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그슬리면 큰일

"햇볕에 그슬린 몸이 보기 좋구나."

햇볕을 오래 쬐어 살갗이 구릿빛으로 변한 사람을 보면 건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럴 때 듣기 좋은 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이가 있다면 실수하는 거다.

몸을 그슬리다니?

그렇다면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햇볕이나 불,연기 따위에 쬐어 빛이 검게 변한 것은 '그을다'이다.

'굴뚝이 연기에 그을었다/햇볕에 얼굴이 검게 그을었다'처럼 쓴다.

이에 비해 '그슬리다'는 '불에 겉을 조금 태우다'란 뜻이다.

'고기를 숯불에 살짝 그슬려서 먹으면 맛이 기가 막히지."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이 '그슬리다'이다.

'그을다'는 자동사이고 '그을리다'는 그 사동형이다.

'얼굴이 그을다/얼굴을 그을리다' 식으로 구별해 쓴다.

또 한 가지 유념해 둬야 할 것은 '그을다'에 관형어미 '-은'이 연결되면 'ㄹ'이 탈락돼 '그은'이 된다.

'그을은'이라 하면 잘못이다.

가령 '거무튀튀하게 그을은 얼굴'처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그을은'은 '그은'이 바른 적기인 것이다.

이에 비해 '그슬다'는 타동사이고 '그슬리다'는 그 사동 또는 피동형이다.

'새우를 불에 그슬어서 먹다/촛불에 머리카락을 그슬렸다/촛불에 머리카락이 그슬렸다'처럼 쓰인다.

특이한 것은 '그슬다'의 피동으로 쓸 때 '촛불에 머리카락을(또는 머리카락이) 그슬리다'와 같이 타동으로도, 자동형으로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정리하면 '그을리다'는 햇볕에 쬐거나 불이 탈 때 불완전 연소로 인해 빛이 검게 되거나 검은 물질이 묻는 것을 가리킨다.

이에 비해 '그슬리다'는 불이나 뜨거운 열에 직접 닿아 살짝 타는 상태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