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마냥 히히덕거려도 되는 거야?"

"딸애는 틈만 나면 전화로 제 친구와 시시덕거리지."

실없이 웃으면서 조금 큰 소리로 계속 이야기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있다.

'히히' 하면서 재미있게 떠드는 모습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히히덕거리다(히히덕대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말은 대부분의 사전에 안 나온다.

대신에 '시시덕거리다(시시덕대다)'가 올라 있다.

그래서 지금 남한에서 쓰는 우리말에는 공식적으론 '히히덕거리다'가 없다.

국어 정책을 비롯해 자료 수집 등 실태 조사를 맡아 가장 활발하고 권위 있는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립국어원 사이트의 어휘 검색에서도 '히히덕거리다'는 '시시덕거리다'에 밀려 다뤄지지 않는다.

다만 일상적으로 쓰는 입말을 비교적 많이 수용한 <연세한국어사전>(연세대 언어정보개발연구원) 등 일부 사전에서만 단어로 올리고 있을 뿐이다.

'시시덕거리다'이든 '히히덕거리다'이든 그것은 우리말을 만드는 수많은 의성어 가운데 하나이다.

의성어란 사람이나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낸 말이다.

'쌕쌕,멍멍,땡땡,우당탕,퍼덕퍼덕' 따위가 그런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히히덕히히덕' 하면 여러 사람이 '히히' 하고 소리 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연상돼 많은 사람이 쓰고 있다.

하지만 부사인 '시시덕시시덕'이나,동사인 '시시덕거리다''시시덕대다' 등 '시시덕-'을 어근으로 하는 말만 인정한 현행 표준어 체계에서 공식적인 글쓰기에서는 '히히덕거리다'를 쓰는 게 쉽지 않다.

표준어가 우리말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북한에서는 '시시덕거리다/히히덕거리다'를 모두 똑같이 문화어로 받아들여 함께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만큼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쓰여왔다는 뜻이다.

'히히덕거리다'는 분명 살아있는 단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