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운이 후계자로 결정난듯
[Focus] 북한, 식민지 해방 몇 십년에 金씨 왕조국가로 회귀
김정운(25)은 대외적으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국내에 공개된 사진도 어릴 때 찍은 것이 전부다.

다만 김정일의 셋째 부인인 고영희의 두 번째 아들이라고만 알려져 있다.

그의 친형인 김정철(28)이 유약한 반면 김정운은 상당히 강인한 성격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형제는 1990년대 후반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에 잠깐 다니기도 했다.

정운은 곧바로 평양으로 귀환해 2002년부터 2007년 4월까지 김일성 군사종합대학(5년제)을 졸업했다.

그는 신장 175㎝,몸무게 90㎏인 비만이며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의 요리사로 있으며 정운을 직접 만난 경험이 있는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자서전 '김정일의 요리사'에서 "(정운이) 나와 악수할 때 험악한 얼굴로 노려봤다. '이 녀석은 증오스러운 일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왕자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그의 성격은 악착같고 고집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정운은 농구를 좋아하며 경기가 끝나면 그냥 돌아가는 형 정철과는 달리 경기장에 남아 동료들을 모아놓고 마치 코치처럼 경기 전반을 다시 분석하는 등 지도자적 자질을 일찍부터 보였고,야심도 강하며,단호한 성격으로 관측돼 왔다.

김정일은 자신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정운에 대해 평소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 갑자기 웬 권력 세습?

북한이 김정운을 후계자로 내세운 것은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후계자 승계를 서두르는 이유는 역시 지난해 8월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졌던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갑작스러운 변고로 북한체제가 흔들리면 어떤 상황이 펼져질지 모르기 때문에 북한의 군부와 권력층은 이를 막기 위해 권력 세습에 동조했다는 것이다.

북한에 밀려드는 개방 바람도 권력 이양을 가속화시킨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사람들은 식량난으로 국경 출입이 잦고 외부 문화에도 많이 노출돼 예전에 비해 사회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형국이다.

북한 군부와 기득권 층은 후계자 지정을 통해 권력을 안정화시키고 체제 단속을 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3대째인 권력 세습은 누가 봐도 시대착오적이고 비상식적이며 비정상적인 처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어 김 위원장도 2005년 12월 3대 세습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면서 후계자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말라고 측근들에게 지시한 적이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김정일이 실제로 원하는 북한의 체제는 왕조체제'라고 주장한다.

3대 권력 세습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설령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유지한다 해도 실제로는 봉건적 왕조의 모습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 북한정권의 미래는

1994년 사망한 김일성 전 주석에 이어 15년간 북한을 통치해온 김 위원장 시대는 이제 서서히 저물어 갈 것으로 보인다.

대신 새로운 권력자의 전면 등장을 준비하는 과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운의 나이가 아직 어린 만큼 군부를 중심으로하는 집단지도 체제가 형성될 것으로 설명하는 이들도 많다.

후계자가 앞세대처럼 강력한 실권을 행사하는 통치자로 남을지,아니면 권력 변동의 와류에 휩쓸려 존재감을 잃게 될지는 과도기의 준비 상황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독일의 일간지 쥐트도이체 자이퉁은 북한이 경험이 일천한 김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한 것은 독재 체제의 종말을 예고하는 전주곡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강경 노선은 필연적으로 북한의 내부 붕괴로 이어질 것이고 반대로 개혁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에도 북한 사회가 불안정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신문은 또 김정운이 후계자가 된다면 외삼촌 장성택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며 장성택은 정통성이 부족해 갈등과 불안정의 시기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정운의 후계 내정은 단기적으로는 북한 내부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측면이 있다.

김정일 이후 북한의 권력구도가 가시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북한 내부는 물론 한반도 전체에 더 큰 불확실성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충분한 준비 없이 집권하게 되면 내부 반발 등으로 북한의 혼란이 가중되고 이는 곧 한반도 전체에 중대한 변화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