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키고 설킨 이해관계… 풀리지 않는 재개발 보상 갈등.'
지난 1월 6명 사망이란 참사를 불러온 용산 재개발구역 불법시위 진압 당시를 전하는 한 신문의 제목에는 우리말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열쇠 몇 개가 담겨 있다.
'얼키고 설킨'이 문제의 단어인데 전회에서 살폈듯이 이 말의 바른 표기는 '얽히고설킨'이다.
한 단어인 이 말은 우리말 적기의 두 축인 '소리적기'와 '형태밝혀 적기'의 원칙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얽히고'에는 형태밝혀 적기의 정신이,'설킨'에는 소리적기의 원칙이 반영돼 있다.
'얽히고설키다'에는 또 우리말 적기의 대원칙 중 하나인 띄어쓰기의 원리도 담겨 있다.
모두 3개항으로 구성된 한글맞춤법 총칙은 제2항에서 띄어쓰기에 관해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한다.
단어는 문장 안에서 독립적으로 쓰이는 말의 기본 단위이기 때문에,글을 쓸 때 단어별로 띄어 쓴다는 정신을 명시한 것이다.
다만 이때 우리말의 조사는 하나의 단어로 처리되고 있으나,의존 형태소란 점에서 예외적으로 독립해 쓰지 않고 언제나 윗말에 붙여 쓰기로 했다.
그런 점에서 '얽히고설키다'도 얼핏 형태적으로 보면 '얽히고 설키다' 식으로 띄어 써야 합리적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우리말에서 '설키다'란 단어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그 쓰임새도 반드시 '얽히고' 뒤에서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얽히고'에 의존하는 말로 보고 한 단어로 처리한 것이다.
우리말에는 이처럼 각각의 단어이면서도 오랜 세월 어울려 쓰여 합성어로 굳어진,또는 그에 준하는 말이 꽤 있다.
그런 경우 이들은 한 단어가 된 것이므로 당연히 붙여 쓴다.
이런 것에는 뜻이 강조되거나 대립적 관계에 있는 두 단어 간 결합이 많다.
가령 '시디시다,차디차다,크디크다,크나크다,머나멀다,넓디넓다,길디길다,높디높다,하고많다,두고두고,울고불고,기나긴,곧이곧대로,한눈팔다,알은체하다,멋모르다,눈뜬장님,밀치락달치락,본체만체하다,하나마나,너도나도,이러쿵저러쿵,이러니저러니,요리조리,여기저기,오락가락,엎치락뒤치락,안절부절못하다,채신머리없다' 같은 게 있는데,이들은 모두 한 단어로 사전에 오른 말이다.
하지만 이들과 비슷한 구조이면서도 단어로 대접받지 못하고 관용구로 자리 잡은 말도 못지않게 많다.
'주거니 받거니,자나 깨나,밑도 끝도 없다,죽으나 사나,죽자 사자(죽자 살자,죽기 살기로),권커니 잣거니(권커니 잡거니),게 눈 감추듯,쥐 죽은 듯이.'
이들은 단어가 아니라 구이기 때문에 앞뒤 말끼리 늘 어울려 쓰이면서도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
또 합성어도 아니고 사전에서 관용구로 처리된 것도 아니지만 비슷한 유형의 말이 많은데,이들 역시 각각의 단어이므로 붙여 쓰지 않는다.
가령 '가다서다' 또는 '가다서다하다' 같은 말은 특이한 경우이다.
추석이나 설 때 민족 대이동이랄 수 있을 정도로 차량이 쏟아져 나와 도로가 정체되면 우리는 흔히 '차량들이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식으로 말하기도 말한다.
하지만 '가다서다'는 아직 사전에 오른 말은 아니다.
'가다서다'를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가다 서다를…' 식으로 띄어 써야 하는 것이다.
'오도가도못하다''옴짝달싹못하다'란 말도 한 단어처럼 쓰기도 하는데 이 역시 단어로 보기 어렵다.
특히 '오도가도'는 '오지도 가지도'가 줄은 형태인 듯한데 사전적으로 인정받는 말는 아니다.
따라서 아직은 '오지도 가지도 못하다'로 써야 한다.
또 '안절부절못하다'는 한 단어인 데 비해 '옴짝달싹못하다'는 단어로 대접받지 못하므로 '옴짝달싹 못하다' 식으로 띄어 써야 한다.
'오며가며'란 표현도 '오가며'라고 해야 맞는다.
'오며가다'란 말은 아직 사전에 오르지 않았고 대신 '오가다'란 동사가 있다.
같은 우리말이지만 북한에선 남한의 '얽히고설키다'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점도 특이하다.
대신 북에선 '얼키다'와 '설키다'를 각각의 단어로 보고 '얼키고 설킨 복잡한 정황…' 식으로 띄어서 쓴다.
남에서는 잘못 쓴 경우가 북에서는 오히려 규범에 맞는 표기인 셈이다.
북한의 사전에서는 '설키다'를 "'얼키다' 뒤에서 그 뜻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말"로 푼다.
'설키다'를 표제어로 다루고 있긴 하지만 단독으로 의미를 갖고 쓰이는 말은 아니라는 뜻이다.
