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문(弔問)은 쓰지 말고 문상(問喪)을 표준으로 한다. 조문은 일본식 표기이며 그 뜻을 풀면 '문의를 애도한다'는 말이 돼 엉뚱한 의미이다.
#. 상제(喪制),주상(主喪)은 상주(喪主)를 표준용어로 한다. 이는 전통에 맞게 바로 잡는 것이다.
#. 망자,망인,사자,고인 등이 함께 쓰이고 있지만 이 가운데 '고인'만을 표준용어로 삼는다. 이는 돌아가신 이를 높여 예를 갖춰 부르는 표현이다.
2003년 1월 정부는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장례용어 58개를 표준화해 발표했다.
우리 말글의 쓰임새를 조사하고 표준을 정하는 정부 주무부처는 문화관광부다.
이곳 산하 국어심의회와 국립국어원에서 이 일을 담당한다.
하지만 이날 표준 장례용어를 발표한 곳은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었다.
장례 절차와 관련된 우리말의 KS(Korean Standard)를 발표한 것이다.
말에도 KS 규격이 있나?
당시 이를 두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술표준원은 KS,즉 국가 산업규격을 관장하는 곳이다.
2000년대 들어 장례산업 규모가 급속히 커지자 이에 관한 국가 산업규격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
이때 필연적으로 산업용어에 대한 규정도 뒤따르는데,이에 따라 당시 실생활에서 무질서하게 사용되는 각종 장례용어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벌인 것이다.
거기에는 일제 강점기 이후 굳어져온 일본식 표기들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 왜곡된 의미를 되살린다는 명분도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이날 발표된 내용 중 일본식 표기의 잔재로 지목돼 부음→부고,영안실→안치실,방명록→부의록을 표준용어로 채택한 게 그런 경우들이다.
하지만 기술표준원이 제시한 표준 장례용어는 '산업규격'으로 발표된 때문인지 몰라도 실제 언어생활의 흐름에선 그다지 뿌리를 내리지 못 한 것 같다.
그것은 지난 5월29일 끝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 기간 내내 일반 국민이 문상보다 조문을 압도적으로 많이 쓴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말과 글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 어떤 단어이든 언중의 선택에 의해 자연스레 자리잡는 것이지 특정 지침이나 방침에 의해 억지로 그 세력이 커지는 게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고 문상이 죽은 말은 아니다.
엄연히 지금도 조문과 함께 '말의 시장'에서 언중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말이다.
다만 그 세력이 훨씬 약할 뿐이다.
이는 '망자나 망인 사자' 등의 말보다도 '고인'을 더 많이 쓰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제를 쓰든 상주를 쓰든 그것들은 '말의 세력'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일 뿐 사전적으로는 모두 표준어이고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단어이다.
다만 상제와 상주를 의미 구별 없이 두루 섞어 쓰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상제와 상주는 엄연히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사전에서는 '상제'를 '부모나 조부모가 세상을 떠나서 거상 중에 있는 사람'으로 풀고 있다.
그러니 상제는 여러 명이다.
아들,사위,손자 등이 모두 상제가 된다.
상제들 가운데 주(主)가 되는 상제를 가리켜 '상주'라 한다.
대개 맏아들이 맡는다.
그래서 '맏상제' 또는 '원상제'라고도 하는데 상주와 같은 말이다.
그러나 '맏상주'란 말은 쓰지 않는다.
상주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맏이가 맡으므로 맏상주라 하면 같은 말이 겹친 표현이기 때문이다.
맏상제라 하든지 아니면 그냥 상주라 하면 충분하다.
사고(思考)를 논리적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 표현 수단인 언어가 논리적 합리적 체계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것은 말을 엄격하게 사용함으로써 이뤄진다.
그런 점에서 '발인과 영결식','선영과 선영하'를 구별하지 않고 대충 쓰는 태도도 언어의 과학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 장지로는 그동안 봉하마을 선영과 봉화산 등이 거론돼 왔으나 유가족들이 ….
'선영(先塋)'은 '조상의 무덤'이란 뜻이다.
'선산(先山)'이라고도 한다.
선산은 또 좀더 넓게 '조상의 무덤이 있는 산'을 뜻하기도 한다.
죽은 사람이 조상의 무덤에 같이 묻힐 수 없음은 너무나 뻔한 일인데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선영'이란 말을 쓰곤 한다.
이럴 때 쓰는 말은 '선영하(先塋下)'이다.
이는 '선영의 아래쪽'을 가리킨다.
그러니 조상이 묻힌 곳은 '선영/선산'이라 하고 후손이 묻힐 곳은 '선영하/선산하'이다.
'발인(發靷)'과 '영결식'도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발인'은 한마디로 '장례를 지내기 위해 관이 (빈소에서) 나가는 것'을 말한다.
'영결식(永訣式)'이란 발인 뒤 이어 행하는,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영원히 이별하는 절차를 뜻한다.
죽은 자를 이승에서 떠나보내는 의식인 것이다.
