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수염은 어떻게 생겼을까
독립운동가이자 임시정부를 이끈 백범 김구 선생 하면 두꺼운 뿔테안경에 인자한 미소가 인상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1920년대 초에 찍은 것으로 알려진 그의 사진 하나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사진 속의 얼굴 모습은 다른 것과는 확연히 다른데,그가 코 밑에 멋들어진 수염을 기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당시에 유행했다고 하는 카이저수염이다.
수염은 돋아나는 부위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코 밑에 나는 것은 말 그대로 콧수염,턱 밑에 나는 것은 턱수염,볼을 타고 아래위로 길게 나는 것은 구레나룻이라 부른다.
콧수염 중에는 카이저수염,채플린수염이 유명하다.
카이저수염은 양쪽 끝이 위로 굽어 올라간 콧수염을 말한다.
국어사전에도 정식으로 올라있는 이 단어는 독일 황제 빌헬름 2세(재위 1888~1918)의 수염 모양에서 유래했다.
카이저(Kaiser)는 본래 독일 황제의 칭호인데,로마의 장군 카이사르에서 그 명칭이 유래한다.
이 카이저수염은 실은 멀리 고구려 벽화에서도 보일 정도로 역사가 깊은 것이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현(輯安縣)에 있는 5~6세기 고구려 벽화고분인 삼실총(三室塚) 입구에는 고구려 무장의 벽화가 새겨져 있는데,이 무장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그 수염이 바로 카이저수염인 것이다.
지난해(2008년) 6월에는 신라 원성왕릉으로 추정되는 경북 경주시 외동읍 괘릉(掛陵)의 석상이 무인상(武人像)으로 밝혀져 화제가 됐는데,이 석상의 얼굴 역시 카이저수염을 한 형상이다.
채플린수염이라 이름 붙여진 코 밑 수염은 본래 영국의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이 독재자 히틀러의 수염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카이저수염과 달리 사전에 오르지는 못 했다.
수염 중에 조심해야 할 것은 구레나룻이다.
이를 자칫 구렛나루로 적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구레나룻은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말한다.
이 구레나룻은 '구레+나룻'으로 이뤄진 말이다.
재야의 우리말 연구가인 장승욱씨는 구레나룻의 어원을 굴레와 나룻의 합성어로 보고 있다.
이때 '굴레'는 말이나 소 따위를 부리기 위하여 머리와 목에서 고삐에 걸쳐 얽어매는 줄을 뜻하는 말이다.
이 구레나룻을 경상/전남지방에서는 굴레수염이라 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구레'의 원형을 '굴레'로 보는 것은 타당성이 있다.
'나룻'은 순우리말로 '수염'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전적으로 '수염'이란 '성숙한 남자의 입 주변이나 턱 또는 뺨에 나는 털'을 가리킨다.
그러면 이쯤에서 '수염'의 정체를 살펴보자.
우리가 일상적으로 흔히 말하는,그래서 너무도 익숙한 '수염'이란 말은 우리 고유어일까 한자어일까.
수염은 한자에서 온 말이다.
쉬운 글자는 아니지만 턱수염 수(鬚),구레나룻 염(髥)으로 이뤄진 글자다.
지금은 수염이라 하면 '입 주변이나 턱 또는 뺨에 나는 털'을 통칭하는 말이지만 정확하게는 턱수염과 구레나룻을 가리키는 말로 이뤄진 것이다.
영어에서는 그냥 우리식의 두루 통칭하는 '수염'이란 말은 없고 부위별 수염을 나타내는 말로 있다.
우리도 이를 세분화해 부위별로 콧수염,턱수염,구레나룻이라 구별해서 말하기도 하지만 영어에서는 moustache(콧수염),beard(턱수염),whisker(구레나룻)로 엄격하게 나눠져 있다.
장승욱씨가 수염과 관련해 소개하는 재미있는 단어는 용수철이다.
요즘은 그냥 일반적으로 스프링이란 말을 많이 쓰지만 이를 한자어로 하면 용수철이다.
나선형으로 꼬인 쇠줄을 말하는 이 용수철을 한자로 쓰면 龍鬚鐵이다.
그 '수'가 바로 수염의 '수'자이다.
그러니 용수철이란 말을 직역하면 용의 수염처럼 생긴 쇠줄이란 뜻이다.
굵은 쇠로 된,나선형으로 꼬여 강력한 반탄력을 가진 스프링,용의 수염이 그렇게 생긴 모양이다.
