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 위기가 전 세계 실물경제 침체로 확산되고 있는 요즘 한국 경제에도 '기업 구조조정'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경기흐름의 영향을 크게 받는 건설 · 조선 등의 업종에서부터 우선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추진된다고 한다.
이럴 때 돈줄을 틀어쥐고 있는 은행들은 우량기업과 부실기업 선별을 통해 회생시킬 기업과 퇴출시킬 기업을 결정한다.
한마디로 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은행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금융회사들은 경제검찰이라 할 수 있는 금융감독원의 감시 · 감독을 받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사활을 쥐고 있다고 말한다.
모두 '건전성'을 토대로 사활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등 마음대로 쥐고 흔드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있다.
사전에서는 그것을 '생살여탈(生殺與奪)'이라 올리고 있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이 말을 낯설게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는 '생사여탈(生死與奪)'이란 말이 더 익숙할 것이다.
특이한 것은 좀더 많이 쓰일 것 같은 '생사여탈'이 사전에 따라 다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생살여탈'은 모든 사전이 올림말로 처리하고 있다.
여기에 권리나 자격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권(權)'을 붙여 만든 말 생살여탈권 또는 생사여탈권이란 것도 많이 쓰인다.
이때 두 말은 같이 써도 되는 것일까,아니면 어느 하나는 잘못 알고 쓰는 말일까.
우선 금성판 <뉴에이스국어사전>은 '생살여탈'을 풀면서 '생살여탈권' '생살지권(生殺之權)'이란 단어와 함께 쓰인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생사여탈'이나 '생사여탈권'이란 단어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어연구원은 1999년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 '생사여탈'을 올려놨다.
그 뜻은 '살고 죽는 것과 주고 빼앗는 것'으로 풀었다.
이에 비해 '생살여탈'은 '살리고 죽이는 일과 주고 빼앗는 일'로 설명된다.
이는 <표준>에서 '생사여탈'을 각각 4개의 글자가 대등하게 결합해 '생살여탈'과는 조금 다른,즉 '살리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고 죽는 것'이란 의미로 쓰이는,새로운 말로 보았음을 뜻한다.
그런데 '생사여탈'의 이 같은 뜻풀이는 다소 문제를 안고 있다.
의미적으로 앞의 '생사'는 자동사로,뒤의 '여탈'은 타동사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그 결합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전에 이 말을 올린 것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살여탈'이란 말보다 무심코 '생사여탈'이란 말을 더 많이 씀에 따라 그 풀이를 약간 달리해 또 다른 단어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표준>에는 '생살여탈'도 당연히 올라있는데,그 뜻은 '살리고 죽이는 일과 주고 빼앗는 일'로,이는 금성판 풀이와 같다.
또 '-권'과 결합한 '생살여탈권'을 올렸다.
그러나 <표준>에서도 '생사여탈권'이란 말은 없다.
사실 '생사여탈권'이란 말은 조어 구조상 매우 어색한 말이다.
즉 이는 '생권,사권,여권,탈권'이 합성된 것인데, '주고 빼앗는 권한'은 가능해도 '살고 죽는 권한'은 쓰임새 자체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각도를 달리 해보면 '생사여탈권'을 '생사를 여탈하는 권리'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때는 술목구조로 보는 것인데,'삶과 죽음을 여탈한다'란 구성으로 풀이하는 것이다.
이것은 의미구조상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생살여탈이든,생사여탈이든 한자 조어법상으론 여탈생살 또는 여탈생사가 돼야 자연스럽다)
이 경우 '생사여탈'과 '생사여탈권'이란 말은 '생살여탈'과 '생살여탈권'에서 변형돼 널리 쓰임에 따라 단어로 사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통상 말하는 '살리고 죽이고 주고 빼앗음'이란 뜻의 말로는 '생살여탈'이 정확한 표현이라 하겠다.
그리고 그 권리는 '생살여탈권'이다.
'생살여탈'이란 말은 <중한사전(中韓辭典),고대 민족문화연구원,2004년 개정판>에서도 확인된다.
어원적으로 '생살여탈'은 <한비자 · 三守篇>에 나오는 말이다. (<고사성어대사전>,임종욱 편,시대의창,2004)
'생살'은 '살리고 죽임'이고 '생사'는 '삶과 죽음'으로서,각각 다른 단어다.
