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은 중소기업의 가업 상속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상속 세제를 개편할 예정이다.

다음 중 현행 상속세제와 관련된 다음 설명 중 틀린 것은?

① 상속세 최고 세율은 40%이다.


② 상속세와 증여세는 같은 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③ 15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을 상속할 때는 일정부분을 공제해준다.

④ 최고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은 30억원 초과분부터이다.

⑤ 상속세는 일정한 경우 물납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 해설

[테샛 따라잡기] 상속세 최고 세율이 얼마인지 아세요?
상속세에 대해선 경제학적 관점에서부터 철학적 논쟁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오랫동안 지속돼왔다.

상속세의 존폐 여부에서 세율을 얼마만큼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해 각국마다 치열한 법리공방를 벌여왔다.

정부가 상속재산에 과세해야 한다는 찬성론의 입장에서는 상속권은 국가가 인정한 실정법상 권리인 만큼 국가가 이를 박탈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부의 세습과 집중을 막아야 하고 모든 사람들의 출발점을 똑같이 하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는 상속과세를 강화해 부의 상당 부분을 공공 부문으로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주로 공평을 이념으로 내세우는 부류들이다.

이에 대해 상속세 과세 반대론자들은 성실하고 열심히 일해 부를 축적한 우등생을 징벌하고 낭비하는 삶을 영위하면서 축적이 없는 사람을 포상하는 것이 바로 상속과세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개인의 소유권과 상속권은 자연법적인 인간의 권리이지 국가가 시인하고 허용하는 권리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또한 상속세를 내리면 경제적 효율을 향상시키고 무상속 계층의 후생도 함께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상속 과세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20세기 들어 공평 이념을 내세워 상속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상속세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면서 이를 자본이득세 제도로 바꾸거나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각국 정부의 정책이 달라지고 있다.

캐나다는 1972년, 호주는 1977년, 뉴질랜드는 1992년에 상속 과세를 폐지했으며 미국도 2001년에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유산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증여세는 존속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이런 추세에 맞춰 우선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를 진작시키기 위해 상속 과세를 완화하기로 하고 올해 1월1일부터 상속세법과 증여세법을 개정, 중소기업의 상속세 공제 한도를 100억원으로 늘렸다.

이전 세법에서 공제한도는 30억원이었다.

상속 세제를 묻는 이 TESAT문제는 현행 상속세법 내용을 묻는 것이다.

보기 ①에서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다.

정부에서는 이를 33%로 경감하기로 하고 세제 개편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정답은 ①, 정답률은 18%에 불과했다.

상속세 문제에 대한 주장은 무성하지만 정작 내용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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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남을 위해 일해야 내가 이익을 얻는다

시장의 자원배분 원리는 '1인1표' 아닌 '1원1표'의 원칙에 따른다.

이 원리를 영어로는 달러 보팅(dollar-voting)이라고 한다.

이처럼 시장경제는 분명히 부자들이 더 큰 힘을 쓰도록 된 경제다.

시장경제가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1인1표'를 버리고 황금만능주의에나 어울릴 법한 '1원1표'의 원칙을 따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장에서 부자가 더 큰 힘을 쓰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모두가 함께 가난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현대는 분업의 시대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필요한 물자를 각자 스스로 생산 조달하는 자급자족시대가 아니다.

사람마다 생업으로 소득을 얻고 그 돈으로 시장에서 필요한 물자를 구입해 생활한다.

더 많은 물자를 구입하려면 소득이 그만큼 더 많아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많은 소득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업으로부터 얻는 소득의 크기는 각자 무슨 일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내가 하는 일의 성과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시장은 내 일을 비싼 값에 사 가고, 나는 높은 소득을 얻는다.

내 일을 원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면 내 소득도 낮다.

시장에서 높은 소득을 얻고 싶으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사람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남을 위해 일해야 내가 이익을 얻는 곳이 바로 시장인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시장에서는 내가 이익을 얻기 위해 남들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이익을 얻을 수 없다면 남들을 위해 일할 까닭도 없다.

시장이 '1원1표' 대신 '1인1표'의 민주적 원칙을 따른다면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남들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해준 사람이나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이나 시장경쟁에서 우열이 없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세상이 원하는 일을 열심히 했는데도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조금도 유리한 점이 없다면 누가 남을 위해 일할까?

민주주의적 '1인1표'의 원칙을 시장에 강요하면 사람들이 남을 위해 일할 유인을 잃는다.

'1원1표'의 시장원칙은 경제를 부자중심으로 운용한다.

부자가 재산을 온갖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축재했다면 이 원칙은 분명히 문제다.

그러나 시장에서 재산을 모으는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수행하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현실적으로 부정축재자가 많다면 그것은 허술한 법치가 책임져야 할 일이지 시장원칙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

'1원1표'의 원칙이 문제가 아니라 부정축재를 방치하는 치안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근원을 잘못 파악해 부자중심의 '1원1표'를 폐기하고 민주적 '1인1표'의 원칙을 채택한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근로유인이 소멸한다.

그리고 모든 시민이 근로유인을 잃은 사회는 함께 가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shoonl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