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에 대응하는 말 ‘외벌이’

'맞벌이'에 대응하는 '외벌이/홑벌이/홀벌이'는 대략 10여 년 전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타나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교적 짧지 않은 동안 꾸준히 써온 말임에도 아직 사전에는 오르지 않았다.

새로운 말이 언중 사이에 뿌리 내려 단어가 되기 전이라면 기왕이면 조어법에도 맞고 의미가 적합한 것을 골라 자주 쓰는 게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맞벌이'의 조어 구조에 대응하는 말을 찾는 게 한 방법이다.

'맞벌이'는 '벌이'에 접두사 '맞-'이 결합한 말이다.

이 '맞-'은 명사나 동사 앞에 붙어서 '마주 대하는' 또는 '서로 엇비슷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맞고함/맞담배/맞대결/맞바둑/맞적수/맞들다/맞물다/맞바꾸다/맞부딪치다/맞서다 등)

여기에 대응하는 '외-(외갈래,외고집,외골수,외기러기,외길,외마디,외아들, 외따로, 외떨어지다)/홑-(홑이불,홑껍데기,홑바지,홑옷,홑치마)/홀-(홀아비,홀어미)' 역시 모두 접두사이면서 의미적으론 용례에서 드러나듯 '혼자' '홀로'의 뜻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그러니 적어도 현대적 의미나 쓰임새로 봐서는 '맞벌이'에 대응하는 말로 '외벌이/홑벌이/홀벌이'가 각각 자격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외-'와 '홑-' '홀-'이 비슷한 뜻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쓰이진 않는다.

각자 결합하는 단어가 고정돼 있어서 서로 대체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의미는 공유하게 됐지만 애초의 의미자질에서는 차이가 있었을 터이다.

그런 흔적은 '홑-'은 '겹-'과 대응하고,'홀-'은 '핫-' 또는 '짝-'과 자연스럽게 대응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홑-'과 '홀-'이 명사와의 결합만 보이는 데 비해 '외-'는 명사뿐만 아니라 동사나 부사와도 자연스럽게 결합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실제 쓰이는 빈도수는 어떨까.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검색어를 넣어 보면 '외벌이'가 압도적으로 많고 그 다음으로 홑벌이,홀벌이 순으로 나온다.

사전 등을 통해 찾을 수 있는 각각의 용례 역시 '외-'의 생산성이 가장 높고 이어 '홑-' '홀-'의 순이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보면 현재로선 '홑벌이'나 '홀벌이'보다 '외벌이'가 언중의 선택을 받아 단어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