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반영률 중 교과 성적이 9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비교과 영역이다.

특정 교과에 별도 가중치를 두지 않았다.

비교과에선 가외활동,수상 실적,특별활동을 종합 심사하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학업 성취도를 높이 평가할 것이다.

학생부 성적으로 1차 통과자를 가리는 단계별 전형은 일반고와의 내신 비교가 불리한 특목고 학생에게 불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특목고 출신이 강세를 보였던 입학 구도에 일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지난 9월24일 고려대 입학처장이 수시 전형에 관해 언급한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을 굳게 믿고 고려대 수시에 지원했던 많은 학생들은 지난 10월23일 수시 2-2 일반전형 1차 합격자가 발표되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내신 1점대인 일반계 평준화 고교 학생들은 무더기로 불합격되고,상대적으로 낮은 내신 성적을 가진 특목고 학생들이 대거 합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대학에서 고교 등급제를 적용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같은 평준화 고교 내에서도 1점대 초반의 우수한 내신을 가진 학생은 불합격되고 그보다 안 좋은 내신을 가진 학생들이 붙은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 공부에 충실한' 학생들을 1차 선발하기 위해서 만든 전형이 '어학 점수 등의 비교과 영역'을 평가하기 위한 전형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고려대 수시에 지원했다 탈락한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정보 공개 청구 소송'이나 '집단 소송'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수시 합격의 명확한 기준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비단 고려대뿐만이 아니다.

수능 점수에 의해 일반적으로 합격이 결정되는 정시와 달리 수시는 수험생들이 알 수 없는 대학 '나름'의 점수 체계가 수험생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인명여고 정보영 학생은 "합격 여부가 확인할 수 없는 기준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꺼림칙하다.

게다가 많은 대학이 수시에서 각 전형과 맞지 않는 요소를 평가 영역에 넣음으로써 학생들의 불안감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수시에서 학생들이 내는 전형료는 1인당 약 7만~8만원.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많은 돈을 내고 응시한 수시에서 후에 아무런 설명 없이 '불합격' 통지만 받게 된다 해도 학생들은 그저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설사 합격했더라도 '어떤 평가 요소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되었는지' '내가 쓴 논술이 어떤 면에서 좋게 평가되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대학이 수시에서 신입생을 60%가량 뽑겠다고 발표하고,논술의 비중은 점점 높아져 가는데 아직도 대학이 '나름의 점수 체계'만을 고집하며 명확한 기준과 평가 요소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수험생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입시 전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물론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논술을 일일이 첨삭하고 점수를 매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신 점수는 어떤 방법으로 계산되는지,실질적으로 비교과 영역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논술은 어떤 기준에 의해 채점되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더 이상 불합격의 원인도 모른 채 자괴감에 빠지는 수험생이 생기지 않도록 대학들은 분명한 평가 기준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이동미 생글기자(인명여고 2년) lwkm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