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국무·수전 라이스 유엔 美대사 등 내정
최근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 행정부의 중심에는 강력한 여성 엘리트 파워가 자리잡고 있다.
그저 들러리 역할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무장관직과 경제, 외교안보라인 등 워싱턴 정계의 핵심 부문에 두루 포진해 매우 주목된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오바마의 대선후보 경선 라이벌에서 미 행정부 권력서열 4위인 국무장관에 지명된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62)이다.
힐러리는 이에 따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현 장관의 바통을 이어 받아 미국의 세 번째 여성 국무장관에 올랐다.
힐러리의 국무장관 지명엔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든든한 외조가 뒷받침됐다.
1992년 대선 당시 "빌을 대통령으로 뽑아 준다면 대통령을 한 명 더 덤으로 얹을 수 있다"며 남편의 유세를 적극 도왔던 데 대한 보답인 셈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국무장관 내정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클린턴 재단' 기부자 20만여명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아내의 진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과감히 양보한 것이다.
클린턴은 지난 10여년간 5억달러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았으나 기부자나 사용내역 등은 베일에 싸여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됐다.
기부자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와 모로코 국왕,아랍에미리트(UAE) 계열 재단,쿠웨이트와 카타르 정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숙명의 정적이었던 오바마와 힐러리는 서로의 이견을 조율,'윈-윈'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힐러리도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대화와 외교로 해결하자는 게 기본 주장이다.
일각에선 클린턴 전 대통령이 대북특사로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는 대통령 재직시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을 방북시켰으며 자신도 방북을 추진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위원장은 "힐러리 내정자는 성격이 강하고,경험을 갖춘 능력 있는 인물로 널리 알려진 적임자"라고 환영했다.
리처드 루거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외교ㆍ안보팀 인선과 관련, "그들은 탁월한 선택이며 강력한 팀이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차기 행정부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되는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된 44살의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아프리카담당 차관보도 화제의 여성 관료로 꼽힌다.
흑인 여성으론 처음으로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된 라이스는 최연소 미 외교안보팀 입성의 기록도 세웠다.
오바마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미국이 국제사회와 협력하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는데 라이스 대사 내정자는 유엔에서 오바마의 이 같은 뜻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스 대사 내정자는 2년 전 일찌감치 오바마 캠프에 합류해 오바마 당선인의 대외정책 공약들을 다듬은 실세로 꼽힌다.
이 때문에 콘돌리자 라이스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쳐 국무장관에 발탁된 것처럼,수전 라이스도 오바마가 2012년 연임에 성공하면 국무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온다.
흑인 여성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외교안보 전문가로 성장한 수전 라이스와 콘돌리자 라이스는 적지 않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단 두 사람의 성이 같다.
또 둘 다 매들린 올브라이트(Albright) 전 국무장관과 인연이 있다.
라이스 장관은 덴버대에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아버지인 조지프 코벨(Korbel) 교수 강의를 통해 국제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라이스 대사 내정자는 부모와 친분이 있는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추천으로 NSC(미 국가안전보장회의) 근무를 거쳐 국무부 차관보에 임명됐다.
또 라이스 장관은 스탠퍼드대에서 교수로 강의를 했고,라이스 내정자는 같은 학교에서 학사를 마쳤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정치성향은 정반대다.
라이스 장관은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부터 공화당 성향의 정책을 만든 반면 라이스 내정자는 클린턴 행정부를 거쳐 진보성향의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활동해왔다.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신설된 국토안보부 장관으론 민주당의 재닛 나폴리타노 애리조나 주지사(51)가 내정됐다.
뉴욕 태생의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나폴리타노는 2002년 주지사로 당선된 뒤 당시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애리조나주의 재정적자를 줄이고, 종일반 유치원 도입과 고령자 처방전 바우처카드 등 사회보장 정책을 적극 추진하며 스타 주지사로 떠올랐다.
2005년 11월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미국 5대 베스트 주지사'로 뽑혔었다.
또 2000년 유방암 수술을 받고 난 후 불과 3주일 만에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바마 당선인의 경제팀에도 2명의 여성이 핵심 참모 자리에 앉았다.
오바마 당선인의 '경제 지도교사'격인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에 내정된 크리스티나 로머(49)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처럼 경제 대공황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여성 학자다.
현재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인 로머는 1981년 윌리엄앤드메리대를 졸업했고 85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프린스턴대에서 조교수로 활동하다 88년 현재 UC버클리로 옮겼다.
남편 데이비드 로머 역시 UC버클리 경제학 교수로 로머 부부는 대통령 선거 기간에 오바마 경제팀에서 핵심 자문역으로 활약했다.
백악관 국내정책위원장에 내정된 멜로디 반즈(44)는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출신으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를 거쳐 미시간대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뉴욕주 변호사협회와 워싱턴DC 변호사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반즈는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미 상원 법사위에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수석 법률고문을 지냈으며 이번 대선 과정에서는 오바마 선거캠프에서 국내 정책 선임보좌관으로 일했다.
특히 오바마 당선인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진보센터(CAP) 정책담당 부회장을 맡아온 만큼, 오바마 당선인이 최대 역점을 두고 있는 의료보험과 교육 등 사회복지 정책 입안에 주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흔히 여성 정치인의 역할을 놓고 말할 때 '잔다르크 효과'란 용어가 사용된다.
