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필자는 대학 재학시절 언론사,대학원,임용고사,행정고시 등 다양한 시험을 준비했던 경험이 있다.

이때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선후배 혹은 동기들과 함께 시험을 준비하면서 상당히 효율적이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대개 스터디 모임은 자율적으로 운영되는데,한두 번 빠지면 계속 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책임감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그 당시에도 스터디 그룹 방식의 공부법을 고등학교 다닐 때도 진작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스터디 그룹의 유용성을 자주 이야기하는 편이다.

공부할 과목이나 분량이 많고,비교적 짧은 시간에 효과를 극대화하기에 좋은 공부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선 자신의 역할을 정하고 자신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일정한 분량씩 나눠서 공부해보자.

특히 자신의 역할을 정할 때는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각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스터디 그룹의 생명은 자신이 맡은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지는 자세이다.

왜냐하면 한 사람이라도 '펑크'를 내면 스터디 그룹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잘 아는 사람보다 새로운 친구를 그룹 구성원에 포함시킨다면 적절한 긴장감이 생길 것이다.

흔히 어떤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으로 남들 앞에 서서 설명해보는 것이라고 한다.

교실 앞에 나와서 여러 친구들 앞에서 자기가 맡은 부분을 설명하다 보면 혼자 공부할 땐 잘 몰랐던 사실들이 새롭게 인식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내용은 칠판에 판서를 곁들여 설명한다면 다른 친구들이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친구들도 평소 선생님께 꺼리던 질문을 부끄럼없이 던지게 될 것이다.

질문은 곧 관심이고,이해이고,새로운 사실에 대한 지적 호기심의 발로이다.

그러므로 질문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마련된다.

⊙ 스터디 그룹에선 친구가 선생님!

['스마일 쌤'의 생활속에 배우는 논술] 7. 스터디 그룹에선 친구가 선생님
현재 필자가 속해 있는 부서는 진학 관리 기획부이고 담당 업무는 진학관리이다.

주로 학부모와 재학생을 대상으로 '입시설명회' 준비와 '논술'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평상시에는 논술·토론 등 각종 대외 경시대회 참가학생을 지도하는데,이 학생들을 혼자서 챙기기 어렵기 때문에 주로 활용하는 지도방법이 스터디 그룹 방식이다.

물론 이때도 지도 교사의 몫은 따로 있다.

대회 관련 각종 자료 및 정보를 제공하고,스터디 그룹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뿐만 아니라 스터디 장소 제공 등 언제든지 그들의 준비사항을 점검하고 그때그때 요구사항을 충족시켜 줘야 한다.

각종 대회 공문을 접수한 뒤 참가 신청자를 모으고,그들을 따로 불러서 경시대회의 성격과 준비 방법 등에 대한 사전안내를 해주고 나면,구체적인 준비는 스터디 그룹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방법은 이미 우리 부서에서 논술이나 입시 지도를 하면서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인 상태라 대상 학생들의 특성을 잘 살려서 운영하기만 하면 된다.

스터디 그룹의 성패는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적극성,그리고 구성원 간의 팀워크(team-work) 등에 달려 있다.

물론 구성원 간에 호흡이 잘 맞으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스터디 그룹에선 따로 선생님이 필요 없다.

왜냐하면 스터디에 참여하는 모든 친구가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자기가 맡은 부분에 대해선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이요,다른 사람의 이견(異見)을 조율해주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식이나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작년에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에서 주최한 '제5회 전국 고교생 증권경시대회'가 있었는데,시상 내역이 푸짐해서인지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가 신청을 했다.

개별적으로 준비를 하겠다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준비하는 학생들도 여럿 있었다.

이 중 스터디 그룹은 훨씬 더 추진력이 있고 그 성과물 또한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혼자서 하는 공부는 자신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여 중간에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4~5명으로 그룹을 만들고,각자 역할을 정해 1주일 단위로 모여서 점검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의무감에서라도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혼자서는 잘 안 되던 것이 여럿이 함께 하다 보니 가능해진 것이다.

밤늦은 시각 길을 걷고 있는데,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대여섯 명의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내 옆을 지나간다.

그런데 우연히 듣게 된 그들의 대화가 내 귀를 번쩍 뜨이게 한다.

한 친구가 다른 아이들에게 던진 질문이 대단히 재치가 있었다.

그 질문은 다음과 같다.

"애들아! 나침반이 없을 때 어떻게 방향을 찾아가지?"

이때 나온 답변 또한 참신했다.

"침을 받아서 가면 되지"라고 한다.

거기다 다른 친구가 한마디 더 보탠다.

"하늘을 봐! 그러면 별자리를 보고 알 수 있잖아."

또 한 친구는 "나뭇잎이 향해 있는 방향을 보면 되잖아!"라고 말한다.

이처럼 혼자서는 어려운 것도 여럿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그 해결 방안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 마무리하며…

이상에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생활 속에서 논술을 대비하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였다.

이는 논술이 아니더라도 어디에든 적용 가능하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는 '서로 노트도 빌려 주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자신의 공부 노하우를 공개하며 함께 공부하는 '그룹 스터디'로 대학 입시에 성공한 사례가 있어 주목할 만하다.

전주 상산고 출신인 '김가해 김정명 박보라 백나라 송연창 정해성 학생이 그 주인공인데,이들은 고3 시절 '스터디 그룹'을 결성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이른바 '윈윈(win-win) 전략'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 전원 합격했다. (조선일보 2008년 1월20일자 참고)

이들이 스터디 그룹을 결성하기로 한 것은 학교 내의 지나친 경쟁 때문이라고 한다.

시험을 봐도 성적이나 등수가 공개되지 않는 것은 물론 시험에 대한 의견도 나누지 않았다.

당연히 시험의 난이도가 어땠는지,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고 한다.

김가해양은 "시험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며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해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고 한다.

스터디 그룹을 만들 때 꼭 지켜야 할 원칙으로는 정해성군의 말처럼 스터디 그룹의 주목적이 '공부'이므로,스터디 구성원 간의 친분도 중요하지만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구성원을 결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김가해양은 "1시간의 그룹 스터디를 위해서는 5시간의 개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개인 공부를 충실히 한 상태에서 스터디를 진행해야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룹 스터디만 믿고 개인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반면 개인 공부에만 치우쳐 스터디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것도 금물이다.

논술에서 스터디 그룹 방식을 도입한다면,스터디 모임 때마다 한 편씩 글을 쓰고 서로의 글을 첨삭하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시사 이슈를 중심으로 매주 한 주제씩 발표자를 정해 주요 쟁점을 소개하게 한 뒤 다같이 토론에 참여하는 것도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그룹 스터디를 할 때는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주체적인 모습을 지녀야 한다.

그룹 스터디는 자칫 자율적인 공부를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인수 서울 용화여고 교사 smile90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