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불알만한 사람은 없다

지난 9일은 정월 대보름날이었다.

음력으로 1월15일을 흔히 '대보름날'이라고 하는데,이는 정월 보름날을 명절로 이르는 말이다.

새벽에 귀밝이술을 마시고 부럼을 깨물며 약밥,오곡밥 따위를 먹는다.

'대보름'이라 하는 말은 '대보름날'을 줄여 이르는 것이다.

이번 대보름달은 52년 만에 보는 가장 둥근 달이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정월 대보름 전날이면 동네 아이들이 들판에 모여 작은 깡통에 줄을 매 불을 붙인 뒤 깡통을 빙빙 돌리며 밤늦도록 놀곤 했다.

요즘은 시골이나 가야 볼 수 있는 이런 모습을 '쥐불놀이'라 한다.

'쥐불놓이'도 같은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의 중심어인 '쥐불'은 본래 예부터 농가에서 음력 정월의 첫 자일(子日)에 쥐를 쫓는다고 하여 논둑이나 밭둑에 놓는 불을 뜻하는 말이다.

이것이 점차 민속놀이의 하나로 정착한 것인데 주로 황해도에서 행하던 것으로,청년들이 편을 나누어 둑에 불을 놓아 먼저 끄기를 다퉜다고 한다.

이긴 동네의 쥐가 진 동네로 몰려간다는 속설이 있다.

이런 배경에서 보면 쥐불은 본래 '놓다'라는 말의 명사형인 '놓이'와 어울려 썼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쥐불놀이보다는 쥐불놓이가 어원적으로 좀더 가까운 말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차츰 쥐불을 놓는 행위보다는 놀이의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지금은 '쥐불놀이'로 통용되고 '쥐불놓이'란 말은 사람들에게서 잊혀 가는 것 같다.

물론 '쥐불놓이' 역시 여전히 정식 단어이지만 그 언어 세력은 '쥐불놀이'에 비해 현저하게 약해졌다.

북한에서는 '쥐불'을 '쥐의 불알'이란 뜻으로도 쓰는데,이는 남한에는 없는 용법이다.

또 몸집이 매우 작거나 앙증맞은 사람을 가리켜 '쥐불알 만하다'라고도 하지만,이런 말은 없고 이때는 '쥐방울 만하다'라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