어쨌든 북에선 남한의 '얽히고설키다'란 단어는 없고 같은 의미로 쓸 때는 '얼키고 설키다' 식으로 띄어 적는다는 게 차이점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지난 1월 6명 사망이란 참사를 불러온 용산 재개발구역 불법시위 진압 당시를 전하는 한 신문의 제목에는 우리말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열쇠 몇 개가 담겨 있다.
'얼키고 설킨'이 문제의 단어인데 전회에서 살폈듯이 이 말의 바른 표기는 '얽히고설킨'이다.
한 단어인 이 말은 우리말 적기의 두 축인 '소리적기'와 '형태밝혀 적기'의 원칙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얽히고'에는 형태밝혀 적기의 정신이,'설킨'에는 소리적기의 원칙이 반영돼 있다.
'얽히고설키다'에는 또 우리말 적기의 대원칙 중 하나인 띄어쓰기의 원리도 담겨 있다.
모두 3개항으로 구성된 한글맞춤법 총칙은 제2항에서 띄어쓰기에 관해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한다.
단어는 문장 안에서 독립적으로 쓰이는 말의 기본 단위이기 때문에,글을 쓸 때 단어별로 띄어 쓴다는 정신을 명시한 것이다.
다만 이때 우리말의 조사는 하나의 단어로 처리되고 있으나,의존 형태소란 점에서 예외적으로 독립해 쓰지 않고 언제나 윗말에 붙여 쓰기로 했다.
그런 점에서 '얽히고설키다'도 얼핏 형태적으로 보면 '얽히고 설키다' 식으로 띄어 써야 합리적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우리말에서 '설키다'란 단어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그 쓰임새도 반드시 '얽히고' 뒤에서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얽히고'에 의존하는 말로 보고 한 단어로 처리한 것이다.
우리말에는 이처럼 각각의 단어이면서도 오랜 세월 어울려 쓰여 합성어로 굳어진,또는 그에 준하는 말이 꽤 있다.
그런 경우 이들은 한 단어가 된 것이므로 당연히 붙여 쓴다.
이런 것에는 뜻이 강조되거나 대립적 관계에 있는 두 단어 간 결합이 많다.
가령 '시디시다,차디차다,크디크다,크나크다,머나멀다,넓디넓다,길디길다,높디높다,하고많다,두고두고,울고불고,기나긴,곧이곧대로,한눈팔다,알은체하다,멋모르다,눈뜬장님,밀치락달치락,본체만체하다,하나마나,너도나도,이러쿵저러쿵,이러니저러니,요리조리,여기저기,오락가락,엎치락뒤치락,안절부절못하다,채신머리없다' 같은 게 있는데,이들은 모두 한 단어로 사전에 오른 말이다.
하지만 이들과 비슷한 구조이면서도 단어로 대접받지 못하고 관용구로 자리 잡은 말도 못지않게 많다.
'주거니 받거니,자나 깨나,밑도 끝도 없다,죽으나 사나,죽자 사자(죽자 살자,죽기 살기로),권커니 잣거니(권커니 잡거니),게 눈 감추듯,쥐 죽은 듯이.'
이들은 단어가 아니라 구이기 때문에 앞뒤 말끼리 늘 어울려 쓰이면서도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
또 합성어도 아니고 사전에서 관용구로 처리된 것도 아니지만 비슷한 유형의 말이 많은데,이들 역시 각각의 단어이므로 붙여 쓰지 않는다.
가령 '가다서다' 또는 '가다서다하다' 같은 말은 특이한 경우이다.
추석이나 설 때 민족 대이동이랄 수 있을 정도로 차량이 쏟아져 나와 도로가 정체되면 우리는 흔히 '차량들이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식으로 말하기도 말한다.
하지만 '가다서다'는 아직 사전에 오른 말은 아니다.
'가다서다'를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가다 서다를…' 식으로 띄어 써야 하는 것이다.
'오도가도못하다''옴짝달싹못하다'란 말도 한 단어처럼 쓰기도 하는데 이 역시 단어로 보기 어렵다.
특히 '오도가도'는 '오지도 가지도'가 줄은 형태인 듯한데 사전적으로 인정받는 말는 아니다.
따라서 아직은 '오지도 가지도 못하다'로 써야 한다.
또 '안절부절못하다'는 한 단어인 데 비해 '옴짝달싹못하다'는 단어로 대접받지 못하므로 '옴짝달싹 못하다' 식으로 띄어 써야 한다.
'오며가며'란 표현도 '오가며'라고 해야 맞는다.
'오며가다'란 말은 아직 사전에 오르지 않았고 대신 '오가다'란 동사가 있다.
같은 우리말이지만 북한에선 남한의 '얽히고설키다'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점도 특이하다.
대신 북에선 '얼키다'와 '설키다'를 각각의 단어로 보고 '얼키고 설킨 복잡한 정황…' 식으로 띄어서 쓴다.
남에서는 잘못 쓴 경우가 북에서는 오히려 규범에 맞는 표기인 셈이다.
북한의 사전에서는 '설키다'를 "'얼키다' 뒤에서 그 뜻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말"로 푼다.
'설키다'를 표제어로 다루고 있긴 하지만 단독으로 의미를 갖고 쓰이는 말은 아니라는 뜻이다.
어쨌든 북에선 남한의 '얽히고설키다'란 단어는 없고 같은 의미로 쓸 때는 '얼키고 설키다' 식으로 띄어 적는다는 게 차이점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