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황
<명지대 교수·국제통상학>
☞ 한국경제신문 11월 17일자 A39면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20개국 정상이 참가한 세계 금융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세계 경기부양을 위한 공동 노력과 금융시스템 개혁 추진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으나 동상이몽도 컸다.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유화와 무역 자유주의의 보루를 지키고자 했고,유럽 국가들은 미국 중심의 금융시장에 규제를 강화하려 했다.
회의 전에는 브라운 영국 총리에 이어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신(新)브레턴우즈 체제를 주창했고,이명박 대통령도 기존 통화 체제의 대대적 개혁이나 새로운 체제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금융안정포럼을 확대한다는 합의는 이뤘지만 '새 술'을 담을 '새 부대'를 준비할 리더십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1930년대 세계 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 원인이 기존의 부적절한 금융시스템 운용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면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체제를 세우려면 '옛' 체제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1944년 서방 44개국이 미국 뉴햄프셔 브레턴우즈라는 작은 도시에 모인 것은 2차 대전 종전 후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를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전후 경제 재건과 개발도상국 경제개발 지원을 위해 세계은행(IBRD)을 창설했고,무역 활성화를 위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체결했다.
환율과 통화 체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을 설립했다.
금 1온스(약 31g)와 35달러를 교환 비율로 고정해 두고 달러를 국제무역의 기본 통화로 정함으로써 이른바 금본위 고정환율제도의 브레턴우즈 체제를 탄생시켰다.
결과적으로 2차 대전 이후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는 호황기를 누렸다.
그런데 1960년대에 미국의 무역적자가 심화되면서 금-달러 교환 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됐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이 한계에 부딪힌 달러-금 교환을 중지한다고 선언하면서 브레턴우즈 체제는 종식됐다.
고정환율제도가 변동환율제도로 바뀌면서 IMF는 환율 자체의 변동보다는 회원국들의 통화관리 안정화에 주력하게 됐다.
외화 지불 능력이 소진된 1980년대 남미 국가들과 1990년대 아시아 국가들에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서방 선진국 중심의 획일적인 처방을 주입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다행히도 그동안 대부분의 국가들은 재기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금융위기를 겪는 곳이 몇 나라가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권이 송두리째 자금과 신용 경색의 회오리에 빠지게 됐다.
IMF가 기금을 확충한다 하더라도 지구촌 전체를 구제할 수는 없다.
'새로운' 국제 통화금융 관리체제를 세우기 위해선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국가 간 공조에 형평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달러,유로,엔 등 주요 통화만이 아니라 약소 통화의 국제 거래성도 높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특정 통화의 국제적 영향력을 부분적으로 완충시켜야 한다.
둘째, 실효성이 높은 지역 내 통화 협력 체제를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를테면 총 3조6000억달러 규모의 외환을 보유한 아시아 4개국 간 통화 협력을 먼저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20개국 정상들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를 다자간 금융 공조의 모델로 고려할 수 있다.
셋째,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변동환율제의 보완책이 필요하다.
위기가 예견되는 경우 국제적 공조를 통해 환율 변동 폭을 탄력적으로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환율은 한 국가의 통화 가치이자 경제력을 대변하는 지표다.
하루에도 한 국가의 경제력이 10%씩 등락하는 것이 지속된다면 시장의 바람직한 조정과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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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튼우즈 체제의 성공 이끌 새로운 세계 리더십 필요
▶ 해설
브레턴우즈 체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이 중심이 돼 구축하고 설립한 국제 통화 금융 관리 체제다.
미국은 국가들끼리 모인 다자주의,협조주의를 통해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레턴우즈 체제를 만들었다.
물론 이면에는 미국이 패권을 감추기 위해 국가 연합으로 통화 관리체제를 운영한 측면도 있다.
이 체제를 바탕으로 미 달러화가 세계 경제의 유일한 기축 통화로 부상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브레턴우즈 체제는 미국 경제와 달러화에 대한 절대적 신임을 전제로 했을 때 가능했다.
달러화는 이후 기축통화로서 위상이 약화되는 등 몇 차례의 고비를 겪었으며 그때마다 달러 패권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다가 1971년 8월15일 달러화의 금 태환을 정지시킴으로써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됐다.
그러나 달러화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 유지와 금융 네트워크 지배를 바탕으로 기축통화로서 위상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최근 한국을 포함한 세계 정상 20개국은 미국 워싱턴에 모여 새로운 통화금융 관리 체제를 구축하는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의 목적은 물론 새로운 금융질서를 만드는 일, 즉 신브레턴우즈 체제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예상대로 별 성과 없이 끝났다.
회의를 주도하려고 하는 미국과 이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들 간의 합의를 도출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다자주의를 통해 금융위기를 해결하려고 한 미국의 의도가 잘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21세기의 세계 금융 체제가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앞으로 계속 열릴 G20 경제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하겠다.
미국의 패권주의가 신브레턴우즈 체제를 성공시키느냐가 볼 만한 관전거리인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신브레턴우즈 체제의 성공조건을 들고 있다.
