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낌' '꺼림'은 있어도 '꺼리낌'은 없다

# '임원들은 언제 어디서든 일이 생기면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의한다.

중간 간부급은 물론 평직원들도 그에게 직접 전화하는 데 꺼리낌이 없다.

흔히 볼 수 있는 문장이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한 군데 이상한 말이 눈에 띌 것이다.'

꺼리낌?

'꺼리낌'이란 말은 뭘까.

얼핏 떠올릴 수 있는 게 '꺼리다'이다.

'꺼리다'는 '사물이나 일 따위가 자신에게 해가 될까봐 피하거나 싫어하다'란 뜻이다.

'사진 찍기를 꺼리다/나서서 말하는 것을 꺼렸다'처럼 쓰이는데, 이때는 타동사이다.

이 말이 자동사로 쓰이기도 하는데,"양심에 꺼릴 만한 일은 하지 말아라" 같은 경우가 그런 것이다.

이때는 '개운치 않거나 언짢은 데가 있어 마음에 걸리다'란 뜻으로 쓰인 것이다.

이런 의미라면 예문의 '꺼리낌'자리에 쓸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꺼리다'를 예문에서처럼 명사형으로 바꾸면 명사화 어미 '-ㅁ'을 붙여 '꺼림'으로 쓴다는 점이다.
'꺼리낌'이 만들어지려면 '꺼리끼다'란 기본형이 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그런 단어는 없다.

비슷한 형태의 말에 '거리끼다'란 말도 있다.

이는 '일이나 행동 따위를 하는 데에 걸려서 방해가 되다'란 뜻이다.

"어려운 일을 거리끼지 않는다"처럼 쓴다.

또 한 가지 쓰임새는 '일이 마음에 걸려 꺼림칙하게 생각되다'란 의미로 쓰는 경우다.

가령 "양심에 거리끼지 않고 행동하다"와 같이 쓴다.

이 말을 명사형으로 바꾸면 '거리낌'이다.

이 역시 아무 이유 없이 첫 글자를 경음으로 바꿔 '꺼리낌'이라 하지 않는다.

정리하면 '무엇이 마음이나 행동하는 데 걸려 개운치 않고 싫어하다'란 뜻으로 '거리끼다' '꺼리다'를 의미상 섞바꿔 쓸 수 있다.

이를 각각 명사형으로 만들면 '거리낌' '꺼림'이 되므로 '꺼리낌'이란 말의 근거는 없는 셈이다.

왜냐하면 '꺼리끼다'란 말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리낌 없이…' 또는 '꺼림 없이…'는 가능해도 '꺼리낌 없이…'란 말은 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