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도 기억하지? 우리 동창,거시기 말이야,키가 제일 크고 늘 웃던 친구."
"아따,이 사람아,뭘 그리 꾸물거리나."
"아들이 다쳤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식겁했는지 몰라."
한글학회에서 선정한 우리말 지킴이이자 재야의 우리말 연구가인 김선덕씨는 몇 해 전 한 기고문을 통해 "거시기,시방,아따 등의 단어가 표준어임에도 불구하고 호남 사투리로 잘못 알려져 일상생활에서 교양 없는 말로 외면당하고 있다"라고 꼬집은 적이 있다.
실제로 우리 언어생활을 들여다보면 그릇된 편견에 의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말들이 꽤 있다.
'개고생'이 지난 3월 말 TV 전파를 처음 탔을 때만 해도 "이런 비속어를 어떻게 방송에서 공공연히 쓸 수 있느냐"라는 문의가 빗발친 것도 그런 까닭이다.
다행히 신문 등을 통해 '개고생'의 정체가 표준어임이 알려지면서 이런 의문은 곧 풀렸지만….
접두사 '개-'는 전 회에서 살폈듯이 '정도가 심한'(개망나니/개잡놈 따위)이란 뜻 외에도 '질이 떨어지는,흡사하지만 다른'(개떡/개살구 따위),'헛된,쓸데없는'(개꿈/개나발/개수작/개죽음 따위)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이 가운데에 개떡/개살구 같은 데 쓰인 '개-'와 비슷한 의미를 더하는 접두사가 또 하나 있는데,그것은 '돌-'이다.
'돌배/돌미역/돌조개' 같은 게 그런 것인데,이때의 '돌-' 역시 일부 동식물을 나타내는 말 앞에 붙어 '품질이 떨어지는,야생으로 자라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이에 반해 '품질이 우수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는 '참-'이다.
참먹(품질이 아주 좋은 먹)/참숯(참나무 따위를 구워서 만든 숯) 등이 있다.
또 '진짜,진실하고 올바른'의 뜻을 더하기도 하는데,'참사랑/참뜻'에 쓰인 '참-'이 그런 것이다.
사투리나 비속어로 잘못 알려져 자칫 홀대받기 쉬운 표준어들 중엔 '거시기'가 대표적인 말이다.
'거시기'는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이다.
또는 '하려는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가 거북할 때 쓰는 군소리'이기도 하다.
"저,거시기,죄송합니다만 제 부탁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이때는 감탄사이다.
'아따' 역시 흔히 쓰는 감탄사로,무엇이 몹시 심하거나 하여 못마땅한 듯이 말할 때 가볍게 내는 소리이다.
"아따,말도 많네/아따,간 떨어지겠소"처럼 쓴다.
뜻밖에 무엇인가에 놀라 겁을 먹는 상황이라면 "아따,시껍했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때의 '시껍하다'는 '식겁(食怯)하다'가 바른말이다.
글자 그대로 '겁먹다'란 뜻의 표준어인데 흔히 사투리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다.
다만 이를 발음 그대로 '시껍하다'로 적는 것은 틀린 것이다.
'시방(時方)'도 전라도 사투리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지금'이란 뜻의 한자어이다.
이들은 모두 사투리도 아니고,비속어도 아니며,정상적인 표준어이므로 부담 없이 써도 좋은 말이다.
그런데 비속어로 쓰이는 말 가운데 "꼬우면 너도 출세해라"라고 하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특이한 경우이다.
특히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왜 꼽냐?"라고 할 때(이때는 약간 건들건들 하면서 다소 냉소적인 표정을 지어야 제 맛이 난다) 그것은 "그래서 너 불만 있냐?"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의미로 쓰이는 말은 사전에서 찾을 수 없다.
우리말 '꼽다'에 이런 용법이 없기 때문이다.
'꼽다'는 기껏 해봐야 '수나 날짜를 세려고 손가락을 하나씩 헤아리다(예:추석이 며칠 남았는지 손가락으로 꼽아보았다.)' '골라서 지목하다(예:올해의 인물을 꼽으라면 누가 되겠느냐.)'란 뜻밖에 없다.
'하는 말이나 행동이 눈에 거슬려 불쾌하다' '비위가 뒤집혀 구역날 듯하다'란 뜻의 말은 '아니꼽다'이다.
이 말 역시 비속어도 아니고 정상적인 표준어이다.
입말에서 "꼽냐?"라고 할 때는 이 '아니꼽다'란 말을 비정상적으로 줄여 비속하게 쓰는 말인 것 같다.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이런 용법은 제법 상당한 세력을 갖고 있지만 정식으로 단어화하지는 못했다.
