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④ 희소성과 3대 경제 문제 -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수 있다고?
1980년대에는 건전가요라는 노래가 있었다.

당시 정부는 가수가 음반을 내면 그중에 반드시 건전가요 한 곡이 들어가도록 했다.

건전가요의 정의가 좀 애매하긴 했는데,남녀간의 사랑을 노래하는 것 말고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거나 캠페인성 노래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런 건전가요의 대명사로 가수 정수라가 부른 '아! 대한민국'이란 노래가 있다.

조국 대한민국을 찬양하는 노래였는데,가사 중에 이런 부분이 있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어."

가난을 벗고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을 상징한 가사였지만,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이는 경제이론에 명백히 어긋나는 노랫말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나라도 원하는 것과 뜻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세계 유일의 강대국이라고 하는 미국도,천연자원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산유국도 모두 부족함에 시달리지,사람이 원하는 만큼 재화와 용역을 무한정 제공해 줄 수 있는 국가란 근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이러한 재화와 용역의 부족을 경제학에서는 희소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희소성이란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 데 비하여 이를 충족시켜줄 자원은 유한한 속성을 뜻한다.

조선시대에 부유함의 상징으로 '이밥에 고깃국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망은 오늘날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고깃집에 취직만 해도 쌀밥에 고깃국은 실컷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고깃집에 취직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만족하지 않을 것임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배고픔이 해결되면 무한한 인간의 욕망은 새로운 욕심을 만들어낸다.

자동차도 몰고 싶고,휴대폰도 갖고 싶고,해외여행도 다니고 싶어진다.

그래서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나라에 가도 늘 부족함이 존재하고,모든 것을 가질 수 없기에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경제학자 새뮤얼슨은 가난한 나라든 부유한 나라든 모든 국가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경제적 선택의 문제를 3대 기본 경제문제로 정식화하였다.

이 세 가지는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누구를 위하여 생산할 것인가이다.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의 문제는 생산물의 종류와 양을 결정하는 문제이다.

주어진 인력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쌀을 많이 생산하면 그만큼 공산품 생산량이 줄어들고,거꾸로 공산품 생산량을 늘리면 쌀의 생산을 줄여야 한다.

같은 공산품이라 하더라도 휴대폰을 더 많이 생산하면 장난감 생산을 줄여야 하는 식이다.

물론 쌀도 많이 생산하고,휴대폰도 많이 생산하고,장난감도 많이 생산해야 하지만 기술 수준이 일정한 경우에 이러한 일은 일어날 수가 없다.

필자가 살고 있는 하남시의 경제 중심은 신장 사거리라고 하는 곳이다.

하남시가 아직 도시로의 모습을 갖추기 이전부터 이 지역 상권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는데,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많아진 가게가 휴대폰 판매점이다.

과장을 섞어 이야기하면 한 집 건너 하나씩 있을 정도인데,휴대폰 판매점이 많은 것은 여기만의 사정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통해 추론해보면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휴대폰의 생산량이 많은 나라이다.

휴대폰의 정가는 보통 기십 만원을 호가하는데,사용 주기가 평균 2년 정도로 비슷한 가격의 다른 전자제품에 비하여 짧은 편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휴대폰을 많이 구매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휴대폰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경제적 선택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도 중요한 경제적 선택이다.

어떠한 생산방법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여기에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려는 효율성의 원리가 작동한다.

선택의 주체는 기업인인데,일반적으로 생산방법의 선택에 있어서 많이 하는 고민은 인력을 많이 투입할 것인가, 자본을 투입할 것인가이다.

일반적으로 인건비가 비교적 싼 개발도상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인력 투입의 비중이 높고,인건비가 비싼 선진국에서는 자본을 투입하여 기계화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도 생산방법의 중요한 선택문제로 등장하였다.

국내의 인건비가 비싸지면서 기업인들은 상품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할지,외국에서 생산할지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요즘 북한의 통행 차단으로 문제가 된 개성공단도 이러한 기업인들의 고민과 관련이 있다.

북한 지역이라는 불안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에 많은 중소기업이 입주한 것은 월평균 70달러에 불과한 값싼 인건비 때문이다.

1달러당 1500원의 환율로 계산해도 남한 노동자와는 비교가 안 되는 생산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기에 언어 소통의 장애가 없고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 때문에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생산하기보다 개성 공단에서 생산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누구를 위하여 생산할 것인가의 문제는 분배의 문제이다.

생산방법의 문제가 효율성의 문제였다면,분배의 문제는 형평성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생산되는 재화와 용역은 한정되어 있고 이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기 때문에,누가 무엇을 얼마나 가져갈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생산에 기여한 몫만큼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만,고도 분업 사회에서는 어떤 직업군이 어느 정도의 생산을 했는지를 측정해내기는 쉽지가 않다.

또한 이 문제는 사회적 분배와 관련이 있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문제이기도 한다.

사람들 사이의 다양한 선호의 차이도 분배에 있어서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낫다'는 격언이 있기는 하지만,이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배고픔을 움켜쥐고 책을 사보는 사람도 있지만,한 권의 책보다 빵이 중요한 사람도 많은 법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사람들의 선호를 고려하여 생산된 상품을 적절하게 나누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경제 문제는 모두 희소성에 의해서 비롯되며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지구상의 모든 국가는 세 가지 기본적인 경제문제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한한 자원을 지닌 지구 위에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선택은 필수적이며,모든 사람은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대형마트에만 가면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사달라고 떼를 쓰는 어린 아이들을 많이 본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부모의 지갑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돈이 나오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아이들이 부리는 욕심대로 다 사주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부모들은 아이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가 없다.

아이들도 커가면서 모두 내 욕심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이 세상이란 것을 알게 된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은 사람의 욕심처럼 풍요롭지 않다는 경제적 진리를 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전대원 하남 신장고 교사 amharez@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