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봉 <중앙대 교수·경제학>

☞ 한국경제신문 9월2일자 A38면

'네가 먹는 것이 너다(You are what you eat).'

1960년대 출현한 사이키델릭 히피밴드와 가수들의 공연을 묶은 영화 '1968'의 이름이다.

이 말은 그 이후 유행하기 시작해서 오늘날 미국 영국에서 제작되는 수많은 영양 및 다이어트 관련 TV 쇼와 책의 표제(表題)가 되고 있다.

그러나 본래 독일의 유물주의 철학자 포이에르바하(Ludwig Feuerbach, 1864)가 창조한 잠언(箴言)으로 '인간은 그가 섭취한 바로 그 자체'란 의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명한 "우리의 근현대사는 정의는 패배했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란 선언은 바로 그가 오래 전에 섭취한 양식(糧食)이다.

그는 1980년대 운동권 역사책인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탐독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주지하다시피 이 책은 1948년의 남한 단독정부수립이 한반도 분단의 원흉이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그 이후 형성된 소유와 권력관계를 부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의 임기간 존재한 과거부정,증오와 분열의 정치는 그 훨씬 이전에 결정된 것이다.

1980년대 물밀듯이 쏟아져 나온 좌파이념과 서적,그 사도들과 전교조의 의식교육이 쌓여 386좌파정권,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관념을 탄생시켰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미래는 오늘 우리 청소년이 섭취하는 의식이 결정한다.

10년 좌파정권이 실패해 정권 교체를 이루었지만 우리의 문화와 교육주체도 교체됐는가?

금성출판사 발행의 한국 근·현대사는 현재 고교교과서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다.

몇 가지만 인용해보자.

"한반도 분단은 미군의 남한 '점령' 탓이 훨씬 더 크다. 소련군은 '해방군'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민족정신에 토대를 둔 새로운 나라의 출발은 수포로 돌아갔다.… 주요 자리에 친일 행위를 한 인물들을 등용하고"

"북한은 주체사상을 토대로 둔 '우리식 사회주의'를 강조했다.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고 자체의 힘으로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우리경제가 해결해야할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는 도시와 농촌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사회 각층 간의 경제적 격차를 완화하고,재벌중심의 경제구조를 개혁하고,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금성교과서는 60년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한 탄생,분단국가의 책임자,외세의존,독재와 항쟁의 과정, 피폐한 민중의 삶,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규정하다시피 한다.

국가를 세우고 지키고 세계가 '기적'이라고 부르는 경제발전, 자유민주주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의 땀과 지혜, 의지와 열정, 프라이드와 포부는 이 교과서에 없다.

반면 북한은 자주적, 주체적인 삶을 누리는 사회주의 국가다.

신(神)처럼 전지전능하고 불멸하는 지도자, 소멸된 인민의 자유와 인권, 기근과 아사(餓死), 폐쇄되고 고장 난 경제체제, 감옥 같은 국가와 탈출하는 국민은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 학부모들은 그 자식들의 태반이 이런 의식교육을 섭취하고 있는 사실을 아는가?

좌파 지식의 전파자들이 그 학도의 장래까지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대통령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지만 청소년시절 시대착오적 의식에 세뇌된 아이들은 거짓 선동자들의 꼭두각시로 이용될 뿐, 글로벌시대 자유, 개방, 경쟁세계에서 낙오자가 된다.

올바른 교육은 자녀들에게 부모의 재산보다 더 중요한 유산이 된다.

이명박 정부가 좌(左)편향 역사교과서와 반(反)시장적 경제교과서를 재편해 배포하기로 한 것은 당연하고 박차를 가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새 교과서는 2010년에나 출판가능하다고 한다.

지금 그 대용(代用)교과서로는 교과서포럼이 출판한 '한국근현대사'와 전경련의 '경제교과서'(2007.5)가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학교에 이 교과서 채택을 강력히 요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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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시장적·부정적 역사관 바로잡기 서둘러야

해설

각국의 교과서는 어떤 점에서 보면 국가를 상징하는 표상이다.

각국의 장래 시민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교과서 내용에 엄청 신경을 쓴다.

심지어 외국의 교과서 내용에도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일본의 왜곡된 역사 교과서 기술이나 독도를 자기 영토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한국 국민이 즉각적으로 시정하라고 요구하며 반발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교과서의 중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 교과서에는 국가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하게 반영하려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한국의 역사 교과서는 스스로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아왔다.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로 알려져있다.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채 되지 않은 가난한 나라로 출발한 후 6·25전쟁으로 국토는 완전히 폐허가 됐지만 강력한 리더십과 한국인의 근면 끈기로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이것은 물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헌법 이념으로 하는 대한민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948년 8월15일에 탄생한 대한민국은 올해로 만 60세를 맞는다.

그러나 일부 좌파세력들은 건국을 부정하고 있고 대한민국을 성공의 역사로 보지 않는다.

10년 동안 정권을 잡은 세력들도 이에 동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얘기한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란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들은 심지어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까지 이러한 내용을 담게 했다.

현재 고교 교과서 대부분이 쓰고 있는 금성 교과서가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한 탄생으로 보고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게 한다.

김영봉 중앙대 교수는 이러한 좌파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칼럼에서 역설하고 있다.

그는 "국가를 세우고 지키고 경제발전과 자유민주주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의 땀과 지혜, 의지와 열정, 프라이드와 포부는 이 교과서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따라서 "학부모들이 이러한 반시장적 교과서를 자녀들이 공부하는 데 대해 반대해야 하며 자녀 학교에 이 교과서를 사용하지 말도록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 교과서에 한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랑으로 내세우지 않는 것은 외국에서도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드문 것이다.

교과서 내용을 제대로 잡는 것이 교육의 백년대계라고 말할 수 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