그는 국가 간 공조에 형평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하며 실효성 높은 지역 내 통화 협력 체제를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한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변동 환율제의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필자는 결국 새로운 부대를 준비할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오바마 정권이 어떻게 달러화의 위상을 유지시킬 것인지가 관심거리라고 얘기하고 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명지대 교수·국제통상학>
☞ 한국경제신문 11월 17일자 A39면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20개국 정상이 참가한 세계 금융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세계 경기부양을 위한 공동 노력과 금융시스템 개혁 추진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으나 동상이몽도 컸다.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유화와 무역 자유주의의 보루를 지키고자 했고,유럽 국가들은 미국 중심의 금융시장에 규제를 강화하려 했다.
회의 전에는 브라운 영국 총리에 이어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신(新)브레턴우즈 체제를 주창했고,이명박 대통령도 기존 통화 체제의 대대적 개혁이나 새로운 체제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금융안정포럼을 확대한다는 합의는 이뤘지만 '새 술'을 담을 '새 부대'를 준비할 리더십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1930년대 세계 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 원인이 기존의 부적절한 금융시스템 운용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면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체제를 세우려면 '옛' 체제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1944년 서방 44개국이 미국 뉴햄프셔 브레턴우즈라는 작은 도시에 모인 것은 2차 대전 종전 후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를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전후 경제 재건과 개발도상국 경제개발 지원을 위해 세계은행(IBRD)을 창설했고,무역 활성화를 위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체결했다.
환율과 통화 체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을 설립했다.
금 1온스(약 31g)와 35달러를 교환 비율로 고정해 두고 달러를 국제무역의 기본 통화로 정함으로써 이른바 금본위 고정환율제도의 브레턴우즈 체제를 탄생시켰다.
결과적으로 2차 대전 이후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는 호황기를 누렸다.
그런데 1960년대에 미국의 무역적자가 심화되면서 금-달러 교환 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됐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이 한계에 부딪힌 달러-금 교환을 중지한다고 선언하면서 브레턴우즈 체제는 종식됐다.
고정환율제도가 변동환율제도로 바뀌면서 IMF는 환율 자체의 변동보다는 회원국들의 통화관리 안정화에 주력하게 됐다.
외화 지불 능력이 소진된 1980년대 남미 국가들과 1990년대 아시아 국가들에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서방 선진국 중심의 획일적인 처방을 주입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다행히도 그동안 대부분의 국가들은 재기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금융위기를 겪는 곳이 몇 나라가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권이 송두리째 자금과 신용 경색의 회오리에 빠지게 됐다.
IMF가 기금을 확충한다 하더라도 지구촌 전체를 구제할 수는 없다.
'새로운' 국제 통화금융 관리체제를 세우기 위해선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국가 간 공조에 형평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달러,유로,엔 등 주요 통화만이 아니라 약소 통화의 국제 거래성도 높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특정 통화의 국제적 영향력을 부분적으로 완충시켜야 한다.
둘째, 실효성이 높은 지역 내 통화 협력 체제를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를테면 총 3조6000억달러 규모의 외환을 보유한 아시아 4개국 간 통화 협력을 먼저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20개국 정상들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를 다자간 금융 공조의 모델로 고려할 수 있다.
셋째,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변동환율제의 보완책이 필요하다.
위기가 예견되는 경우 국제적 공조를 통해 환율 변동 폭을 탄력적으로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환율은 한 국가의 통화 가치이자 경제력을 대변하는 지표다.
하루에도 한 국가의 경제력이 10%씩 등락하는 것이 지속된다면 시장의 바람직한 조정과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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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튼우즈 체제의 성공 이끌 새로운 세계 리더십 필요
▶ 해설
브레턴우즈 체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이 중심이 돼 구축하고 설립한 국제 통화 금융 관리 체제다.
미국은 국가들끼리 모인 다자주의,협조주의를 통해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레턴우즈 체제를 만들었다.
물론 이면에는 미국이 패권을 감추기 위해 국가 연합으로 통화 관리체제를 운영한 측면도 있다.
이 체제를 바탕으로 미 달러화가 세계 경제의 유일한 기축 통화로 부상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브레턴우즈 체제는 미국 경제와 달러화에 대한 절대적 신임을 전제로 했을 때 가능했다.
달러화는 이후 기축통화로서 위상이 약화되는 등 몇 차례의 고비를 겪었으며 그때마다 달러 패권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다가 1971년 8월15일 달러화의 금 태환을 정지시킴으로써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됐다.
그러나 달러화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 유지와 금융 네트워크 지배를 바탕으로 기축통화로서 위상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최근 한국을 포함한 세계 정상 20개국은 미국 워싱턴에 모여 새로운 통화금융 관리 체제를 구축하는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의 목적은 물론 새로운 금융질서를 만드는 일, 즉 신브레턴우즈 체제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예상대로 별 성과 없이 끝났다.
회의를 주도하려고 하는 미국과 이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들 간의 합의를 도출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다자주의를 통해 금융위기를 해결하려고 한 미국의 의도가 잘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21세기의 세계 금융 체제가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앞으로 계속 열릴 G20 경제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하겠다.
미국의 패권주의가 신브레턴우즈 체제를 성공시키느냐가 볼 만한 관전거리인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신브레턴우즈 체제의 성공조건을 들고 있다.
그는 국가 간 공조에 형평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하며 실효성 높은 지역 내 통화 협력 체제를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한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변동 환율제의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필자는 결국 새로운 부대를 준비할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오바마 정권이 어떻게 달러화의 위상을 유지시킬 것인지가 관심거리라고 얘기하고 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