상상 속의 영물인 용의 수염,그것이 바로 지금의 스프링처럼 생긴 형상을 갖고 있다는 뜻이니 한자의 조어력과 그 상상력에 탄복할 따름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독립운동가이자 임시정부를 이끈 백범 김구 선생 하면 두꺼운 뿔테안경에 인자한 미소가 인상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1920년대 초에 찍은 것으로 알려진 그의 사진 하나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사진 속의 얼굴 모습은 다른 것과는 확연히 다른데,그가 코 밑에 멋들어진 수염을 기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당시에 유행했다고 하는 카이저수염이다.
수염은 돋아나는 부위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코 밑에 나는 것은 말 그대로 콧수염,턱 밑에 나는 것은 턱수염,볼을 타고 아래위로 길게 나는 것은 구레나룻이라 부른다.
콧수염 중에는 카이저수염,채플린수염이 유명하다.
카이저수염은 양쪽 끝이 위로 굽어 올라간 콧수염을 말한다.
국어사전에도 정식으로 올라있는 이 단어는 독일 황제 빌헬름 2세(재위 1888~1918)의 수염 모양에서 유래했다.
카이저(Kaiser)는 본래 독일 황제의 칭호인데,로마의 장군 카이사르에서 그 명칭이 유래한다.
이 카이저수염은 실은 멀리 고구려 벽화에서도 보일 정도로 역사가 깊은 것이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현(輯安縣)에 있는 5~6세기 고구려 벽화고분인 삼실총(三室塚) 입구에는 고구려 무장의 벽화가 새겨져 있는데,이 무장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그 수염이 바로 카이저수염인 것이다.
지난해(2008년) 6월에는 신라 원성왕릉으로 추정되는 경북 경주시 외동읍 괘릉(掛陵)의 석상이 무인상(武人像)으로 밝혀져 화제가 됐는데,이 석상의 얼굴 역시 카이저수염을 한 형상이다.
채플린수염이라 이름 붙여진 코 밑 수염은 본래 영국의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이 독재자 히틀러의 수염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카이저수염과 달리 사전에 오르지는 못 했다.
수염 중에 조심해야 할 것은 구레나룻이다.
이를 자칫 구렛나루로 적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구레나룻은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말한다.
이 구레나룻은 '구레+나룻'으로 이뤄진 말이다.
재야의 우리말 연구가인 장승욱씨는 구레나룻의 어원을 굴레와 나룻의 합성어로 보고 있다.
이때 '굴레'는 말이나 소 따위를 부리기 위하여 머리와 목에서 고삐에 걸쳐 얽어매는 줄을 뜻하는 말이다.
이 구레나룻을 경상/전남지방에서는 굴레수염이라 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구레'의 원형을 '굴레'로 보는 것은 타당성이 있다.
'나룻'은 순우리말로 '수염'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전적으로 '수염'이란 '성숙한 남자의 입 주변이나 턱 또는 뺨에 나는 털'을 가리킨다.
그러면 이쯤에서 '수염'의 정체를 살펴보자.
우리가 일상적으로 흔히 말하는,그래서 너무도 익숙한 '수염'이란 말은 우리 고유어일까 한자어일까.
수염은 한자에서 온 말이다.
쉬운 글자는 아니지만 턱수염 수(鬚),구레나룻 염(髥)으로 이뤄진 글자다.
지금은 수염이라 하면 '입 주변이나 턱 또는 뺨에 나는 털'을 통칭하는 말이지만 정확하게는 턱수염과 구레나룻을 가리키는 말로 이뤄진 것이다.
영어에서는 그냥 우리식의 두루 통칭하는 '수염'이란 말은 없고 부위별 수염을 나타내는 말로 있다.
우리도 이를 세분화해 부위별로 콧수염,턱수염,구레나룻이라 구별해서 말하기도 하지만 영어에서는 moustache(콧수염),beard(턱수염),whisker(구레나룻)로 엄격하게 나눠져 있다.
장승욱씨가 수염과 관련해 소개하는 재미있는 단어는 용수철이다.
요즘은 그냥 일반적으로 스프링이란 말을 많이 쓰지만 이를 한자어로 하면 용수철이다.
나선형으로 꼬인 쇠줄을 말하는 이 용수철을 한자로 쓰면 龍鬚鐵이다.
그 '수'가 바로 수염의 '수'자이다.
그러니 용수철이란 말을 직역하면 용의 수염처럼 생긴 쇠줄이란 뜻이다.
굵은 쇠로 된,나선형으로 꼬여 강력한 반탄력을 가진 스프링,용의 수염이 그렇게 생긴 모양이다.
상상 속의 영물인 용의 수염,그것이 바로 지금의 스프링처럼 생긴 형상을 갖고 있다는 뜻이니 한자의 조어력과 그 상상력에 탄복할 따름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