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봉

<중앙대 교수·경제학>

☞ 한국경제신문 11월 12일자 A38면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칼럼 '오바마로 미국브랜드 바꾸기'를 실었다.

그는 "오바마 선출이 미국에 전기충격을 줄 뿐 아니라 전 세계를 전기충격시킬 것"이라는 콜린 파월의 지지발언을 인용하며,이 '아메리칸 브랜드' 변화가 1950년대 마셜플랜과 1960년대 케네디 집권만큼 세계의 미국 인식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마셜플랜은 2차 대전 후 폐허가 된 서유럽 경제를 구조한 거대 원조계획이고,케네디 정부는 쿠바 미사일위기와 베를린 장벽사건에 정면대응해서 소련을 굴복시켰다.

과거 자유세계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미국이 힘과 리더십을 극적으로 발휘했듯이 이번 흑인대통령 출현이 세계의 '미국 혐오증'을 바꿔주기를 미국 언론은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맡는 역할은 어떤 것인가.

작년 한국의 GDP 규모는 세계 13위,무역 규모 11위,외환보유액 6위였다.

그러나 지구촌 정치·경제·외교무대에서 그런 위상을 인정받아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달 15일의 워싱턴 G20 정상회의에는 한국이 참석하지만 지난주 파이낸셜 타임스의 영향력 있는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제안한 G14를 지지했다.

향후 세계경제 질서재편 논의에 20개국이나 참여할 필요가 없으니 기존의 G7에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멕시코 남아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만 더하자는 것이다.

안홀트 GMI라는 평가기관은 지난해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38개국 중 32위로 순위를 매겼다.

2005년 25위에서 7계단 내려간 것이며,GDP 대비 브랜드 가치는 29%로 일본(224%)과 미국(143%)에 비해 턱없이 낮다.

GDP 단위당 브랜드가치가 일본의 8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한국,한국인이 얼마나 값싸게 평가되는지 보여준다.

따라서 G14에 끼일 수 없고,국제경제 문화 스포츠 어디에서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받아야 한다.

선진국 언론으로부터 비방과 평가절하를 받은 것이 분했는지 우리정부가 내년 초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들어 그 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홍보활동이나 작위(作爲)로 국가브랜드가 올라가는 것인가.

문제는 치장이 아니라 본질이다.

지구촌 시민으로서 긍정적 외부효과를 주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혐오 받는 이웃이 되지는 말아야한다.

광우병과 여중생압사사건에 들끓던 촛불시위,이성과 과학이 실종된 시민,외국인 증오와 민족주의, FTA,평택,부안,민노총,전교조 등 끝없는 시위,죽창을 든 데모대,두들겨 맞는 경찰….

우리가 외국인이라면 TV와 언론에 비친 이런 한국인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필자는 우리 국민에게 선진국 마인드를 심는 것이 국가가치를 키우는데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항상 국가선호도 조사에서 선두를 달린다.

이는 일본인의 빼어난 준법질서,남을 배려하는 예의와 절제,서비스와 직업정신 등이 선진국 시민의 호감을 샀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한국사회에는 불법,무질서,광기,무절제와 무뢰함,이를 배격하지 못하는 비겁함 등 후진국 속성이 속속들이 배어있다.

한국의 브랜드가치를 키워주는 것은 삼성,현대,조수미,김연아,박태환 등 세계적 기업과 명인(名人)들이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과 연마가 축적돼 만들어진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엘리트,경쟁,지성을 타파함이 사회적 선(善)인양 행세한다.

그리하여 한국에는 세계적 명문고,명문대,명문의 과학 지식 문화 예술기관이 없고 앞으로 자랄 희망도 없다.

그러므로 이명박 정부에는 국가브랜드위원회 같은 것을 만드는 것보다 법질서를 회복하고 좌파평등 이념을 청소하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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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브랜드 높이려면 법과 원칙 지키는 국민의식 시급

해설

국가 브랜드는 브랜드의 개념을 국가에 적용한 것으로 한 국가의 정치와 경제 사회 환경 역사와 문화 전통 제품 등에 관한 상징체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상징은 자국민들이나 외국인들에게 의도적으로 심어주고자 기획된 것이다.

흔히 스시라고 하면 일본을 대표하지만 그 이외에 근면성이나 검소함 등도 일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국가브랜드다.

국가 브랜드는 자국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과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자국민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도 필수 불가결한 요건이 되고 있다.

정부도 이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해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한다.

필자의 지적에 따르면 GMI라는 평가기관이 매긴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38개국 중 32위로 매겨지고 있다.

2005년 25위에서 7계단 내려간 것이며,GDP 대비 브랜드 가치는 29%로 일본(224%)과 미국(143%)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GDP 단위당 브랜드가치가 일본의 8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한국,한국인이 얼마나 값싸게 평가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국제경제 문화 스포츠 어디에서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한국이 국가 브랜드가 낮게 매겨지는 것은 다름 아니라 불법, 무질서, 광기, 무절제와 무뢰함, 이를 배격하지 못하는 비겁함 등 후진국 속성이 아직 속속들이 배어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분석한다.

특히 법치가 제대로 세워지고 있지 않는 마당에 벌어지는 불법행위는 국가 브랜드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봄에 있었던 광우병 관련 촛불 시위 등이 외국 TV 화면에 비쳐지면 자연스레 한국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법치가 제대로 실현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동반되지 않는 한 국가 브랜드의 제고는 먼 일일 수밖에 없다.

지키기 어려운 법령은 지킬 수 있도록 고치고,합의된 법과 원칙은 반드시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그래서 국가브랜드위원회 같은 것을 만드는 것보다 법 질서를 회복하고 좌파 평등 이념을 청소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재삼 강조하고 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