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대신 닭'이란 말이 있다.

무슨 일에 꼭 적당한 것이 없을 때 비슷한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사람에게 쓰이기도 하는 등 일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너무도 흔히 듣고 쓴다.

그런데 왜 그 많은 것들 중에 굳이 꿩과 닭이 등장해 비유의 대상이 됐을까.

요즘 젊은 세대에서는 이 말을 무심코 그냥 쓰지만 어르신들은 그 연원을 안다.

이 말은 원래 우리가 즐겨 먹는 떡국이나 만두에서 생겨난 것이다.

옛날엔 떡국이나 만두를 만들 때 꿩 고기를 썼다.

특히 만두를 빚을 때 넣은 소(대개 고기,두부,김치,숙주나물 따위를 다진 뒤 양념을 쳐서 한데 버무려 만든다)의 재료로 꿩 고기가 최상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도 이 꿩고기는 귀한 음식이어서 일반 서민들은 제대로 먹지를 못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꿩 대신 비슷한 닭을 넣었는데 그로부터 생긴 말이 '꿩 대신 닭'이다.

지금은 그것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입맛이 변해서인지 만두에 꿩은 커녕 닭고기를 쓰는 경우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이 만두는 본래 우리 음식은 아니고 중국에서 왔다.

한국에는 조선 영조 때의 성호 이익의 글에 만두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만두는 한국과 중국,일본이 다 같이 한자로 '饅頭'라 쓰지만 그 지칭하는 대상은 사뭇 다른 게 특이하다.

중국의 만두(발음은 [만토우])는 소를 넣지 않은 것을 가리키고 우리의 만두에 해당하는 것은 교자(餃子[자오즈])라 부른다.

동네 중국 음식점에서 요리를 시킬 때 우리가 '꽃빵'이라 부르는 게 중국의 만두인 셈이다.

일본 역시 만두(饅頭)를 읽은 '만쥬'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만두가 아니고 속에 단팥이나 소프트 크림으로 소를 넣은 떡이나 과자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팔리는 델리만쥬가 그런 것이다.

일본에서도 '교자'가 우리의 만두에 해당하는 음식이다.

한자는 같은 걸 쓰며 발음도 [교자]에 가깝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만두와 교자가 같은 말이다.

만두가 좀 더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말이고 교자는 그보다 덜 쓰인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오뎅과 어묵은 지금 세력 다툼 중
중국에서 들어온 '만두'가 오랜 역사와 함께 완전히 우리말화한 데 비해 일본에서 들어온 '오뎅'은 외래어 순화라는 이름 아래 거센 도전을 받았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누구나 즐겨먹는,서민의 음식인 이 오뎅을 사전에서는 '꼬치' '꼬치안주'로 순화했음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뎅을 결코 꼬치니 꼬치안주니 하는 말로 쓰지 않는다.

잘못 순화한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오뎅이란 '생선의 살 따위를 으깨어 묵처럼 만든 음식'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말이 그대로 넘어온 것이다.

그 어원은 일본말 '니코미오뎅'이 줄어든 것이다(김민수,우리말 어원사전) '니코미'는 푸욱 끓인다는 뜻으로 일본의 오뎅은 뜨거운 국물에 담은 어묵 요리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요리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그 요리에 쓰이는 재료인 '생선의 살을 으깨어 묵처럼 만든 것'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이에 비해 순화어인 '꼬치'는 '꼬챙이에 꿴 음식물'을 가리킨다.

또 '꼬치안주'는 술을 마실 때 곁들이는,꼬챙이에 꿰어 익힌 음식을 나타낸다.

그러니 우리가 알고 쓰는 오뎅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언어의 경쟁에서 밀려 오뎅을 '꼬치'니 '꼬치안주'라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어묵'이란 말은 제법 세력을 얻어가고 있다.

어묵이란 사전적으로 '생선의 살을 뼈째 으깨어 소금,칡가루,조미료 따위를 넣고 나무 판에 올려 쪄서 익힌 일본 음식'을 뜻한다.

동시에 그 음식을 만드는 재료를 말하기도 한다.

오뎅을 꼬치니 꼬치안주니 하는 것은 생뚱맞지만 어묵으로 대체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하지만 아직은 오뎅과 어묵이 '말의 시장'에서 서로 우위를 경쟁하고 있는 상태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전에 이 어묵요리를 덴뿌라라고 말한 적도 있다.

맛도 좋고 만들기도 간편해 아이들 도시락 반찬용으로 그만인 덴뿌라는 일본에서 튀김류를 가리킨다.

우리 사전에서도 '튀김'으로 순화했다.

이 덴뿌라(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덴푸라'라고 적는다)는 일본에서도 고유어는 아니고,요리를 의미하는 포르투갈어 '템페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