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이달 초 정부는 소득세,법인세,부동산 관련 세금을 감면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 말들이 많다.

"이번 감세로 경제가 회복될 것이다"

"경제가 회복되기에는 감세 규모가 미흡하다"

"감세가 서민·중산층보다 고소득층,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경제 활성화 효과보다는 재정 감소 위험만 클 것이다" 등.

감세는 기본적으로 납세자들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쓸 수 있는 돈을 보다 많이 갖게 한다.

납세자들은 감세분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재화와 용역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것이다.

가계의 경우 새로운 옷을 구매하거나,미뤄왔던 게임기를 아이들에게 사주거나,외식할 기회를 더 가질 것이다.

기업의 경우 설비를 늘리거나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것이다.

이러한 행위들은 재화와 용역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므로 이번 감세는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지난 10년간 잘못된 정책으로 꽁꽁 얼어붙은 경제여건을 녹여 경제를 활성화시키기에는 다소 미약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숨통을 트게 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경제가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면 그것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므로 이번 감세의 혜택을 소수의 부자가 독점할 것이라는 주장은 너무 편협하다.

경제 활동이라는 것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련의 과정이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풍덩하고 물이 튀는 데 그치지 않고 파문이 일면서 서서히 호숫가로 번져나가듯 어떤 정책이나 사건이 발생하면 그 효과가 차츰차츰 경제 전체로 퍼져나간다.

설령 어떤 감세조치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혜택이 가는 것으로 디자인돼 있다 할지라도 궁극적으로 소비가 늘어나고,일자리가 늘어나고,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거래량이 증가하게 돼 서민과 중산층,그리고 중소기업에까지 혜택이 돌아가는 법이다.

문제는 감세로 인한 재정 감소다.

감세를 하면 납세자들에게는 쓸 수 있는 자금이 증가하지만 정부가 쓸 수 있는 자금은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만약 정부가 감세를 하면서 동시에 정부지출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일부에서 우려하는 재정 감소에 따른 위험이 있다.

이러한 위험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지출을 줄이는 일이다.

만약 정부지출을 줄이지 않고 감세로 인한 재정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면 채권을 발행해 국민들로부터 차입하거나 통화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감세의 효과를 상쇄해버릴 뿐만 아니라 경제를 오히려 나쁜 상태로 몰아넣는다.

정부가 감세분만큼 채권을 발행해 국민들로부터 차입을 하면 감세분만큼의 자금이 고스란히 민간의 손에서 정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언뜻 보기에 동일한 양의 자금이 이동하니 민간이 지출하는 것과 정부가 지출하는 것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이 둘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

국민들로부터 차입한 정부는 원금과 이자 지급을 위해 미래에 국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할 것이다.

결국 그것은 미래에 납세자들의 세금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통화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통화발행은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우리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우선은 감세로 혜택을 볼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의 재산과 소득은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감세가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정부지출을 줄여야만 한다.

그리고 경제가 회복되고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감세와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하며 그에 따라 정부지출과 규모를 계속 줄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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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효과 거두려면 정부 예산 절감 모범 보여야

해설

나쁜 세금은 종종 국가를 멸망의 길로 인도한다.

천년을 갈 것 같았던 중국의 주나라도 결국은 잘못된 세금제도로 역사에서 사라지게 됐다.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둬 원성을 많이 들으면서 자연스레 변란을 초래한 것이다.

고대 로마제국도 세금에 대한 백성들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국민들이 세금을 회피, 멸망의 길을 걸었으며 중국의 당나라도 소금세라는 얼토당토않은 세금을 거둬 나라가 멸망했다.

미국이 영국 밑에 있다가 독립을 추진하게 된 것도 바로 세금 때문이었다.

그만큼 세금 징수는 국가 존망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세금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은 재정뿐 아니라 정치, 사회적인 모든 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세금을 줄이는 감세 정책은 정부가 좀처럼 하기 힘든 일이다.

세금을 많이 거둬들여야만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을 줄이는 것은 역사적으로 보통 새로운 국가가 출현할 때 기존의 불합리하고 높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혹은 왕이 특별히 허용하고 싶을 때 있어 왔다.

흔히 국민들의 민심을 얻고자 할 때 많이 사용됐다.

더욱이 지금처럼 경기가 불황일 때 감세정책은 그나마 힘든 서민들의 생활에 보탬을 줄 수있는 처방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반기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안재욱 교수는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감세 정책이 꽁꽁 얼어붙은 경제를 녹여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법인세 인하는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부추기고 기업활동을 왕성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반기고 있다.

안 교수는 하지만 감세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다.

당장 세금을 거둬들이지 못한 채 정부 지출을 늘리면 정부의 빚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 지출을 위해 통화량을 늘린다면, 즉 화폐를 많이 찍어낸다면 시중에 돈이 많아져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도 있다.

그는 그래서 감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물론 정부 지출은 말만큼 쉽지가 않다.

정부가 생색내기용으로 내걸고 있는 예산부터 줄여가야 한다.

정부의 예산 절감을 위해 뼈를 깎는 고통 감내가 세금 감면을 하기 위한 선행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만 안 교수의 지적대로 감세가 경제를 더욱 나쁘게 할 우려를 가시게 하는 것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