'생사'는 다른 말과 어울려 '생사존망(生死存亡)' '생사지교(生死之交 · 생사를 같이 하는 벗)' 같은 말을 만든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특히 경기흐름의 영향을 크게 받는 건설 · 조선 등의 업종에서부터 우선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추진된다고 한다.
이럴 때 돈줄을 틀어쥐고 있는 은행들은 우량기업과 부실기업 선별을 통해 회생시킬 기업과 퇴출시킬 기업을 결정한다.
한마디로 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은행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금융회사들은 경제검찰이라 할 수 있는 금융감독원의 감시 · 감독을 받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사활을 쥐고 있다고 말한다.
모두 '건전성'을 토대로 사활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등 마음대로 쥐고 흔드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있다.
사전에서는 그것을 '생살여탈(生殺與奪)'이라 올리고 있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이 말을 낯설게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는 '생사여탈(生死與奪)'이란 말이 더 익숙할 것이다.
특이한 것은 좀더 많이 쓰일 것 같은 '생사여탈'이 사전에 따라 다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생살여탈'은 모든 사전이 올림말로 처리하고 있다.
여기에 권리나 자격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권(權)'을 붙여 만든 말 생살여탈권 또는 생사여탈권이란 것도 많이 쓰인다.
이때 두 말은 같이 써도 되는 것일까,아니면 어느 하나는 잘못 알고 쓰는 말일까.
우선 금성판 <뉴에이스국어사전>은 '생살여탈'을 풀면서 '생살여탈권' '생살지권(生殺之權)'이란 단어와 함께 쓰인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생사여탈'이나 '생사여탈권'이란 단어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어연구원은 1999년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 '생사여탈'을 올려놨다.
그 뜻은 '살고 죽는 것과 주고 빼앗는 것'으로 풀었다.
이에 비해 '생살여탈'은 '살리고 죽이는 일과 주고 빼앗는 일'로 설명된다.
이는 <표준>에서 '생사여탈'을 각각 4개의 글자가 대등하게 결합해 '생살여탈'과는 조금 다른,즉 '살리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고 죽는 것'이란 의미로 쓰이는,새로운 말로 보았음을 뜻한다.
그런데 '생사여탈'의 이 같은 뜻풀이는 다소 문제를 안고 있다.
의미적으로 앞의 '생사'는 자동사로,뒤의 '여탈'은 타동사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그 결합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전에 이 말을 올린 것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살여탈'이란 말보다 무심코 '생사여탈'이란 말을 더 많이 씀에 따라 그 풀이를 약간 달리해 또 다른 단어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표준>에는 '생살여탈'도 당연히 올라있는데,그 뜻은 '살리고 죽이는 일과 주고 빼앗는 일'로,이는 금성판 풀이와 같다.
또 '-권'과 결합한 '생살여탈권'을 올렸다.
그러나 <표준>에서도 '생사여탈권'이란 말은 없다.
사실 '생사여탈권'이란 말은 조어 구조상 매우 어색한 말이다.
즉 이는 '생권,사권,여권,탈권'이 합성된 것인데, '주고 빼앗는 권한'은 가능해도 '살고 죽는 권한'은 쓰임새 자체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각도를 달리 해보면 '생사여탈권'을 '생사를 여탈하는 권리'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때는 술목구조로 보는 것인데,'삶과 죽음을 여탈한다'란 구성으로 풀이하는 것이다.
이것은 의미구조상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생살여탈이든,생사여탈이든 한자 조어법상으론 여탈생살 또는 여탈생사가 돼야 자연스럽다)
이 경우 '생사여탈'과 '생사여탈권'이란 말은 '생살여탈'과 '생살여탈권'에서 변형돼 널리 쓰임에 따라 단어로 사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통상 말하는 '살리고 죽이고 주고 빼앗음'이란 뜻의 말로는 '생살여탈'이 정확한 표현이라 하겠다.
그리고 그 권리는 '생살여탈권'이다.
'생살여탈'이란 말은 <중한사전(中韓辭典),고대 민족문화연구원,2004년 개정판>에서도 확인된다.
어원적으로 '생살여탈'은 <한비자 · 三守篇>에 나오는 말이다. (<고사성어대사전>,임종욱 편,시대의창,2004)
'생살'은 '살리고 죽임'이고 '생사'는 '삶과 죽음'으로서,각각 다른 단어다.
'생사'는 다른 말과 어울려 '생사존망(生死存亡)' '생사지교(生死之交 · 생사를 같이 하는 벗)' 같은 말을 만든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