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장수의 가위 소리,강냉이 장수의 튀밥 튀기는 대포 같은 소리….'
1950년 6 · 25전쟁 전후를 시간적 배경으로 한 김원일의 장편소설 <불의 제전>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지금도 어쩌다 동네 한 귀퉁이에서 이런 모습을 볼라치면 나이가 제법 든 중장년층 사이에선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여기 나오는 '튀밥'은 쌀이나 옥수수를 튀긴 것을 말한다.
그것을 뻥 하는 소리와 함께 튀겨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 '뻥튀기'이다.
'튀기다'와 '튀다'의 현대적 쓰임새는 매우 다르다.
'튀기다'는 '끓는 기름에 넣어 부풀어 나게 하다' 또는 '마른 낟알 따위에 열을 가해 부풀어 나게 하다(옥수수를 튀기다.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란 뜻이다.
이에 비해 '튀다'는 '탄력있는 물체가 솟아오르다/어떤 힘을 받아 작은 물체나 액체 방울이 세차게 흩어져 퍼지다'란 뜻으로 쓰인다.
의미로만 본다면 '뻥튀기'의 '튀'는 '튀기다'에 훨씬 가까운 것 같다.
그런데 <우리말 어원사전>(김민수 편,태학사,1997)에서는 '뻥튀기'의 어근 '튀'를 '도(跳)'로 밝히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쉽게도 '뻥튀기'의 어원 정보가 없다.)
'跳'는 '건너다,뛰다,(물체가 탄력에 의해)튀어 오르다'란 뜻이다(<中韓大辭典>,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1995).
우리는 도개교(跳開橋),도약(跳躍) 같은 말에서 '跳'의 쓰임새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뻥튀기'의 '튀'가 '튀다'를 어원으로 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뻥튀기'의 구조는 '뻥+[튀+기]'로서,'-기'파생어에 의성어 '뻥'이 결합한 합성어로 풀이된다.
또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뻥튀기'란 말의 동사형이다.
이를 동사로 쓰고 싶을 땐 어떻게 할까.
접미사 '-하다'를 붙여 '뻥튀기하다'라고 쓰면 된다.
"조그마한 일을 그렇게 뻥튀기해서 말하면 남들이 놀라잖니?"처럼 말한다.
이때 간과하면 안 될 게 동사 형태가 '뻥튀기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뻥튀기다'란 말이 있다면 굳이 '-하다'를 붙일 필요 없이 그냥 '뻥튀겨서/뻥튀기면/뻥튀기고/뻥튀기게/뻥튀기지…' 식으로 쓰면 될 일이다.
또한 명사형도 자연히 '뻥튀기기'가 된다.
하지만 '뻥튀기다'란 말은 없으므로 이들은 모두 '뻥튀기해서/뻥튀기하면/뻥튀기하고/뻥튀기하게/뻥튀기하지…'라 해야 바른 형태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뻥튀기하다'란 동사가 있으므로 이 말을 명사형으로 쓰면 '뻥튀기하기'이다.
뒤집어 말하면 '뻥튀기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또 하나 '튀기다'는 파생어로 '튀김'을 만드는데,생선튀김이나 두부튀김 같은 게 그 예이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튀김'을 '튀기'라고도 한다.
즉 '생선튀기/두부튀기/강냉이튀기'라는 말을 쓴다.
또 북한에선 '뻥튀기'란 말은 없고 이에 해당하는 게 쌀튀기(쌀을 튀겨낸 것)나 튀밥('쌀튀기'와 같은 말)인데,이들 튀김 튀밥 쌀튀기 등을 두루 묶어 '튀기'란 말을 더 많이 쓴다는 게 남한과의 차이점이다.
'뻥튀기기'란 말은 실제 생활에선 '뻥튀기+기(機)'의 결합으로 해석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는 '세탁+기' '전화+기' '탈곡+기'의 결합과 마찬가지 꼴이다.
실제로 1996년 등록된 실용신안 가운데 '강냉이 뻥튀기기'란 게 있다.
영어로 하면 'MACHINE FOR POPPING CORN'이다.
즉 '뻥튀기기'라고 하면 '뻥튀기 기계'를 말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뻥튀기기'를 '뻥 하고 튀기다'란 의미에서 굳이 쓴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대 우리말법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표현이다.
