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보기들은 선물(膳物)에 관한 제시문을 읽고 A와 B가 나눈 대화이다. 이 중 경제원칙상 적절하지 않은 진술은?

정성이 담긴 선물은 받아서 즐겁고 주는 사람도 마음 뿌듯하다.

그러나 상대의 마음에 딱 들어맞는 선물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함께 사는 아내의 선물도 선택하기 어려운데,다른 사람의 취향에 맞추기가 어디 쉽겠는가.

한동안 고민 끝에 20만원짜리 스카프를 연인에게 선물했다고 하자.

그 선물을 받자마자 연인의 입이 딱 벌어진다면 대성공이다.

그러나 만약 스카프를 15만원짜리로 받아들인다면 이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의 기대가 빗나간 것이다.

실제로 받는 선물에 만족하지 못한 경험은 너무나 많다.

서로가 비대칭적인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물건의 종류뿐만 아니라 서로 기대하는 가격도 큰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월드포겔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성탄절 선물을 받은 미국인은 보낸 사람이 구매한 가격보다 평균적으로 10%나 낮게 평가한다고 한다.

따라서 선물 구입에 사용된 약 400억 달러 중 40억 달러는 중간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정갑영,「나무 뒤에 숨은 사람」중에서


① A : 선물을 주고받는 데에도 가치문제가 개입하는구나. 선물을 주는 사람이 평가한 가치와 받는 사람이 평가한 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 손실(deadweight loss)이 발생하고 있어.

② B : 이런 사회적 손실을 없애기 위해서는 선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해. 선물의 가격을 모두가 알고 있다면,중간에 사라지는 가치의 손실도 없을 거야.

③ A : 그래서,선물은 현금이 제일 확실한 거야. 돈은 그 자체로 가치를 저장하고,교환의 매개체이며,가치평가의 척도로 작용하잖아.

④ B : 맞아. 물건을 선물하는 것은 선물받는 사람의 선택 가능성을 제약하여,선물의 한계효용이 현금보다 더 낮게 평가될 수 있어. 그래서 현금을 더 좋아하는 거야.

⑤ A : 선물을 마음에 드는 것으로 다시 교환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요즘에는 선물을 살 때 교환권도 같이 넣어주잖아. 그러면,사회적 손실을 완전히 없앨 수 있어.

해설

['테샛' 공부합시다] 선물에 담긴 경제적 효용 가치는?
미 예일대 교수 조엘 왈드포겔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예로 들어 선물의 사회적 손실(deadweight loss · 사중 손실)을 설명하고 있다.

사회적 손실이란 재화나 서비스의 균형이 최적이 아닐 때 발생하는 경제적 효용의 손실을 말한다.

제시문에서 밝혔듯이 선물을 받는 사람은 대개 선물을 구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보다 그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

20만원짜리 스카프 선물이 받는 사람에게 15만원 정도의 가치라고 생각한다면 5만원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선물을 주는 목적에는 정서적 가치라는 부분이 있다.

선물을 받는 상대방에게 감사의 마음과 정성이 담겨 있다.

이런 가치는 물론 경제적 가치로 따질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따라서 최적의 선물 전략은 사회적 손실은 최소화하고 정서적 가치를 최대화하는 방법이다.

상품권을 선물로 준다는 것은 이런 정서적 가치를 전혀 배제한 행위다.

이외에 중요한 것은 교환권에는 필수적으로 거래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교환권이 사회적 손실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정답은 보기 ⑤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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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

AS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방법

고급 가구나 고가의 가전제품에는 얼마 동안의 무료 애프터서비스(AS) 기간이 제공된다.

구입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 소비자에게는 다른 물건으로 바꾸어 주거나 환불해 주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사후관리 서비스를 환영하지만 공급자에게는 그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생산자가 제품의 사후관리를 책임지겠다고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AS가 제공되는 상품은 그렇지 않은 상품보다 양질일 것이라고 믿고 안심하고 구입한다.

사후관리 약속은 상품의 품질과 내용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하는 신호(signal)역할을 한다.

경험재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는 매출 확대를 위한 공급자의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AS에 투입되는 실제 비용은 고객별로 다르지만 AS에 들어가는 총비용은 해당 상품의 전체 수량으로 나누어 가격에 반영된다.

소비자들은 상품 한 단위에 일정하게 반영된 AS 비용을 보험료로 지불하고 상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보험 혜택을 받듯이 AS를 받는 것이다.

상품의 내용과 품질에 대해서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그에 대한 정보와 사후보장을 얻기 위하여 치르는 대가가 바로 AS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경험재의 공급자들이 자발적으로 AS를 시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자발적 서비스가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미흡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제조물책임법'을 입법 시행함으로써 공급자들이 소비자들에게 AS는 물론 자신의 생산품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도록 규제한다.

아파트의 하자보수를 의무화하는 주택법도 그 본질은 제조물책임법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정부 조치는 소비자보호를 목표로 삼지만 경제적으로는 정보비대칭성에 따른 시장 실패를 보정하는 효과를 거둔다.

식약청의 임무도 마찬가지다.

식약청은 신약을 인증하고 시중에 유통되는 약품이나 식품을 감시한다.

수시로 무작위적으로 제품을 수거해 검사한 다음 기준 위반 제품은 압수 폐기하고 해당 사업자를 처벌하는 등 엄격히 규제한다.

최근의 멜라닌이나 석면 탈크 소동에서 보듯이 식약청은 항시 시장을 감시하고 불량 식약품을 걸러냄으로써 식약품 시장의 정보비대칭성 문제를 해소한다.

사람의 육안으로는 도저히 진위를 식별할 수 없는 아스피린이나 소화제 등 의약품이 시장에서 별문제 없이 거래되는 것은 식약청의 활동 덕분이다.

그러나 공급자의 AS 제공이나 정부의 상품품질 관리 등의 조치만으로 정보비대칭에서 오는 시장실패를 모두 보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비대칭성은 한쪽만 알고 있는 정보를 다른 쪽에까지 알림으로써 해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는 이러한 정보전달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정보를 전달받는 쪽이 전달하려는 쪽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정보전달이 불가능하고 정보비대칭성은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shoonl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