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씨는 이 상가를 3억9500만원에 분양받았다.

모자라는 돈은 은행 대출을 받았다.

1년 정도 보유하고 있다가 4억8000만원에 되팔았다.

이 상가의 가격은 현재 6억5000만원 선까지 올랐다.

계속 갖고 있었다면 더 높은 수익을 올렸겠다고 했더니 전씨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최종 매수자도 먹을 게 있어야 매매가 원활할 게 아니냐"고 답변했다.

전씨는 "향후 5000만~1억원가량 더 오를 것으로 보고 꼭지 전에 팔았지만 예상보다 더 크게 올랐다"면서 항상 꼭지 전에 매도하는 게 자신의 투자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예문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의 범위를 벗어난 말이 하나 있다.

'꼭지'가 그것이다.

하지만 그다지 낯설지는 않다.

그만큼 언론에서 오래 전부터 써오던 말이기 때문이다.

'꼭지'는 부동산이나 증권 관련 기사에서 가끔 볼 수 있는데,대개는 상한가 또는 상투의 개념으로 쓰인다('상투'는 몇 년 전부터 사전에 올랐다).

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은 항상 오르내리는데,어떤 흐름상 상승추세에 있을 때 그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하는 순간,즉 꼭대기란 의미로 쓰는 말이다.

그러다 다시 하락하는 게 부동산과 주식 가격의 일반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이런 의미로 쓰인 '꼭지'는 아직 사전에서 찾아 볼 수 없다.

'꼭지'의 사전적 풀이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개 "1)잎사귀나 열매를 가지에 달려 있게 하는 짧은 줄기. '사과 꼭지''꼭지를 따다' 식으로 쓰인다. 2)그릇 뚜껑에 붙은 불룩한 손잡이. 냄비 꼭지,주전자 꼭지 등이 있다. 3)수도관의 끝 부분에 물이 나오도록 조작하는 장치. 수도 꼭지 등"의 설명과 용례를 보인다.

꼭지는 이 밖에도 (원고)한 꼭지,두 꼭지 할 때처럼 '일정한 양으로 묶은 교정쇄를 세는 단위'를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문제는 이 정도 풀이로는 앞의 사례에서 보이는 '꼭지'를 설명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꼭지'의 이런 용례를 잘못 쓴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꼭지'를 '꼭지가 돈다(머리가 돌 정도다)'처럼-비록 속된 표현이긴 하지만-꼭대기의 개념으로 쓰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정식 단어로도 수학용어로 '꼭짓점'은 '정점(頂點)'과 같은 말이다.

이것은 '꼭지'가 분명히 '頂'의 개념,즉 '꼭대기'의 뜻으로 쓰임을 나타낸다.

결국 개인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꼭지'란 말의 개념을 아직 사전이 수용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올림말 '꼭지'의 풀이에 정수리,꼭대기란 의미를 새로 담아도 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