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색’이란 말은 없다

산업화가 추진되기 시작한 1960년대 중반만 해도 우리 사회는 해마다 보릿고개의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엔 가방도 드믈어 아이들은 책을 보따리에 싸서 어깨에 메고 다니곤 했는데 그것을 책보라고 했다.

신발이라고 해봐야 고무신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비오는 날 신는 장화 아니면 구경하기도 힘든 이 고무신의 색깔은 대부분 검은 색이었다.

검정 고무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지금도 이를 검정색 고무신 또는 검은색 고무신이라고도 부른다.

검정 고무신,검정색 고무신,검은색 고무신.

같은 걸 나타내는 이들 말은 두루 써도 되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것은 잘못 쓰는 말일까.

마찬가지로 노랑머리,노랑색 머리,노란색 머리는 모두 똑같은 말인지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색깔이나 빛을 나타내는 우리말에 검정,노랑,파랑,빨강,하양이란 게 있다.

이들은 모두 '거멓다(검다),노랗다,파랗다,빨갛다,하얗다'에서 온 말이다.

이들이 '색'과 결합해 만드는 합성어는 '거먼색(검은색),노란색,파란색,빨간색,하얀색'이다.

이들은 각각 검정,노랑,파랑,빨강,하양과 통용된다.

똑같은 말이라는 뜻이다.

사전적으로 검정은 '검은 빛깔이나 물감'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 검정은 곧 검은색을 달리 말하는 단어이다.

마찬가지로 파란색은 파랑,빨간색은 빨강,노란색은 노랑,하얀색은 하양이다.

'거멓다'는 어둡고 엷게 검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밝고 엷게 검다는 뜻의 말은 '가맣다'이다.

이보다 센 느낌을 주는 말이 '까맣다'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노랑이나 빨강,파랑 따위에 이끌려 '까망'이란 말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말에서 '까망'이란 단어는 없다.

까망'은 버렸고 대신에 '깜장'을 표준어로 삼았다.

마찬가지로 '검은색'을 뜻하는 것은 '검정'일 뿐이고 '검정색'이란 말은 없다.

그러니 검정 고무신,검은색 고무신은 돼도 검정색 고무신은 성립하지 않는다.

노랑머리라 하든지 노란색 머리라 하든지 모두 가능하지만 노랑색 머리라고 하면 '노란색색 머리'란 말이 되므로 이상한 표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