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별세 운명 영면 작고 타계 서거 붕어 승하 소천 선종 입적 열반….'
'박연차 게이트'의 핵심 당사자로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5월23일 갑자기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때 언론은 일제히 그의 죽음을 '서거(逝去)'로 전했다.
'서거'는 아주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주로 대통령이나 그에 버금가는 공인의 죽음을 가리키는 데 쓰인다.
인간의 생로병사 가운데 하나인 죽음을 나타내는 말은 이처럼 많지만 그 중 흔히 쓰이는 말은 사망 별세 타계 운명 작고 정도이다.
이들도 실은 글말에서나 자주 쓰일 뿐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입말로는 대개 '죽다'나 '돌아가시다'이다.
'돌아가시다'는 '죽다'의 높임말이면서 동시에 완곡한 표현이기도 하다.
어떤 말이 충격적이거나 어감이 좋지 않을 때 듣는 사람을 자극하지 않도록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수사학적으로 완곡어법이라 한다.
우리말에는 '죽음'을 이르는 말이 많기도 하지만 특히 이 완곡어법에 해당하는 다양한 표현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흔한 쓰임새를 보이는 게 '세상을 뜨다/떠나다'이다.
'뜨다'는 '자리를 뜨다' 식으로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떠나다는 뜻인데,이 말이 '세상을 뜨다'처럼 쓰이면 '죽다'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이 된다.
'떠나다'도 마찬가지로 '죽다'의 또 다른 완곡어이다.
'떠나다'는 어원적으로 '뜨다+나다'의 결합으로 만들어졌다.
'죽다'를 완곡하게 표현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어는 '가다'이다.
'억울하게 간 넋을 위로하다' '젊은 나이에 간 친구를 회상하다'처럼 쓰인다.
'눈을 감다'를 비롯해 '저승에 가다''이승을 떠나다''불귀의 객이 되다''황천 가다''졸하다''몰하다' 따위가 모두 '죽다'를 완곡하게 이르는 표현으로,오랜 세월을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굳은 관용구들이다.
'눈을 감다'는 '목숨이 끊어지다'를 완곡하게 말하는 것이다.
이 말이 줄어 한 단어가 된 게 '눈감다'이다.
'저승에 가다'나 '이승을 떠나다(=이승을 하직하다)'도 '죽다'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이다.
'그의 은혜는 저승에 가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병이 중해 곧 이승을 떠날 것 같다'처럼 쓰인다.
이때 '이승'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저승'은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을 말한다.
어원적으로 '이승'은 '이 생(生)'이 변한 말이고 '저승'은 '저 생(生)'에서 온 말이다.
이 같은 단어 형태의 변화는 '초승달'에서도 볼 수 있다.
본래 말 '초생달(初生-)'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발음이 자연스럽게 '초승달'로 굳어져 이를 표준어로 삼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간혹 이런 과정을 모르고 여전히 '초생달'이라 말하고 적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른 말이 아니다).
'황천으로 보내다''저승으로 보내다'란 말도 관용구로 많이 쓰는데,이는 타동사 '죽이다'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이다.
황천(黃泉)은 저승과 같은 말로 서로 바꿔 써도 좋다.
또 죽은 이를 가리켜 '불귀의 객이 됐다'라고도 한다.
'불귀'는 돌아오지 않는 것을 뜻하는데,'죽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관용구로 '골로 가다''골로 보내다'란 말도 많이 쓴다.
이는 각각 '죽다''죽이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둘 다 사전에 올라 있다.
이때의 '골'은 '고택골'의 준말로 설명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와 관련해 '고택골(로) 가다''고택골로 보내다'를 관용구로 올리고,각각 '죽다''죽이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고 있다.
'고택골(高宅-)'은 지금의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해당하는 마을의 옛 이름으로,예부터 공동묘지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졸(卒)'이나 '몰(歿/沒)'은 요즘 잘 쓰이지 않지만 어떤 사람의 약력 따위를 적을 때 의례적으로 쓰는 말이다.
역시 '죽음'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로,가령 '1972년 3월14일 졸' 또는 '1915년생,1994년 몰' 식으로 쓴다.
김영봉 연세대 연구교수(한문학)는 "졸,몰의 사용은 세종실록 등에서도 확인되는데 예부터 격식을 갖춘 말로 쓰였다"며 "쓰임새가 특별히 구별되는 것은 아니고 서로 바꿔 쓸 수 있는 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졸'은 똑같은 말이 학교나 날짜를 나타내는 명사 뒤에서 '졸업'을 뜻하기도 하는데,'○○대학 졸/2009년 2월 졸' 식으로 거의 비슷하게 쓰이므로 '죽음'을 가리키는 경우와 구별해야 한다.
'졸'이나 '몰'은 '생년(태어난 해),졸년(어떤 사람이 죽은 해),몰년(죽은 해 또는 죽은 나이)''생졸(태어나고 죽음)'이란 단어를 만들며,동사로도 쓰여 '졸하다'라고 하면 '사람이 죽다'라는 뜻을 완곡하게 나타내는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박연차 게이트'의 핵심 당사자로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5월23일 갑자기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때 언론은 일제히 그의 죽음을 '서거(逝去)'로 전했다.
