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푸켓은 지금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관광지이다.

2004년 12월 말 갑자기 신문 방송의 보도에서 이 푸켓이 사라지고 '푸껫'이 등장했다.

당시는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해 온통 관심이 그 지역으로 쏠리던 때였다.

당연히 각 신문사에는 독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푸켓이 왜 갑자기 푸껫이 됐나요?"

태국 지명 Phuket은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신문이 푸켓 또는 푸케트로 적던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해 12월 들어 당시 문화관광부에서 동남아 3개국(말레이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베트남어) 외래어표기법을 고시했다.

당시의 최대 변화는 된소리 표기를 허용한 것이었는데,이는 기존 외래어표기법의 골간을 흔드는 매우 파격적인 것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외래어 표기법의 기본원칙 가운데 하나는 'ㄲ, ㄸ, ㅃ' 같은 된소리 표기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빠리를 파리로, 꽁뜨를 콩트로, 뚜레주르를 투레주르로 적어야만 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실무작업을 했던 국립국어원 측도 이 점을 의식해 그 전까지 없던 동남아 3개국 외래어 표기법을 진작에 만들어 놓고도 몇 년간 발표를 못하고 끌어오던 사안이었다.

어쨌건 국립국어원은 그해 말 단안을 내려 새로운 표기 기준을 발표했다.

동남아 3개국어에서는 된소리와 예삿소리가 음성학적으로 구별되기 때문에 이를 우리 외래어 표기에서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 전까지 호치민으로 써오던 것도 호찌민으로 바뀌었다.