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는 ‘홑몸’이 아닌 사람

"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는 홀몸 신세입니다."

"아니,산달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홀몸도 아닌 사람이 조심해야지."

두 문장에 쓰인 '홀몸' 중 하나는 바른 쓰임새가 아니다.

홀몸과 홑몸은 형태도 비슷하고 쓰임새도 섞바꿔 쓸 수 있는 경우,구별해 써야 하는 경우가 있어 혼동하기 쉽다.

우선 '홀-'은 '짝이 없이 혼자뿐'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홀아비,홀어미 같은 게 대표적인 말이다.

이에 비해 '홑-'은 '한 겹으로 된' 또는 '하나인,혼자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홑이불,홑껍데기,홑바지,홑옷,홑치마' 같은 게 있다.

이 같은 '홀-'과 '홑-'이 '몸'과 어울리면 그 뜻과 쓰임새에 차이가 생긴다.

'홀몸'은 짝이 없는 혼자뿐인 몸이니 곧 '독신' '단신'임을 나타낸다.

가령 아내가 없는 몸,남편이 없는 몸,부모 형제가 없는 몸인 경우에 쓸 수 있다.

이에 비해 '홑몸'은 두 가지로 쓰인다.

첫째는 '딸린 사람이 없는 혼자의 몸'이란 뜻.

가령 '그는 교통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고 홑몸이 되었다'처럼 쓰인다.

이때는 '홀몸'과 바꿔 쓸 수 있다.

둘째는 '아이를 배지 아니한 몸'의 뜻이 있다.

가령 '홑몸이 아니다'라고 하면 임신한 상태의 여성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니 '홑몸'은 '홀몸'의 쓰임새를 포함해 '임신하지 않은 여성'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따라서 첫째 문장의 '홀몸 신세'는 '홑몸 신세'라 해도 되지만,둘째 문장의 '홀몸도 아닌'은 '홑몸도 아닌'이라 해야만 바른 표현이다.

이와 관련해 '혈혈단신'도 조심해야 한다.

이를 자칫 '홀'이란 단어에 이끌려 '홀홀단신'으로 말하기 쉽기 때문이다.

한자어인 혈혈단신(孑孑單身)의 孑이 '외로울 혈' 자로,'의지할 곳이 없는 외로운 홀몸'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