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는 '해방된' 날이자 '광복한' 날

"8월15일은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이다."

"8월15일은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광복한 날이다."

두 문장은 누가 읽어도 같은 의미를 전달하고 있지만 문장 형태는 좀 다르다.

각각의 문장에 '해방'과 '광복'이란 서로 다른 단어가 들어 있고 통사적으로도 하나는 피동의 뜻을 담은 '되다'가,다른 하나는 능동의 형태인 '하다'가 쓰였다.

광복과 해방은 우리말 안에서 특이한 위치에 있는 말들이다.

단어가 갖고 있는 본래의 일반적 의미 외에도 특정한 날짜를 가리키는,특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체를 나타내는 방법이 서로 달라 구별해서 써야 하는 말이다.

우선 '해방(解放)'이란 단어는 일반적 용어와 특수 용어(역사적 용어)로서의 쓰임으로 나뉜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해방'은 말 그대로 '구속이나 억압 따위에서 벗어나게 함'을 뜻한다.

이는 동작성을 갖는 말이다.

'해방군''해방신학''해방문학''해방구(解放區)''해방감' 따위의 말이 있다.

이때의 용법은 자동사(피동의 의미가 들어감)와 타동사로서의 쓰임 두 가지가 있다.

가령 자동사로는 '되다'와 어울린다.

'그는 15년간의 감옥 생활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찾았다/ 과중한 업무에서 해방된 홀가분한 기분/ ~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어/ 해방된 조국에서…' 등으로 나타난다.

즉 '하다'는 올 수 없고 '되다'만 붙을 수 있다.

'하다'가 붙을 수 있는 경우는 타동사로 쓰일 때다.

'A가 노예를 해방하다/ 중세 봉건사회의 비인간적인 억압에서 인간을 해방하여…' 식으로 쓰인다.

따라서 두 용법의 구분은 명확하다.

'A가 B를 해방하다(타동사)/ B가 A로부터 해방되다(자동사)'로 구별되는 것이다.

특수 용어로 쓰이는 '해방'은 '1945년 8월15일 우리나라가 일제의 강점에서 벗어난 일'을 뜻한다.

이는 동작성이 없는,어떤 특정 사건을 나타낸다.

'해방'이란 말 자체가 일제로부터 벗어난 날인 8월15일,즉 8·15를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때는 동작성을 주는 '하다'나 '되다'가 원천적으로 붙을 수 없다.

'해방둥이''해방을 맞아…' 식으로 명사용법으로만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