2008년 5월 5일 타계한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의 경우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에서 8일 오전 8시 발인을 하고,제2의 고향인 원주를 들렀다가 다음 날인 9일 낮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영결식을 가진 뒤 그곳 미륵산 기슭에 안장됐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 상제(喪制),주상(主喪)은 상주(喪主)를 표준용어로 한다. 이는 전통에 맞게 바로 잡는 것이다.
#. 망자,망인,사자,고인 등이 함께 쓰이고 있지만 이 가운데 '고인'만을 표준용어로 삼는다. 이는 돌아가신 이를 높여 예를 갖춰 부르는 표현이다.
2003년 1월 정부는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장례용어 58개를 표준화해 발표했다.
우리 말글의 쓰임새를 조사하고 표준을 정하는 정부 주무부처는 문화관광부다.
이곳 산하 국어심의회와 국립국어원에서 이 일을 담당한다.
하지만 이날 표준 장례용어를 발표한 곳은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었다.
장례 절차와 관련된 우리말의 KS(Korean Standard)를 발표한 것이다.
말에도 KS 규격이 있나?
당시 이를 두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술표준원은 KS,즉 국가 산업규격을 관장하는 곳이다.
2000년대 들어 장례산업 규모가 급속히 커지자 이에 관한 국가 산업규격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
이때 필연적으로 산업용어에 대한 규정도 뒤따르는데,이에 따라 당시 실생활에서 무질서하게 사용되는 각종 장례용어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벌인 것이다.
거기에는 일제 강점기 이후 굳어져온 일본식 표기들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 왜곡된 의미를 되살린다는 명분도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이날 발표된 내용 중 일본식 표기의 잔재로 지목돼 부음→부고,영안실→안치실,방명록→부의록을 표준용어로 채택한 게 그런 경우들이다.
하지만 기술표준원이 제시한 표준 장례용어는 '산업규격'으로 발표된 때문인지 몰라도 실제 언어생활의 흐름에선 그다지 뿌리를 내리지 못 한 것 같다.
그것은 지난 5월29일 끝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 기간 내내 일반 국민이 문상보다 조문을 압도적으로 많이 쓴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말과 글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 어떤 단어이든 언중의 선택에 의해 자연스레 자리잡는 것이지 특정 지침이나 방침에 의해 억지로 그 세력이 커지는 게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고 문상이 죽은 말은 아니다.
엄연히 지금도 조문과 함께 '말의 시장'에서 언중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말이다.
다만 그 세력이 훨씬 약할 뿐이다.
이는 '망자나 망인 사자' 등의 말보다도 '고인'을 더 많이 쓰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제를 쓰든 상주를 쓰든 그것들은 '말의 세력'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일 뿐 사전적으로는 모두 표준어이고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단어이다.
다만 상제와 상주를 의미 구별 없이 두루 섞어 쓰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상제와 상주는 엄연히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사전에서는 '상제'를 '부모나 조부모가 세상을 떠나서 거상 중에 있는 사람'으로 풀고 있다.
그러니 상제는 여러 명이다.
아들,사위,손자 등이 모두 상제가 된다.
상제들 가운데 주(主)가 되는 상제를 가리켜 '상주'라 한다.
대개 맏아들이 맡는다.
그래서 '맏상제' 또는 '원상제'라고도 하는데 상주와 같은 말이다.
그러나 '맏상주'란 말은 쓰지 않는다.
상주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맏이가 맡으므로 맏상주라 하면 같은 말이 겹친 표현이기 때문이다.
맏상제라 하든지 아니면 그냥 상주라 하면 충분하다.
사고(思考)를 논리적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 표현 수단인 언어가 논리적 합리적 체계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것은 말을 엄격하게 사용함으로써 이뤄진다.
그런 점에서 '발인과 영결식','선영과 선영하'를 구별하지 않고 대충 쓰는 태도도 언어의 과학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 장지로는 그동안 봉하마을 선영과 봉화산 등이 거론돼 왔으나 유가족들이 ….
'선영(先塋)'은 '조상의 무덤'이란 뜻이다.
'선산(先山)'이라고도 한다.
선산은 또 좀더 넓게 '조상의 무덤이 있는 산'을 뜻하기도 한다.
죽은 사람이 조상의 무덤에 같이 묻힐 수 없음은 너무나 뻔한 일인데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선영'이란 말을 쓰곤 한다.
이럴 때 쓰는 말은 '선영하(先塋下)'이다.
이는 '선영의 아래쪽'을 가리킨다.
그러니 조상이 묻힌 곳은 '선영/선산'이라 하고 후손이 묻힐 곳은 '선영하/선산하'이다.
'발인(發靷)'과 '영결식'도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발인'은 한마디로 '장례를 지내기 위해 관이 (빈소에서) 나가는 것'을 말한다.
'영결식(永訣式)'이란 발인 뒤 이어 행하는,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영원히 이별하는 절차를 뜻한다.
죽은 자를 이승에서 떠나보내는 의식인 것이다.
2008년 5월 5일 타계한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의 경우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에서 8일 오전 8시 발인을 하고,제2의 고향인 원주를 들렀다가 다음 날인 9일 낮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영결식을 가진 뒤 그곳 미륵산 기슭에 안장됐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