'서거'는 아주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주로 대통령이나 그에 버금가는 공인의 죽음을 가리키는 데 쓰인다.
인간의 생로병사 가운데 하나인 죽음을 나타내는 말은 이처럼 많지만 그 중 흔히 쓰이는 말은 사망 별세 타계 운명 작고 정도이다.
이들도 실은 글말에서나 자주 쓰일 뿐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입말로는 대개 '죽다'나 '돌아가시다'이다.
'돌아가시다'는 '죽다'의 높임말이면서 동시에 완곡한 표현이기도 하다.
어떤 말이 충격적이거나 어감이 좋지 않을 때 듣는 사람을 자극하지 않도록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수사학적으로 완곡어법이라 한다.
우리말에는 '죽음'을 이르는 말이 많기도 하지만 특히 이 완곡어법에 해당하는 다양한 표현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흔한 쓰임새를 보이는 게 '세상을 뜨다/떠나다'이다.
'뜨다'는 '자리를 뜨다' 식으로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떠나다는 뜻인데,이 말이 '세상을 뜨다'처럼 쓰이면 '죽다'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이 된다.
'떠나다'도 마찬가지로 '죽다'의 또 다른 완곡어이다.
'떠나다'는 어원적으로 '뜨다+나다'의 결합으로 만들어졌다.
'죽다'를 완곡하게 표현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어는 '가다'이다.
'억울하게 간 넋을 위로하다' '젊은 나이에 간 친구를 회상하다'처럼 쓰인다.
'눈을 감다'를 비롯해 '저승에 가다''이승을 떠나다''불귀의 객이 되다''황천 가다''졸하다''몰하다' 따위가 모두 '죽다'를 완곡하게 이르는 표현으로,오랜 세월을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굳은 관용구들이다.
'눈을 감다'는 '목숨이 끊어지다'를 완곡하게 말하는 것이다.
이 말이 줄어 한 단어가 된 게 '눈감다'이다.
'저승에 가다'나 '이승을 떠나다(=이승을 하직하다)'도 '죽다'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이다.
'그의 은혜는 저승에 가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병이 중해 곧 이승을 떠날 것 같다'처럼 쓰인다.
이때 '이승'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저승'은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을 말한다.
어원적으로 '이승'은 '이 생(生)'이 변한 말이고 '저승'은 '저 생(生)'에서 온 말이다.
이 같은 단어 형태의 변화는 '초승달'에서도 볼 수 있다.
본래 말 '초생달(初生-)'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발음이 자연스럽게 '초승달'로 굳어져 이를 표준어로 삼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간혹 이런 과정을 모르고 여전히 '초생달'이라 말하고 적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른 말이 아니다).
'황천으로 보내다''저승으로 보내다'란 말도 관용구로 많이 쓰는데,이는 타동사 '죽이다'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이다.
황천(黃泉)은 저승과 같은 말로 서로 바꿔 써도 좋다.
또 죽은 이를 가리켜 '불귀의 객이 됐다'라고도 한다.
'불귀'는 돌아오지 않는 것을 뜻하는데,'죽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관용구로 '골로 가다''골로 보내다'란 말도 많이 쓴다.
이는 각각 '죽다''죽이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둘 다 사전에 올라 있다.
이때의 '골'은 '고택골'의 준말로 설명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와 관련해 '고택골(로) 가다''고택골로 보내다'를 관용구로 올리고,각각 '죽다''죽이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고 있다.
'고택골(高宅-)'은 지금의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해당하는 마을의 옛 이름으로,예부터 공동묘지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졸(卒)'이나 '몰(歿/沒)'은 요즘 잘 쓰이지 않지만 어떤 사람의 약력 따위를 적을 때 의례적으로 쓰는 말이다.
역시 '죽음'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로,가령 '1972년 3월14일 졸' 또는 '1915년생,1994년 몰' 식으로 쓴다.
김영봉 연세대 연구교수(한문학)는 "졸,몰의 사용은 세종실록 등에서도 확인되는데 예부터 격식을 갖춘 말로 쓰였다"며 "쓰임새가 특별히 구별되는 것은 아니고 서로 바꿔 쓸 수 있는 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졸'은 똑같은 말이 학교나 날짜를 나타내는 명사 뒤에서 '졸업'을 뜻하기도 하는데,'○○대학 졸/2009년 2월 졸' 식으로 거의 비슷하게 쓰이므로 '죽음'을 가리키는 경우와 구별해야 한다.
'졸'이나 '몰'은 '생년(태어난 해),졸년(어떤 사람이 죽은 해),몰년(죽은 해 또는 죽은 나이)''생졸(태어나고 죽음)'이란 단어를 만들며,동사로도 쓰여 '졸하다'라고 하면 '사람이 죽다'라는 뜻을 완곡하게 나타내는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