람이 죽은 뒤 다음 생(生)을 받을 때까지의 49일 동안을 이르며,고인은 이 기간에 생전의 업에 따라 다음 세계에서의 삶이 결정된다고 한다.
사십구재를 올림으로써 고인이 보다 나은 후생의 삶을 얻기를 비는 것이다.
일종의 불교식 제사라 할 수 있으니 '사십구제'라 해도 괜찮을 듯하지만 어원이 있는 말이므로 '사십구재'라고 해야 한다.
이에 비해 '삼우제(三虞祭)'는 '장사 지낸 뒤에 세 번째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장사를 지낸 뒤 첫 번째,두 번째,세 번째 제사에 따라 초우(初虞),재우(再虞),삼우(三虞)라고 한다.
그러니 '삼우재'라 쓸 이유가 없다.
'우(虞)'는 '생각하다,근심하다'란 뜻인데,한자 의식이 많이 약해진 요즘 대충 발음만 비슷하게 '삼오재'라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 틀린 말이다.
사람의 주검을 뜻하는 '유해(遺骸)'는 또 다른 측면에서 오해를 받는 말이다.
가령 "유해를 화장했다"라고 했을 때 자칫 이 말을 틀린 표현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이들은 유해를 유골의 의미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유해는 유골과 같은 말이긴 하지만 그보단 좀 더 넓은 의미를 갖는다.
유골(遺骨)이 '뼈'만을 의미하는데 비해 유해는 '뼈'를 나타내기도 하고 '몸',즉 시신을 뜻하기도 한다.
'유해'의 '骸'는 '뼈(骨)'의 의미도 있지만 몸의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잔해(殘骸)'니 '형해(形骸)'니 할 때 딱히 '뼈'만을 가리키는,제한된 의미로만 쓰지 않는 이치와 같다.
그러니 '유해를 화장하다'라고 할 때의 유해는 바로 시신을 뜻하는 말이다.
유해,유골,시신 등은 모두 넓은 의미에서의 '주검'을 가리킨다.
이들과 함께 우리말에서는 사체,시체,유체 등 여러 가지로 주검을 달리 표현해 왔다.
'시체'가 비교적 중립적 어감을 갖는 데 비해 '시신'은 인간미를 부여한 단어이고,'유해'는 시신의 문어적 표현으로,'사체'는 법률적 개념으로 많이 쓰인다.
그 중에서 가장 혐오감을 주는 말은 '송장'이다. (금성출판사, <훈민정음 국어사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