그보다는 이미 어휘화한 단어 '뻥튀기'를 쓰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를 동명사로 쓰고 싶다면 '뻥튀기기'가 아니라 '뻥튀기하기'가 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1950년 6 · 25전쟁 전후를 시간적 배경으로 한 김원일의 장편소설 <불의 제전>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지금도 어쩌다 동네 한 귀퉁이에서 이런 모습을 볼라치면 나이가 제법 든 중장년층 사이에선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여기 나오는 '튀밥'은 쌀이나 옥수수를 튀긴 것을 말한다.
그것을 뻥 하는 소리와 함께 튀겨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 '뻥튀기'이다.
'튀기다'와 '튀다'의 현대적 쓰임새는 매우 다르다.
'튀기다'는 '끓는 기름에 넣어 부풀어 나게 하다' 또는 '마른 낟알 따위에 열을 가해 부풀어 나게 하다(옥수수를 튀기다.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란 뜻이다.
이에 비해 '튀다'는 '탄력있는 물체가 솟아오르다/어떤 힘을 받아 작은 물체나 액체 방울이 세차게 흩어져 퍼지다'란 뜻으로 쓰인다.
의미로만 본다면 '뻥튀기'의 '튀'는 '튀기다'에 훨씬 가까운 것 같다.
그런데 <우리말 어원사전>(김민수 편,태학사,1997)에서는 '뻥튀기'의 어근 '튀'를 '도(跳)'로 밝히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쉽게도 '뻥튀기'의 어원 정보가 없다.)
'跳'는 '건너다,뛰다,(물체가 탄력에 의해)튀어 오르다'란 뜻이다(<中韓大辭典>,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1995).
우리는 도개교(跳開橋),도약(跳躍) 같은 말에서 '跳'의 쓰임새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뻥튀기'의 '튀'가 '튀다'를 어원으로 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뻥튀기'의 구조는 '뻥+[튀+기]'로서,'-기'파생어에 의성어 '뻥'이 결합한 합성어로 풀이된다.
또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뻥튀기'란 말의 동사형이다.
이를 동사로 쓰고 싶을 땐 어떻게 할까.
접미사 '-하다'를 붙여 '뻥튀기하다'라고 쓰면 된다.
"조그마한 일을 그렇게 뻥튀기해서 말하면 남들이 놀라잖니?"처럼 말한다.
이때 간과하면 안 될 게 동사 형태가 '뻥튀기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뻥튀기다'란 말이 있다면 굳이 '-하다'를 붙일 필요 없이 그냥 '뻥튀겨서/뻥튀기면/뻥튀기고/뻥튀기게/뻥튀기지…' 식으로 쓰면 될 일이다.
또한 명사형도 자연히 '뻥튀기기'가 된다.
하지만 '뻥튀기다'란 말은 없으므로 이들은 모두 '뻥튀기해서/뻥튀기하면/뻥튀기하고/뻥튀기하게/뻥튀기하지…'라 해야 바른 형태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뻥튀기하다'란 동사가 있으므로 이 말을 명사형으로 쓰면 '뻥튀기하기'이다.
뒤집어 말하면 '뻥튀기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또 하나 '튀기다'는 파생어로 '튀김'을 만드는데,생선튀김이나 두부튀김 같은 게 그 예이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튀김'을 '튀기'라고도 한다.
즉 '생선튀기/두부튀기/강냉이튀기'라는 말을 쓴다.
또 북한에선 '뻥튀기'란 말은 없고 이에 해당하는 게 쌀튀기(쌀을 튀겨낸 것)나 튀밥('쌀튀기'와 같은 말)인데,이들 튀김 튀밥 쌀튀기 등을 두루 묶어 '튀기'란 말을 더 많이 쓴다는 게 남한과의 차이점이다.
'뻥튀기기'란 말은 실제 생활에선 '뻥튀기+기(機)'의 결합으로 해석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는 '세탁+기' '전화+기' '탈곡+기'의 결합과 마찬가지 꼴이다.
실제로 1996년 등록된 실용신안 가운데 '강냉이 뻥튀기기'란 게 있다.
영어로 하면 'MACHINE FOR POPPING CORN'이다.
즉 '뻥튀기기'라고 하면 '뻥튀기 기계'를 말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뻥튀기기'를 '뻥 하고 튀기다'란 의미에서 굳이 쓴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대 우리말법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표현이다.
그보다는 이미 어휘화한 단어 '뻥튀기'를 쓰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를 동명사로 쓰고 싶다면 '뻥튀기기'가 아니라 '뻥튀기하기'가 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