그러니 글쓰기에서는 "꼽냐"라고 하는 건 곤란하고 아직은 "아니꼽냐"라고 써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아따,이 사람아,뭘 그리 꾸물거리나."
"아들이 다쳤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식겁했는지 몰라."
한글학회에서 선정한 우리말 지킴이이자 재야의 우리말 연구가인 김선덕씨는 몇 해 전 한 기고문을 통해 "거시기,시방,아따 등의 단어가 표준어임에도 불구하고 호남 사투리로 잘못 알려져 일상생활에서 교양 없는 말로 외면당하고 있다"라고 꼬집은 적이 있다.
실제로 우리 언어생활을 들여다보면 그릇된 편견에 의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말들이 꽤 있다.
'개고생'이 지난 3월 말 TV 전파를 처음 탔을 때만 해도 "이런 비속어를 어떻게 방송에서 공공연히 쓸 수 있느냐"라는 문의가 빗발친 것도 그런 까닭이다.
다행히 신문 등을 통해 '개고생'의 정체가 표준어임이 알려지면서 이런 의문은 곧 풀렸지만….
접두사 '개-'는 전 회에서 살폈듯이 '정도가 심한'(개망나니/개잡놈 따위)이란 뜻 외에도 '질이 떨어지는,흡사하지만 다른'(개떡/개살구 따위),'헛된,쓸데없는'(개꿈/개나발/개수작/개죽음 따위)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이 가운데에 개떡/개살구 같은 데 쓰인 '개-'와 비슷한 의미를 더하는 접두사가 또 하나 있는데,그것은 '돌-'이다.
'돌배/돌미역/돌조개' 같은 게 그런 것인데,이때의 '돌-' 역시 일부 동식물을 나타내는 말 앞에 붙어 '품질이 떨어지는,야생으로 자라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이에 반해 '품질이 우수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는 '참-'이다.
참먹(품질이 아주 좋은 먹)/참숯(참나무 따위를 구워서 만든 숯) 등이 있다.
또 '진짜,진실하고 올바른'의 뜻을 더하기도 하는데,'참사랑/참뜻'에 쓰인 '참-'이 그런 것이다.
사투리나 비속어로 잘못 알려져 자칫 홀대받기 쉬운 표준어들 중엔 '거시기'가 대표적인 말이다.
'거시기'는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이다.
또는 '하려는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가 거북할 때 쓰는 군소리'이기도 하다.
"저,거시기,죄송합니다만 제 부탁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이때는 감탄사이다.
'아따' 역시 흔히 쓰는 감탄사로,무엇이 몹시 심하거나 하여 못마땅한 듯이 말할 때 가볍게 내는 소리이다.
"아따,말도 많네/아따,간 떨어지겠소"처럼 쓴다.
뜻밖에 무엇인가에 놀라 겁을 먹는 상황이라면 "아따,시껍했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때의 '시껍하다'는 '식겁(食怯)하다'가 바른말이다.
글자 그대로 '겁먹다'란 뜻의 표준어인데 흔히 사투리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다.
다만 이를 발음 그대로 '시껍하다'로 적는 것은 틀린 것이다.
'시방(時方)'도 전라도 사투리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지금'이란 뜻의 한자어이다.
이들은 모두 사투리도 아니고,비속어도 아니며,정상적인 표준어이므로 부담 없이 써도 좋은 말이다.
그런데 비속어로 쓰이는 말 가운데 "꼬우면 너도 출세해라"라고 하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특이한 경우이다.
특히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왜 꼽냐?"라고 할 때(이때는 약간 건들건들 하면서 다소 냉소적인 표정을 지어야 제 맛이 난다) 그것은 "그래서 너 불만 있냐?"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의미로 쓰이는 말은 사전에서 찾을 수 없다.
우리말 '꼽다'에 이런 용법이 없기 때문이다.
'꼽다'는 기껏 해봐야 '수나 날짜를 세려고 손가락을 하나씩 헤아리다(예:추석이 며칠 남았는지 손가락으로 꼽아보았다.)' '골라서 지목하다(예:올해의 인물을 꼽으라면 누가 되겠느냐.)'란 뜻밖에 없다.
'하는 말이나 행동이 눈에 거슬려 불쾌하다' '비위가 뒤집혀 구역날 듯하다'란 뜻의 말은 '아니꼽다'이다.
이 말 역시 비속어도 아니고 정상적인 표준어이다.
입말에서 "꼽냐?"라고 할 때는 이 '아니꼽다'란 말을 비정상적으로 줄여 비속하게 쓰는 말인 것 같다.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이런 용법은 제법 상당한 세력을 갖고 있지만 정식으로 단어화하지는 못했다.
그러니 글쓰기에서는 "꼽냐"라고 하는 건 곤란하고 아직은 "아니꼽냐"라고 써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