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섭

<서울대 교수·경영학>

☞ 한국경제신문 11월 3일자 A38면

정계를 뒤흔들고 있는 쌀 직불제 논란은 세계화 안전망의 재정비가 시급함을 보여준다.

2005년 현재 제조업의 수출의존도가 43.5%에 달하는 우리에게 시장 개방을 요체로 하는 세계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러나 조세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 교수가 경고한 것처럼 세계화는 단기적으로 많은 사회적인 고통을 가져온다.

도태 산업이 발생하고 실직자가 늘어난다.

경제 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에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다.

그렇기에 세계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작용을 덜 수 있는 효과적인 완충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통과 좌절을 방치할 경우 피해자들은 시장 개방을 반대할 것이다.

'세계화는 절대악'이라는 무책임한 반대론자들의 선동에 열광하게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았을 때 우리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개방으로 큰 타격을 입을 농민들을 돕기 위해 2001년에 도입된 쌀 소득보전직접지불 사업은 오용과 남용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보도된 바와 같이 감사원은 작년 초에 벌인 직불제의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에서 99만여명의 수령자 중 무려 3분의 1에 가까운 28만여명이 돈을 받을 자격이 없는 비농업인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직도 많은 농민들이 이렇다할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 수령자들 중 4만명은 공무원이라는 것을 적발했다.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2000년부터 시행돼 온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도 문제가 많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빈곤 계층에 대해 생계,주거,교육,의료 등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고자 도입된 제도의 문제점을 시인했다.

수혜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들의 수는 수급자인 155만명보다도 많은 160만명에 이르는 반면 부정수급자는 매년 45% 정도씩 빠르게 증가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 생계비 부정수급자는 2004년 2792가구이던 것이 해마다 늘어서 2007년에는 8654가구까지 늘어났다.

일자리를 잃은 국민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실업급여 부정수급자와 부정수급액도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경인지방노동청에 따르면 부천·김포지역 관내에서 실업급여를 부정으로 받은 사람은 2003년도의 경우 78명이던 것이 2007년도에는 401명으로 늘었다.

부정수급액도 2003년도에는 2700만원 선에 머물렀으나 지난해에는 4억4000여만원으로 증가했다.

제도 도입 초기만 하더라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급여 수급 사기 전문 브로커들이 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문제다.

세계화 안전망은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생색내기와 제도의 맹점을 악용하고자 하는 범법자들의 놀잇감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로 인해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국민들은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더 이상 방치돼선 안된다.

사회복지 통합관리망을 마련하는 등 안전망을 효율화하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세금이 엉뚱한 곳에 쓰여지는 것을 막아서 절감되는 예산은 복지 제도 확충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성실한 다수의 국민들이 시장 개방으로 인해 겪는 고통과 절망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

몇 달 간의 쇠고기 파동을 먹거리 안전성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한 전기(轉機)로 삼아 극복해 냈듯이 직불제 파동은 세계화 안전망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상대를 비방하기만 하는 정치놀음을 끝내고 정책 집행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여서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복지 정책을 개발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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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피해입은 서민을 좀먹는 계층은 엄벌해야

해설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라 세계화(Globalization)는 피할 수 없는 추세가 되고 있다.

세계화는 물자 및 정보 이동을 원활하게 해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고 있다.

또한 소득의 이동을 가능하게 해 소득 차이를 좁히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세계화로 인해 혜택을 받는 이들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혜택이 모두에게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화는 필연적으로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세계화는 단기적으로 사회적인 고통을 수반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국가가 세계화를 진척하면 가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이 농업분야 종사자다.

농산물에 대한 수입이 증가하면 소비하는 계층은 이득을 보지만 직접 생산하는 계층은 가격경쟁력에서 수입품에 비해 필연적으로 밀리게 된다.

그래서 정부는 시장개방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해 농산물 생산자인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주고 있기까지 하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면서 타격을 입은 농민들을 돕기위해 쌀 소득보전 지불 사업을 추진했다.

쌀 소득 보전 직접 지불금은 농가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일정한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해 정부에서 직접 쌀 소득 예상치를 지불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정부가 정한 목표가격(80㎏당 17만83원)의 97.5% 이상 유지하도록 생산농가의 실질 수입을 보전하게 된다.

물론 대상 농지는 벼나 연근 미나리 왕골재배를 포함한 논농업에 이용된 농지로 여기에서 쌀을 생산해야 하고 농약 및 화학비료를 사용한 증거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을 비롯한 일부 계층에선 이 직불제를 이용해 부정으로 수령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즉 세계화에 대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국가의 시책이 일부 계층에 의해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 분야 등 다른 분야에서도 이 안전망을 부정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있다.

칼럼 저자인 윤계섭 서울대 교수는 세계화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이러한 국가의 시책을 세계화에 대한 하나의 안전망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 안전망이 제대로 갖추어져야 시장 개방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는 계층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안전망을 이용해 무임승차를 하려는 일부 계층에 대해 정부는 엄중한 처벌을 해야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결국 모럴 해저드를 없애는 작업이 정부의 중대한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