지난 15세기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에서 구세주처럼 나타나 위기에 몰린 조국 프랑스를 구출한 영웅적인 소녀 잔다르크처럼 여성 정치인이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인 전쟁에서 여성이 투사나 지도자로 나선다면 희소성과 함께 상징성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29년 대공황 이후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권력의 심장부로 진출한 여성 관료들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역할을 수행해 나갈지 기대된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
그저 들러리 역할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무장관직과 경제, 외교안보라인 등 워싱턴 정계의 핵심 부문에 두루 포진해 매우 주목된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오바마의 대선후보 경선 라이벌에서 미 행정부 권력서열 4위인 국무장관에 지명된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62)이다.
힐러리는 이에 따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현 장관의 바통을 이어 받아 미국의 세 번째 여성 국무장관에 올랐다.
힐러리의 국무장관 지명엔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든든한 외조가 뒷받침됐다.
1992년 대선 당시 "빌을 대통령으로 뽑아 준다면 대통령을 한 명 더 덤으로 얹을 수 있다"며 남편의 유세를 적극 도왔던 데 대한 보답인 셈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국무장관 내정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클린턴 재단' 기부자 20만여명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아내의 진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과감히 양보한 것이다.
클린턴은 지난 10여년간 5억달러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았으나 기부자나 사용내역 등은 베일에 싸여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됐다.
기부자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와 모로코 국왕,아랍에미리트(UAE) 계열 재단,쿠웨이트와 카타르 정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숙명의 정적이었던 오바마와 힐러리는 서로의 이견을 조율,'윈-윈'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힐러리도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대화와 외교로 해결하자는 게 기본 주장이다.
일각에선 클린턴 전 대통령이 대북특사로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는 대통령 재직시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을 방북시켰으며 자신도 방북을 추진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위원장은 "힐러리 내정자는 성격이 강하고,경험을 갖춘 능력 있는 인물로 널리 알려진 적임자"라고 환영했다.
리처드 루거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외교ㆍ안보팀 인선과 관련, "그들은 탁월한 선택이며 강력한 팀이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차기 행정부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되는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된 44살의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아프리카담당 차관보도 화제의 여성 관료로 꼽힌다.
흑인 여성으론 처음으로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된 라이스는 최연소 미 외교안보팀 입성의 기록도 세웠다.
오바마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미국이 국제사회와 협력하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는데 라이스 대사 내정자는 유엔에서 오바마의 이 같은 뜻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스 대사 내정자는 2년 전 일찌감치 오바마 캠프에 합류해 오바마 당선인의 대외정책 공약들을 다듬은 실세로 꼽힌다.
이 때문에 콘돌리자 라이스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쳐 국무장관에 발탁된 것처럼,수전 라이스도 오바마가 2012년 연임에 성공하면 국무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온다.
흑인 여성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외교안보 전문가로 성장한 수전 라이스와 콘돌리자 라이스는 적지 않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단 두 사람의 성이 같다.
또 둘 다 매들린 올브라이트(Albright) 전 국무장관과 인연이 있다.
라이스 장관은 덴버대에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아버지인 조지프 코벨(Korbel) 교수 강의를 통해 국제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라이스 대사 내정자는 부모와 친분이 있는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추천으로 NSC(미 국가안전보장회의) 근무를 거쳐 국무부 차관보에 임명됐다.
또 라이스 장관은 스탠퍼드대에서 교수로 강의를 했고,라이스 내정자는 같은 학교에서 학사를 마쳤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정치성향은 정반대다.
라이스 장관은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부터 공화당 성향의 정책을 만든 반면 라이스 내정자는 클린턴 행정부를 거쳐 진보성향의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활동해왔다.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신설된 국토안보부 장관으론 민주당의 재닛 나폴리타노 애리조나 주지사(51)가 내정됐다.
뉴욕 태생의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나폴리타노는 2002년 주지사로 당선된 뒤 당시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애리조나주의 재정적자를 줄이고, 종일반 유치원 도입과 고령자 처방전 바우처카드 등 사회보장 정책을 적극 추진하며 스타 주지사로 떠올랐다.
2005년 11월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미국 5대 베스트 주지사'로 뽑혔었다.
또 2000년 유방암 수술을 받고 난 후 불과 3주일 만에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바마 당선인의 경제팀에도 2명의 여성이 핵심 참모 자리에 앉았다.
오바마 당선인의 '경제 지도교사'격인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에 내정된 크리스티나 로머(49)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처럼 경제 대공황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여성 학자다.
현재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인 로머는 1981년 윌리엄앤드메리대를 졸업했고 85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프린스턴대에서 조교수로 활동하다 88년 현재 UC버클리로 옮겼다.
남편 데이비드 로머 역시 UC버클리 경제학 교수로 로머 부부는 대통령 선거 기간에 오바마 경제팀에서 핵심 자문역으로 활약했다.
백악관 국내정책위원장에 내정된 멜로디 반즈(44)는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출신으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를 거쳐 미시간대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뉴욕주 변호사협회와 워싱턴DC 변호사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반즈는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미 상원 법사위에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수석 법률고문을 지냈으며 이번 대선 과정에서는 오바마 선거캠프에서 국내 정책 선임보좌관으로 일했다.
특히 오바마 당선인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진보센터(CAP) 정책담당 부회장을 맡아온 만큼, 오바마 당선인이 최대 역점을 두고 있는 의료보험과 교육 등 사회복지 정책 입안에 주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흔히 여성 정치인의 역할을 놓고 말할 때 '잔다르크 효과'란 용어가 사용된다.
지난 15세기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에서 구세주처럼 나타나 위기에 몰린 조국 프랑스를 구출한 영웅적인 소녀 잔다르크처럼 여성 정치인이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인 전쟁에서 여성이 투사나 지도자로 나선다면 희소성과 함께 상징성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29년 대공황 이후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권력의 심장부로 진출한 여성 관료들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역할을 수행해 나갈지 기대된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